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기중 기자

등록 : 2017.05.28 17:25
수정 : 2017.05.28 21:09

서울 집값 과열 조짐… 한달 새 1억 넘게 오른 곳도

정부, 부동산 규제 대책 서두를 듯

등록 : 2017.05.28 17:25
수정 : 2017.05.28 21:09

강남ㆍ북 가리지 않고 급등세 지속

대선 후 불안감 사라지자 매수 몰려

더 오를 가능성에 매수마저 품귀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호재로 작용

정부, 부동산 규제 대책 서두를 듯

“강력한 규제 전망… 투자 신중을”

게티이미지뱅크

“집값이 폭등했던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도 이렇게 짧은 기간에 많이 오르지는 않았어요. 한 달 새 1억5,000만원 가까이 올랐는데 집주인들은 더 오른다며 내 놓았던 물건까지 싹 걷어가는 상황이에요.” 서울 반포동 신반포15차 아파트 단지 앞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해 “무서울 정도”라며 이렇게 말했다.

재건축 사업이 재추진된다는 소식에 32억5,000만원 하던 전용 181㎡를 34억원에 사겠다고 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30여년간 복덕방 일을 한 그도 이번 단기 급등세는 처음 겪는 ‘사건’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심상찮다. 일부 지역에선 급등세도 감지되고 있다. 올 초부터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장미 대선’ 이후 더 가팔라졌다. 전문가들은 시장 분위기를 되돌릴 만한 악재가 없어 당분간 이런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규제 대책을 서둘러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커지고 있다.

28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전용면적 74㎡는 지난 1월10일 10억6,8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그러나 지난 13일에는 12억원(3층)에 실거래가를 찍으며 4개월여만에 1억3,000만원 이상 올랐다.

서울 아파트값은 대선 이후 상승폭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30% 올랐다. 이는 지난해 10월7일(0.32%) 이후 7개월 반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통상 부동산 시장 비수기로 꼽히는 5월임을 감안하면 더 놀랍다. 작년 5월 주간 상승률(0.11∼0.13%)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이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8,490건으로 이미 지난달 거래량(7,824건)을 넘어섰다. 주택 거래가 활발했던 지난해 5월 거래량(1만163건)과 맞먹을 기세다.

7월 이주가 시작되는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도 대선 이후 보름 만에 5,000만원 이상 상승했지만 매물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다. 재건축 정비 계획조차 통과하지 못한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최근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 이 아파트 113㎡는 올해 초 가격이 13억2,000만∼13억3,000만원이었지만 최근에는 13억7,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서울은 11ㆍ3 부동산대책 이후에도 부동산 변동성이 예상보다 적었다”며 “안정적인 서울에서 승부를 보려는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일반 아파트값도 강남ㆍ북을 가리지 않고 초강세다.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 116㎡는 올해 들어 1억원 이상 오르면서 현재 호가가 16억∼17억원이다. 래미안반포퍼스티지 114㎡도 호가가 18억∼19억원이다.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반포 112∼114㎡의 경우 한강이 안 보이면 19억∼20억원, 한강이 보이면 23억∼24억원으로 모두 1억원 이상 올랐다.

서울 아파트 시장이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대선 후 정치적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그 동안 움츠렸던 매수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영향이 크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은 물론 취임 이후에도 보유세 인상 등과 같은 부동산 규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는 데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강북의 뉴타운 해제지역 인근 등지에선 문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호재로 보고 호가를 올리고 있다.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 재건축 사업이 크게 줄어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점도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초기 단계의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고 앞으로 5년 뒤 수도권 2시 신도시 입주까지 마무리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매매가격 지수 변동률

‘참여정부 때 집값이 크게 올랐으니 문재인 정부에서도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근거 없는 기대 심리도 없잖다. 종합부동산세ㆍ분양가상한제ㆍ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도입, 주택거래신고제 등으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치렀던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은 오히려 56% 폭등했다.

최근 한은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국내는 저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시장에선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급등해 펀드나 주식에서 차익을 실현한 투자자들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영향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연 5%대 이하로 낮아 주택 구매수요를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값이 현재와 같은 상승세를 유지할 경우 정부가 규제 대책을 서둘러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미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강화하고 가계대출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총량관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보유세 강화 등과 같은 강력한 규제도 나올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새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두고 보지 않을 공산이 커 정부 인사가 마무리된 후 규제 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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