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지지율 압도적 1위 "국민들의 반 정치적 정서 영향
제2의 안철수 현상" 시각 불구 인물난 겪는 與상황 등 현실 맞물려
연말ㆍ연초 실시된 각종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압도적 1위를 보이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기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현실 정치에 대한 불신의 반작용, 즉 '제2의 고건, 안철수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인물난을 겪고 있는 여당의 현실을 감안하면 올 한해도 반기문 대망론은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제2의 안철수다’ VS ‘안철수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여론조사 수치만 보면 이전의 반기문 현상과도 다르다. 서울신문과 에이스리서치가 지난달 26~ 28일 실시한 조사에서 반 총장은 38.7%를 얻어 야권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9.8%), 박원순 서울시장(7.4%)이나 여권의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4.2%),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4.0%) 등을 압도했다. 경향신문ㆍ한국리서치의 지난달 27, 28일 조사에서도 반 총장(24.4%)은 박 시장(12.0%), 문 의원(10.6%), 김 위원장(5.7%)과 상당한 격차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정치권 해석은 극명하게 갈린다. 윤희웅 민 정치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일반 국민들의 반정치적 정서가 강하게 형성돼 있고 새로운 세력이나 제3의 인물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다는 반증"이라며 ‘제2 안철수론’에 무게를 뒀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제2의 안철수 현상으로 보면 된다"며 "국내 정치가 어떻게 해도 욕을 먹는 상황에서 좋은 말만 하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기대감이 쏠리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이전보다는 현실화 가능성이 더 있다"(야당 재선 의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결국 본인의 의지가 문제지만 반기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반기문 대망론이 여권을 중심으로 번진다는 점도 지속성을 담보하는 요인이다. 여권의 대선주자 대부분이 비박계라는 점에서 친박계가 견제용으로 반기문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도 없지 않지만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를 보면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야권 후보를 따라잡는데 벅찬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권 전체가 유례 없는 인물난을 겪고 있는 시점에 반 총장 카드가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을 여권에서도 계파를 떠나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이회창 이명박 박근혜 때와 비교할 때 당 역사상 이렇게 인물난에 시달린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정권 연장이라는 대업차원에서 '반기문 대망론'을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등 관전 포인트
차기 대권에 있어 현직 대통령의 입김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에 비춰 박근혜 대통령의 반 총장을 향한 시선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미국 방문에 나섰던 2013년 5월 이후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와 유엔총회 연설 등 주요 국제행사에서 반 총장과 수시로 조우했다. 반 총장도 대통령 취임식과 신년 인사를 잊지 않고 박 대통령에게 전화통화로 예를 차리고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자신과 분명하게 각을 세웠던 김무성 대표나 김문수 위원장 보다는 반 총장이 더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반 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외교부장관에 기용됐고 유엔 사무총장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야권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야당 의원은 "참여정부 사람으로 분류되는데 정치적 한다고 해도 역풍을 뚫고 새누리당으로 가겠느냐"고 내다봤다. 하지만 박 시장과 문 의원의 견고한 지지율이 계속되는 구도라면 반 총장이 야권에서 입지를 굳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외교 관료의 특성에 비춰보더라도 반 총장이 대권 의지를 굳힐 경우 야권보다는 여권과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임준섭기자 ljscogg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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