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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사소송법 절차 어긴 ‘허술한 판결’ 잇단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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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형사소송법 절차 어긴 ‘허술한 판결’ 잇단 제동

입력
2018.04.20 16:1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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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제대로 찾지 않고 궐석재판

국선변호인 신청했는데 무시 등

줄줄이 파기환송 판결

대법원 제공
대법원 제공

지인에게 3,9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기소된 조모(47)씨는 항소심 공판에 세 차례 출석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궐석 상태로 선고공판을 열어,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재판부가 사람을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궐석재판을 강행한 것이 잘못됐다며 판결을 다시 하라고 이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은 입원중인 남편 병간호로 집에서 지내지 못할 사정이 있었다”며 “항소이유서에 첨부한 소견서에 병원 연락처와 주소가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 전화해 소재 파악 시도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을 찾아보려는 노력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하급심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다.

이처럼 형사소송법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고 허술하게 진행된 지방법원ㆍ고등법원 형사판결이 잇따라 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피고인 인권보장을 우선시하는 소송절차법의 취지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재판이 일선법원에서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사기죄로 기소된 조씨 상고심에서 “피고인의 주거나 사무소 등을 알 수 없다며 피고인 없이 판결한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형사소송법 63조는 피고인 진술 없이 선고를 진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다만 피고인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경우에 한해 공시송달(소송 서류 등을 관보 등에 게시하고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배된 채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만큼 다시 심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 사건에서도 파기환송 사례가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2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오모(42)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오씨는 2심 재판 중 법원에 국선변호인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아무 결정을 하지 않은 채 변론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틀 후 오씨의 국선변호인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리고 1주일 뒤 선고를 마쳤다.

대법원은 “오씨의 경우 빈곤 등의 이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은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해 오씨가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고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의 권리인 항소이유서를 반영하지 않은 판결도 대법원에서 지적받았다. 마약사범 김씨(44)는 항소심 공판에서 “형량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말한 뒤 항소이유서를 나중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를 진행했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제출기간 내 적법한 항소이유서가 제출된 이상 원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론을 다시 열어 심리했어야 한다”며 “원심은 항소이유서의 제출기간과 변론재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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