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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간암 치료의 가뭄 속 단비 ‘면역항암제’, 쉽게 치료하는 제도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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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간암 치료의 가뭄 속 단비 ‘면역항암제’, 쉽게 치료하는 제도 지원 절실

입력
2018.05.07 21: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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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형 간염 환자인 50대 직장인 김씨가 병원을 찾았다. 쉽게 피로를 느끼고 체중이 5㎏가량 빠졌을 때만 해도 늘어난 업무와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얼마 전부터 윗배 통증과 함께 혹이 만져지자 부인의 권유로 건강검진을 위해 내원한 그는 간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간암은 병이 상당히 진행됐음에도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침묵의 암’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에선 간암 사망률이 인구 10만명 당 21.5명으로 매우 높은 편으로, 전체 암 중 사망률 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국내에서는 매년 1만6,000명 정도가 새로 간암 진단받으며 이 가운데 76%가 간세포암이었다.

간암 치료법으로는 수술, 화학색전술, 표적항암제 등이 있다. 간암의 표준치료제로 사용되는 1차 간암표적치료제가 허가된 이후 많은 항암제가 간암에서 유효성을 입증하는데 실패하고 10년 만에 간암 치료제가 새로이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치료제 역시 기존 치료제와 같은 메커니즘의 약이기에 새로운 간암 치료제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면역항암제’가 2상 연구 결과만 가지고도 간세포암 치료제로 신속 허가를 받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1차 간암표적치료제로 치료를 실패한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연구 결과, 면역항암제는 종양 크기가 감소한 환자의 비율인 객관적 반응률이 14%로 나타나 기존의 표적치료제에 비해 높은 치료 반응을 입증했다. 특히, 면역항암제로 치료 받은 환자의 반응지속기간은 16.6개월로, 한 번 치료 반응을 보이면 그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기에 간세포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옵션이 제한적인 간세포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를 고려할 수 있게 된 것은 의료진과 환자에게 매우 희소식이다.

하지만 국내 간세포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는 아직은 ‘다가가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아직 국내 승인 절차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사전신청 요법 절차를 통해 일부 다학제 진료가 가능한 종합 병원에서 면역항암제가 간세포암 2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식 허가를 통해 제도권 내에서 이른 시일 내에 국내 환자들도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간세포암과 같이 중대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치료 분야에서 대체 치료법이 없는 등 의학적 요구가 큰 경우 2상 임상시험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인다면 더 신속히 치료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조건부 허가하고 있다. 간세포암 면역항암제는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해 조건부 허가를 받아 미국 캐나다 대만 등에서 새로운 치료 대안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허가가 되지 않아 국내 간암 환자들의 치료제 옵션이 제한된 상황이다.

치료 약제가 한정적이었던 탓에 간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는 ‘가뭄의 단비’와 같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종합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했고 ‘의약품 신속심사 적용 기준 가이드라인’과 같은 선진화된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치료 대안이 많지 않은 간암 환자에게 치료 지평을 넓혀줄 수 있는 계기가 하루 속히 마련되길 기대한다.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임호영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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