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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주의 협상가 문재인 vs 나르시시스트 승부사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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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주의 협상가 문재인 vs 나르시시스트 승부사 김정은

입력
2018.04.26 17: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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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ㆍ꼼꼼한 文대통령, 느리더라도 합리적 해결

직설ㆍ과시적 김정은, 단번도약ㆍ일괄타결 선호

文대통령, 나르시시스트 리더 트럼프 이미 경험

“위대한 대통령” 치켜세우고 지지 얻어내

27일 판문점에서 만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각각 원칙주의자,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로 통한다. 문 대통령은 상대에게 진심을 내보이고 묵직하게 원칙을 지키는 리더인 반면, 김 위원장은 스스로의 판단으로 의외의 결단을 내리는 승부사적 기질이 강하다. 정반대 성향인 두 정상의 조합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결정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26일 문 대통령의 키워드로 진솔함, 차분함, 꼼꼼함, 계획적임을 꼽았다.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겪던 지난해 6월 발표한 ‘베를린 구상’을 통해 북에 정상회담을 제안한 그의 평화기조는 이후 6차 핵실험 및 화성 15형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전세계가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와중에도 이어졌다. 현재의 정상회담 국면은 한반도에 전쟁만은 안 된다는 문 대통령의 완고한 원칙주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의원 시절 별명은 고구마다. 한 가지 문제에 몰입해 숙고하는 성격이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붙인 별명이다. 하지만 말과 행동은 느려도 그만큼 많은 요소를 고려해 사고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1987년 계엄령 시위 때문에 사법고시 2차 합격 소식을 경찰서 유치장에서 들은 문 대통령은 이후 사상검증을 하러 온 안기부 직원에게 전향을 거부해 사법연수원에서 차석을 했지만 판사에 임용되지 못한 일화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성격과 정반대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자기의 결단력에 의해서 위기를 돌파해나가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는 자기과시형, 자기애적 지도자상”이라며 “끊임 없이 위기를 조성하고 해결하는 스타일”이라고 분석했다. 즉흥적이고 급변하는 성격도 이와 맥이 닿아있다는 설명이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후 27세의 나이로 권좌에 오른 김 위원장은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처형하고 멘토였던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숙청하는 등 ‘학살자’라는 칭호까지 얻어가며 지금의 공고한 북한 최고지도자 자리를 쟁취해냈다. 김정은의 요리사로 알려진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ㆍ가명)는 김정일 위원장이 “정은은 나를 닮아서 호랑이처럼 믿음직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 위원장을 만나본 사람은 김 위원장을 직설적이고 솔직ㆍ담백하다고 표현했다”며 “매우 자신감이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도 회담 전 큰 글씨로 쓴 말씀자료를 가지고 오는데, 그걸 거의 보지 않고 이야기했다고 한다”며 “한반도 현안이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모든 상황을 소화시킨 듯 했다”고 전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참모들의 결정에 따르는 미숙한 리더는 아니라는 얘기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이미 김 위원장과 같은 스타일인 나르시시스트형 리더를 경험한 바 있다. 바로 지난해 6월 미국 백악관 정상회담장에서 처음 대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당시 백악관 만찬장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간파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치켜세웠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존경한다”며 화답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100%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문 대통령의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어디서 첫 만남을 가질까. 27일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평화의 집 앞에서 악수 하는 모습을 사진 합성으로 표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어디서 첫 만남을 가질까. 27일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평화의 집 앞에서 악수 하는 모습을 사진 합성으로 표현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두 정상의 차이는 외교 경험이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등 7개국 해외 순방으로 충분한 외교력을 갖췄다는 평을 듣지만, 김 위원장은 정상외교 경험이 지난달 25~28일 가진 북중 정상회담이 전부다. 다만 경험은 적어도 김 위원장이 첫 중국 순방 때 보여준 모습을 보면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진핑 주석과 만난 뒤 공개된 영상들을 보면, 주눅든 모습보다는 당당한 모습이 많다”며 “나름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보이고, 김 위원장의 태도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방남 때처럼 예의 바르고 필요할 땐 당당하고 도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을 차분히 수를 읽는 바둑기사 이창호로, 김 위원장을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바둑기사 유창혁에 비유하기도 한다. 탈북민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김정은이 정권을 잡고 난 후의 캐치프레이즈가 ‘단번 도약’이었다”며 “문 대통령은 법률가 스타일로 합리적으로 절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김 위원장은 ‘이렇게 합시다’라고 일괄타결을 좋아하는 승부사 기질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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