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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6.22 13:39

[이슈+]씨티은행의 수상한 점포축소, 이상한 고객이탈 셈법

등록 : 2017.06.22 13:39

[한스경제 김서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죠. 영업점포를 80% 이상 폐점한다는데, 인력감축이 없을 수 없잖아요.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씨티은행이 철수하나?' 이 생각도 들죠."

한국씨티은행 노조 관계자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영업점 통폐합 계획을 두고 내부 갈등이 이어지는 한국씨티은행이 타협점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현재 사측이 점포를 대폭 줄이기로 한 것에 노조가 반발해 양측이 대립하며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사진=연합뉴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 노사는 지난달 15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된 후 중단된 교섭을 21일부터 재개했다. 이날 오후 2시 열린 실무교섭은 사측의 인사본부장과 직원만족부장, 노조측의 정책부위원장과 정책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내용은 22일부터 3일간 열릴 집중교섭 일정과 교섭장소 및 인원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정도였다.

노조측에 따르면 이날 교섭은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대한 구체적인 안건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는 집중교섭에서 이루어질 예정이다. 노사 양측 대표인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과 송병준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의 대표교섭은 다음 주 초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지난 3월 27일 한국씨티은행은 전국 영업지점 점포 수를 126개에서 25개로 줄이는 운영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의 경우 현재 유지되고 있는 점포 수 49개를 13개로 줄이고, 수도권은 56개에서 8개만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지방 역시 21개 영업지점 중 4개만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남도, 충청남도, 충청북도, 제주도, 울산의 경우 기존에 있던 1~2개 점포가 모두 폐쇄된다. 지방은행이나 수도권의 경우에는 사측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대기업 금융과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WM(자산관리)는 미약하고 여신의 비중은 크니까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 가장 먼저 없어질 예정에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측은 내년 상반기 중 점포 폐점으로 인한 업무를 대체하기 위한 전산을 개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조측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폐점은 당장 다음 달부터 들어가는데 전산은 내년 상반기부터 개발해 업무를 본다니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다음 달부터 일주일에 10개씩 소비자 상대 영업점을 폐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 7일 6곳 폐점을 시작으로 7월과 8월 80개 정도의 영업점을 없앨 계획이다. 사측의 '폐점 플랜'은 9월과 10월까지 계속된다.

노조 측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사측의 플랜에 따라 영업점이 실제로 축소되기 시작하면 그 뒤로 사측과 협의를 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조측은 6월 말까지는 어떻게든 사측과 협상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조는 영업점의 축소가 곧 고객의 이탈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부터 고객과 자금의 이탈은 시작됐다. 노조 측에 따르면 지난 4월과 5월 빠져나간 고객 수는 8,725명, 이탈자금은 무려 4,467억원에 달한다.

특히 5월 한 달에만 7,045명, 3,04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5월에 특히 규모가 컸던 이유는 씨티은행 측이 지난 달 16~17일 폐점 관련 안내 SMS를 폐점예정 지점 고객에게 보냄에 따라 이탈한 고객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지점 폐점으로 인한 불편이 예상됨에 따라 타행으로의 '갈아타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씨티은행의 현재 대면거래 고객은 5%, 나머지 95%는 비대면거래 고객이다. 이 95%에는 ATM을 통해 거래하는 고객 35%도 포함된다. 점포가 폐점하면 ATM 역시 철수할테니, 전체 고객의 40%가 씨티은행과의 거래를 끊는 셈이 된다.

사측의 입장은 다르다.

사측은 "이같은 고객과 자금의 이탈은 점포 폐쇄 때문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수시입출금예금과 정기예금 잔액의 경우 2016년 말 11조6,000억원에서 지난 5월 말 11조8,000억원으로 2,000억원 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에 대해 노조측은 "계산법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측은 개인고객만을 대상으로 집계해 수치를 잡았는데, 사측은 사업자와 법인까지 포함해 이같은 계산을 내놓은 것"이라며 "법인고객의 경우 1회성 요인이 많고 기업금융 같은 경우에는 특별히 이탈될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21일 현재 한 영업점당 하루 평균 10건 정도의 계좌 해지가 이뤄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박 행장도 다 알고 있는 얘긴데 보고를 하면 '이는 일부 영업점에 국한된 사례이니 증빙을 가져오라'고 얘기한다"며 "오히려 계좌해지가 안 되고 있다는 증빙을 (사측에서) 보여주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서울 중구 소재 한국씨티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사측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아시나요? '경영권은 사측의 고유 권한인데 왜 노조 측이 간섭하느냐'는 말입니다."

이 관계자는 사측과의 협의가 잘 되지 않고 있음도 내비쳤다. 특히, 박 행장과 브랜단 카니(Brendan Carney) 씨티은행 소비자금융그룹장이 현실을 직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박 행장은 '고객을 만나지 않고도 은행 사업을 잘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며 "직원들과의 공감대가 전혀 형성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 행장이 '노사간의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노조와의 대화에 그리 협조적이지 않음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5일부터 1박2일간 진행된 씨티은행 노조 분회장 노동교육 워크샵에서 은행장과의 대화시간이 있었는데 이 자리는 분회장과 은행장이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지 노조측과 행장이 가진 시간은 없었다"고 말했다.

브랜단 카니 소비자금융그룹장의 낙관적인 전망에 대해서도 일침했다.

그는 "카니 수석 부행장이 '이번 점포 축소로 몇 %의 고객이 남아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대다수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며 "'씨티'라는 브랜드 네임 때문에 고객들이 씨티와 거래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브랜드 네임, 이미지 때문에 점포가 폐점하더라도 고객들은 우리와 거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갖고 있지만 한국에서 씨티은행의 브랜드 네임은 솔직히 낮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점포가 대폭 줄고 금융소비자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진다면 고객의 대다수가 이탈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브랜단 카니(Brendan Carney) 씨티은행 소비자금융그룹장. 사진=연합뉴스 현재 점포 축소 계획에 관해서는 카니 수석 부행장이 진두지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27일 씨티은행의 점포축소계획을 발표했을 때 이를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알린 사람도 카니 수석 부행장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 3월 27일 브랜단 카니 수석 부행장이 점포축소계획을 담은 사내게시물을 직접 띄웠다"며 "심지어 임단협을 하고 있는 도중이었다"고 성토했다.

카니 수석 부행장은 전임지인 폴란드에 있었을 때도 대대적으로 지점을 축소시킨 적이 있다. 카니 수석 부행장이 폴란드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비즈니스 총괄을 맡았던 3년 간 점포 수는 부임 전이었던 2010년 154개에서 2014년 44개까지 대폭 줄었다. 이 과정에서 1,30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짐을 싸야했다.

카니 수석 부행장이 2010년 씨티은행 벨기에에서 소비자금융 비즈니스 책임자를 맡았을 당시, 씨티그룹은 씨티은행 벨기에의 지분 매각을 발표했다. 씨티그룹은 관련 지분을 포함해 벨기에 내 씨티은행의 모든 점포를 일괄 매각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변화를 브랜단 카니 그룹장이 진두지휘했다"며 "지금 한국씨티은행의 사례도 같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후 예정된 집중교섭과 대표교섭이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노조측은 두 가지 선택지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나는 파업이고, 다른 하나는 이 '투쟁'이 생각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씨티은행 노조는 지난 4월 28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94% 찬성으로 쟁의행위에 들어간 상태다. 현재 정시 출퇴근 등 준법투쟁과 태업투쟁을 진행 중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지점 통·폐합을 두고 국내 주요 은행들 사이에서는 '씨티은행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박 행장은 "디지털 흐름을 반영해 지점 축소 등의 소비자금융 전략을 발표한 것일 뿐 한국시장 철수는 없다"고 지난 15일 '씨티 뉴(NEW) 인터넷뱅킹'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못박은 바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순차적으로 점포를 없애는 것도 아니고 한 번에 101개의 점포를 없애는 것은 철수를 향해가는 단계 중 하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2~3년 전 씨티그룹이 일본의 씨티은행을 철수시킨 예만 봐도, 그동안 외국계 은행이 발을 뺀 예를 봐도 그렇게 밖에 짐작이 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 지난 15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한국씨티은행 점포폐쇄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인위적 인력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국회까지 힘을 보탰다.

지난 15일 한국씨티은행의 점포 대량 감축 계획을 두고 김영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2명은 전국금융산업노조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씨티은행 사측이 점포폐쇄를 중단하고 노조와의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점포폐쇄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시중은행으로서의 금융 공공성 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서민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려는 무책임한 시도이고 한국씨티은행 전체 노동자의 고용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일자리 중심 국정 운영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사협의에 있어) 큰 핵심은 다음 주 있을 대표교섭에서 나올겁니다. 다음 주까지 교섭이 진행됐는데도 결국 결렬되면 파업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무튼 극적타결, 쉽지 않을 거에요."

다음주 예정된 박 행장과 노조위원장의 대표교섭이 노사의 갈등의 골을 해소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섭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점포 폐점이 당장 7월로 다가온 만큼, 양측은 '협의'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합의'가 도출되기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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