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알바로 생계 20대 친모
다섯 살ㆍ세 살 딸 수차례 폭행
큰딸 의식 잃은 채 병원 실려가 발각
한 집 살게 된 부부도 학대에 가담
뜨거운 물 엎질러 화상 입히기도
지난 해 6월 인천의 한 대형병원에 A(당시 5살)양이 의식을 잃은 채 실려왔다. 몸 곳곳에서 화상 자국과 멍이 발견된 A양은 병원에서 뇌 손상과 가슴 타박상, 치아 손상, 발작, 둔부와 다리 화상 등 진단을 받았다.
병원 측은 A양의 상태를 보고 아동 학대를 의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가해자로 A양의 어머니 김모(28)씨를 지목해 구속했다. 김씨는 법원결정에 따라 A양에 대한 친권마저 빼앗겼다.
이른바 인천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 아버지에 대해 법원이 친권 행사를 정지하는 임시아동보호조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어린 딸을 상습 폭행하는 등 학대한 20대 여성의 친권을 박탈했다. 친부모라고 해도 사회적 관용도를 벗어난 과도한 폭력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정서를 법원이 수용했다는 분석이다.
4일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4년 9월 남편과 이혼한 뒤 서울 방화동 집에서 첫째 딸인 A양, A양과 두살 터울인 막내딸과 함께 살았다. 두 딸을 돌보느라 제대로 된 일을 구하기 어려웠던 김씨는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렸다.
김씨는 양육과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이자 두 딸에게 손대기 시작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A양을 자주 때렸다. 주먹과 발로 모자라 밥주걱 등도 동원했다. 막내 딸도 폭행을 당했다.
학대는 김씨가 경제적 문제로 교회에서 알게 된 장모(37·여)씨 가족과 한 집에서 살게 된 작년 4월부터 심해졌다. 장씨와 장씨의 남편은 인천 서구의 한 집에 살면서 두 딸을 폭행하는 김씨를 말리기는커녕 학대에 가담했다.
장씨는 뜨거운 물을 엎질러 A양을 다치게 하기도 했다. 김씨는 A양이 화상을 입었지만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았다. 장씨는 “애 엄마(김씨)가 라면을 먹이려고 물을 끓이다 A양에게 엎질렀다”고 화상을 입힌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장씨가 A양에게 물을 엎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A양 자매와 달리 장씨의 아들딸은 학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지속적인 폭행을 당한 A양은 결국 쓰러져 의식 불명이 되고서야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참 동안 의식을 찾지 못한 A양은 현재 외상치료를 끝내고 동생과 함께 인천의 한 아동보호기관에 머물면서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양 자매는 밥을 굶거나 감금되는 피해는 입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A양이 신체적 상처는 다 나았으나 심리적으로는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며 “시설에 위탁돼 치료를 받으면서 점점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와 장씨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 중상해) 등의 혐의로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는 검찰이 지난해 10월 기소와 함께 제기한 친권 상실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친권을 박탈 당했다.
인천지법 가사1부(부장 안동범)는 최근 김씨에게 친권 상실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딸에게 한 행위는 친권을 남용해 아동 복리를 현저히 해치는 것으로 적절하게 친권을 행사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친권을 잃은 김씨는 최근 법정에서 학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훈육 차원에서 때렸다. 딸을 심하게 다치게 할 고의성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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