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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시리아에서 오바마가 한 진짜 실수

입력
2016.09.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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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8년 임기가 끝나감에 따라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대량학살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이 오바마의 ‘최악의 실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를 비판하는 이들이 내놓는 대안대로 했더라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많았을 것이다.

오바마를 깎아내리기에 바쁜 사람들은 시리아 내전 초기에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제거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당시 미국은 시리아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온건 세력을 뒤에서 지원할 수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최소한 오바마가 마지노선인 ‘레드 라인’을 설정만 할 게 아니라 아사드 대통령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때 무력개입하는 등 실제로 보여줬어야 했다고 말이다.

조기에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개입하지 못함으로써 오바마는 유엔이 지지하는 ‘민간인 보호 의무’ 즉 정부가 자국 민간인을 상대로 한 전쟁범죄를 방지할 책임을 회피했다는 말을 듣고 있다. 게다가 그는 러시아처럼 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외부 세력이 시리아 내부 갈등에 끼어들 여지를 줬다. 러시아는 민병대를 보내고, 전투기를 동원해 아사드 군부를 도왔다.

이 같은 비판은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데 내버려 둔 것을 비롯해 오바마가 시리아 정책에서 판단을 잘못한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 전문가들이 점점 더 많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간섭주의는 이라크나 리비아를 비롯해 여러 경우에서 파괴적이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전문가들, 정치인들, 대중은 좀 더 종합적으로 고려된 외교 정책을 지지해야 한다. 단기적ㆍ장기적 목표를 구분하고, 다른 나라뿐 아니라 미국 스스로에게도 지속적 이익이 되는 방법을 찾아 우선 순위를 정하고, 영향력과 논리를 적절하게 통합한 접근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시리아에서 그런 접근법을 사용하려면 그 중심에 아사드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존재한다. 오마마 정부는 초기에 아사드 대통령과 모든 연결을 끊고 그에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길 요구하도록 했는데 이 같은 결정은 시리아 정세에 대한 분석이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 정부는 결코 그런 실패의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2011년 오바마 정부는 ‘아랍의 봄’이 불러온 시리아의 반란(다들 광범위한 민주주의 운동으로 봤다)이 튀니지와 이집트에서처럼 아사드를 휘청거리게 할 거라고 판단했다. 아사드 정권이 하마, 홈스 그리고 알레포 같은 곳에서 잔혹한 반격을 시작했을 때조차도 미국 고위 관료들은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했던 것 같다. 아사드가 궁지에 몰렸고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흐름에 반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거로 여겼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미국과 다른 국가들은 아사드 정권을 고립시키려 애썼다. 그들은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을 규합하려 애썼는데 때로는 막대한 지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임시정부 수립과 민주적인 선거 시행을 촉구했다. 이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다. 그리고 정책 또한 잘못된 것이었다. 정확한 분석 없이는 좋은 정책 수립이 불가능하다.

시리아 위기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판단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은 금세 분명해졌다. 해외로부터 원조를 받는 수니파 급진 세력이 급속도로 ‘대중의 민주주의 운동’을 장악하게 된 것이 가장 명백한 근거였다. 이슬람국가(IS)라는 이 존재는 잔인한 독재자를 끌어내는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신 비신도와 변절자를 억압하고 극단적인 수니파 이슬람 칼리프를 수립하려고 했다.

시라아 외부 분석가들은 시리아에서 급진적 이슬람 세력 확대를 피할 수 없었으며, 이런 급진화가 일어난 건 미국과 같은 해외 강국들이 좀 더 일찍 더 강력히 간섭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변화는 아주 초기부터 발생했다. 사실 국제 후원자들은 아사드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진보한 민주적 연합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최소한 완전히 아니었다고 하진 않더라도 그런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반대파를 잘못 판단한 것 말고도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에 또 다른 치명적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다른 강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중요한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었다. 지하디스트가 시리아를 장악한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우려했다. 이런 우려 중에는 러시아 영토인 체첸에도 급진적 무슬림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이 모든 것을 묵살했다. 겉보기엔 러시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 인사들이 꼭 말해야 했던 어떤 것도 마음에 새기지 못하는 듯했다. 대신 미국 관료들은 러시아 측 상대에게 아사드 정권의 해악에 관해 설교하곤 했다. 그들은 러시아가 단순히 역사적으로 옳은 편에 있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사드처럼 끔찍한 독재 정권이라 해도 미국이든 러시아든 주권을 가진 국가를 전복시키는 것이 역사적으로 옳은 일일까. 적어도 시리아는 여전히 유엔 회원국이다. 리비아처럼 강제적인 정권 교체를 시도했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다시 한 번 기억해 볼 만하다.

전투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상류층 지식인들은 시리아에 무력으로 개입해서 민간인을 보호할 수 있었던 기회를 잃어버린 것에 대해 계속 괴로워한다. 하지만 실행할 수 있고 평화를 증진할 해결책을 제시하며 협상을 주도하지 못한 것이야말로 진짜 잃어버린 기회일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단지 자기를 정치적으로 보호하려는 것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생각을 바꾸면 입장을 번복했다며 비웃음을 산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심하다. 실패한 정책을 고집하는 것보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나쁜 선택이라고 여길 정도다.

다행히 기대할 만한 몇몇 수정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IS가 토대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군사협력 확대에 관한 논의를 깊게 하기 시작했다. 이번 협력이 복잡하고 황폐해진 사회를 미래에 어떻게 관리할지 계획하는 것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물론 이 시점에서 시리아 위기 이후 무엇이 나타날지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니파가 이끄는 새로운 국가일까, 여러 개의 새로운 국가일까. 심지어 중동의 지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 결과가 시리아 인근 국가와 국제 사회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이다. 시리아인들의 이익과 더불어 시리아 인근 국가와 국제 사회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대량 학살을 종식하고 장기간 평화를 만들어내는 데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덴버대 조세프 코벨 국제대 학장ㆍ국무부 전 차관보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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