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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경 기자

등록 : 2015.06.09 13:54
수정 : 2015.10.05 05:37

"반려동물 자원봉사 아무나 안 돼요"

[고은경 기자의 반려배려]

등록 : 2015.06.09 13:54
수정 : 2015.10.05 05:37

얼마 전 일본 도쿄의 한 동물보호소에 자원봉사를 신청했다. 입회비 3,000엔(2만7,000원)과 자원봉사 하다 다쳤을 때 보상해주는 자원봉사 보험 가입 조건이었다.

자원봉사에 돈 내고 보험까지 들어야 하나 싶었지만, 봉사자의 안전을 중하게 여기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리고 1개월에 걸친 자격 심사가 진행됐다. 결과는 ‘불합격’. “동물들의 안전을 위해선 위급한 상황에서 완벽한 일본어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한국의 동물보호소는 자원 봉사자 수도, 봉사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상황이라 봉사 활동 조건을 내걸고 더구나 언어를 이유로 거절당한 것은 충격이었다.

고은경의 반려배려

일본 도쿄 아사쿠사 반려동물 용품점 '에리에'에서 유기견 양부모 찾기 행사에서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는 강아지들. 고은경 기자

도쿄의 동물 관련 매장을 방문했을 때 먼저 놀랐던 건 강아지 가격이다. 일본에서 인기 있는 종인 치와와, 닥스훈트에 붙은 가격표는 최소 30만엔(270만원)부터 50만엔(450만원) 이상이었다. 값이 비싸 아무나 기르지 못하겠지 생각했지만 일본 주택가에 들어서면 이런 종류의 반려견과 산책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일본은 가정의 약 4분의 1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고 관련 산업 규모만 약 1조4,000억엔(12조6,000억원ㆍ2013년 기준)을 넘는다. 1인가구 비중이 높아지고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반려동물 산업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반려동물 산업(약 2조원)의 약 6배 규모다.

일본에선 반려동물 가격도 비싸고, 또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기고 있으니 한국처럼 쉽게 버리진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만큼은 아니더라도 버려지는 동물들의 수는 적지 않았다. 일본에서 2013년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개, 고양이는 18만 마리, 이 중 안락사 당한 동물은 약 13만 마리다. 국내에선 한해 약 10만 마리가 버려지고 이 가운데 절반이 안락사를 당한다. 일본 반려동물 수가 약 2,200만 마리, 국내는 약 1,000만마리로 추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버려지는 비율은 국내가 높지만 살처분 비율은 일본이 높다. 일본에선 보호소에 들어와 살처분 되는 기간이 평균 5일로 국내(10일)의 절반에 불과한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고은경의 반려배려

일본 도쿄 코이와역 인근 동물보호단체 알마가 운영하는 보호소에서 매주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오픈쉘터'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사람들이 찾아와 강아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은경 기자

유기견들의 ‘사토오야(里親ㆍ양부모) 찾기’ 행사에서 만난 자원봉사자에게 가격도 비싼데 왜 강아지들을 버리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라면서 “병에 걸리거나 나이가 많은 개들, 대형 혼혈견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귀여운 강아지일 때는 키우다가 병 들거나 나이 많아지면 버리는 게 우리나 일본이 똑같았다.

그렇더라도 버려진 동물들을 돌보는 행태는 다르다. 일본에선 자원봉사자들이 유기동물을 자신의 집에서 돌보며 도심 곳곳에서 열리는 양부모 찾아주기 행사에 참여한다. 국내에는 유기동물을 일정 기간 보호하는 ‘임시보호’가 있지만 주로 단기간인 경우가 많고, 또 임시보호자들끼리나 입양하려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자리도 많지 않다.

8년 전쯤 유기견을 발견하고 보호하면서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기 위해 온라인에 글을 올렸고, 입양을 원한다는 사람들의 가정을 방문해 개를 떠나 보낸 뒤에도 새 가족에게 계속 연락해주도록 당부해왔다. 구청 공고에 뜬 유기견을 데려오기 위해 도심과 한참 떨어진 보호소를 방문한 적도 있다. 국내 동물보호소들이 일본처럼 임시보호 등을 통한 시민 봉사를 적극 지원하고 도심에서 새 가족 찾아주기 행사를 연다면 버려진 동물들의 처지가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도쿄=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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