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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연례행사 된 추가경정예산

입력
2018.05.21 19: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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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예산은 막대한 만큼 운용 주체가 많고 쓰임새도 복잡다기하다. 정부 부처나 용도별로 제각각 예산을 짜서 나랏돈을 갖다 쓰게 하면 씀씀이를 제대로 관리하기가 매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국가 예산은 정부 부처별, 쓰임새별 예산을 모두 모아 크게 하나로 묶어 편성하고, 국회가 지출 총액을 확정하면 그걸 제각각 분배해 쓰도록 운용한다. 그걸 ‘예산 단일(單一)의 원칙’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원칙에도 예외는 있는데,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대표적이다.

▦ 추경은 예산 성립 후에 생긴 사유로 인해 기존 예산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편성하는 예산이다. 본예산에 더해 예산을 증액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멋대로 예산을 늘리면 안 되기 때문에 본예산처럼 국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야 하며, 추경 편성의 요건 역시 법률로 정해 엄격히 제한한다. 국가재정법 제89조는 그 요건을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관계 등 대내외 여건에 중대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 하지만 근년 들어 추경은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매년 정례화하는 양상이다.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20년 동안에도 2007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4년 등 다섯 해만 빼고 매년 추경이 편성됐다. 그중에서도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9년엔 각각 25조원, 29조4,000억원에 이르는 ‘슈퍼 추경’이 편성됐다. 그 두 해엔 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큰 세수 결손이 생기거나 대량 실업이 발생해 추경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반면 나머지는 타성처럼 보인다.

▦ 추경이 당연한 연례행사처럼 된 건 재정과 예산에 대한 인식 변화도 작용했을 것이다. 전엔 세금 적게 걷어 알뜰하게 써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다. 건전 재정 같은 개념들이 거기서 나온 셈이다. 하지만 복지 수요가 커지고, 현 정부처럼 아예 ‘큰 정부’를 지향하기에 이르자 예산도 최대한 많이 짜서 적극적으로 쓰는 게 미덕인 것처럼 바뀐 것이다. 국회가 3조8,000억원에 이르는 올해 추경을 단숨에 처리한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재정 확대든 추경이든 세수의 원천인 경제가 든든해야 지속될 수 있는데, 정작 경제는 가라앉는 상황이니 걱정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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