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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코치의 야구화] ML 꿈 좇는 ‘박봉’ 심판의 탈권위와 진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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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코치의 야구화] ML 꿈 좇는 ‘박봉’ 심판의 탈권위와 진실성

입력
2017.09.0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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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마이너리그 심판 패트릭 페어버(왼쪽)와 로버트 타손.
미국 메이저리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마이너리그 심판 패트릭 페어버(왼쪽)와 로버트 타손.

마이너리그 선수 중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 확률은 7%라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미국 야구에서 마이너리거의 빅리그 데뷔보다 더 험난한 것이 바로 ‘마이너리그 심판의 메이저리그 데뷔’다.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웬델스테드 심판 스쿨의 통계에 따르면 마이너리그에는 총 225명의 심판들이 있는데, 이 중의 3%만이 7~10여 년 간의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 메이저리그 심판 꿈을 이룬다고 한다. 심지어 마이너리그 심판이 되는 과정도 어렵다.

애리조나 루키 리그 심판 로버트 타손은 “매년 300명 정도가 야구 심판의 꿈을 품고 심판 스쿨의 5~6주 과정에 도전하지만 이 중 20명 정도 만이 과정을 통과해 마이너리그 심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마이너리그 심판으로 발을 내딛는다고 해도 당장 좋은 대우가 보장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심판의 초봉 연봉이 12만달러(약 1억3,600만원)부터 시작된다. 경력이 많은 시니어 심판의 경우 35만달러(3억9,600만원)까지 치솟는다.

반면 마이너리그 심판의 대우는 매우 초라하다. 마이너리그의 가장 상위 단계인 트리플 A 리그의 심판 월급은 2,600달러(294만원) 정도다. 하위 리그로 갈수록 연봉은 낮아져 가장 낮은 루키 리그의 심판은 1,900달러(214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고 한다. 이는 시즌 동안만 지급되기 때문에 오프 시즌에는 다른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야 한다. 또한 마이너리거처럼 ‘메이저리그 감’이 아니라는 평가가 내려지면 심판들 또한 방출을 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은 배고픈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애리조나 루키 리그를 담당하고 있는 패트릭 페어버 심판은 “고등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초등학교 야구 경기 심판을 처음 봤는데, 점점 심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면서 “힘들지만 심판이라는 직업을 정말 사랑한다”고 말한다.

메이저리그는 주심 1명과 부심 3명 등 총 네 명의 심판이 경기를 담당하지만 마이너리그는 두 명이 맡는다. 비디오 판독도 없기 때문에 판정에 대한 실수가 메이저리그에 비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카고 컵스 루키팀 타격 코치 오즈민 멜렌데스는 “대부분 심판들이 경기 운영에 대한 권한을 갖고 권위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최대한 공정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한다”며 “간혹 오심을 내린 심판이 스스로 인정을 하고 해당 팀의 감독 혹은 선수에게 사과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 위치한 심판 육성 캠프에도 참가한 적이 있는 페어버 심판은 매년 이곳으로 전지훈련을 오는 SK로 인해 한국 야구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가끔 인터넷과 지인을 통해 한국 야구 소식을 접하는데 최근 불거진 심판과 몇몇 구단들과의 돈 거래 사건 역시 알고 있다고 했다.

페어버 심판은 “심판 스쿨의 과정은 야구 규칙 및 운영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매뉴얼을 따르고 프로페셔널하게 행동을 하라고 가르친다”며 “심판으로서 야구의 진실성을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중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만큼 야구 선수는 물론 심판도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 언제 어디서든 품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라는 꿈의 무대를 밟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하고 있는 마이너리그 심판들. 시즌을 치르면서 만나본 대다수 심판들은 야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야구 바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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