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지점 75층서 등반 중단
소방대원 수십 명 출동 소동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6일 오전 7시55분, 다급한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 수십여 명이 추락에 대비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주변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구조를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등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아무런 안전 장비나 등반 기구 없이 건물 외벽을 오르기 시작한 이 외국인은 2시간여 만에 지상에서 무려 320m 떨어진 75층에 도달했다. 123층 높이 555.7m인 롯데월드타워의 5분의 3되는 지점이다. 건물 외벽 유지 관리를 위한 장비인 ‘BMU’(건물외피접근 유압식장비ㆍBuilding Management Utility)를 75층에 대기시키고 있던 구조요원은 “등반을 중단하라”고 설득했다. 결국 외국인은 맨손 등반을 멈추고 구조요원 유도에 따라 장비에 탑승, 오전 11시6분쯤 건물 옥상에 안전하게 내렸다.
외국인의 정체는 알랭 로베르(56)씨. ‘스파이더맨’이란 별명을 가진 프랑스 암벽등반가이자 초고층건물 등반가였다. 로베르씨는 특별한 장비 없이 맨몸으로 초고층빌딩을 기어올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인사다. 2011년엔 높이 828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를 6시간 만에 올라 주목을 받았다. 또 아부다비 에티살라트(175m), 대만 타이베이101(509m), 홍콩 청콩센터(283m) 등을 맨손으로 올랐으며, 시드니와 런던, 상파울루 초고층 건물을 허락 없이 오르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로베르씨는 이날도 롯데월드타워 주차장에서 동료 외국인 2명이 소란을 피우며 롯데 측 보안요원 주의를 끄는 사이 건물 외벽을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클라이밍 여제’ 김자인씨는 지난해 5월 롯데월드타워 측 행사 요청으로 맨손 완등에 성공했으나 당시엔 안전장구를 착용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사고 없이 마무리돼 다행이지만 로베르씨가 사전 협의도 없이 도전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로베르씨는 체포 직후 “급진전하는 남북 관계를 기념하고자 이번 등반을 기획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로베르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한 뒤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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