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흥수 기자

등록 : 2017.08.01 17:59
수정 : 2017.08.01 18:00

암석폭포 향해 첨벙첨벙…미약골 계곡 트레킹

수타사 생태숲도 서늘한 그늘...무더위 날려 줄 홍천의 두 계곡

등록 : 2017.08.01 17:59
수정 : 2017.08.01 18:00

‘가급적 야외 활동 자제’, 폭염특보 문자가 수시로 날아드는 더위에 산행을 해도 괜찮을까.

발목까지 잠기는 물길을 첨벙대며 차가운 계곡을 오르는 트레킹이나, 그늘 짙은 오솔길 산책이라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홍천 미약골과 수타계곡은 잠시나마 한여름의 더위를 씻을 수 있는 곳이다.

홍천 서석면 미약골 계곡은 이정표 3개 외에 어떤 편의시설도 없는 원시 계곡이다. 홍천=최흥수기자

미약골, 원시계곡 초록 물줄기에 무더위 싹

홍천 미약골은 2012년 6월 자연휴식년제가 해제된 이후 알음알음 알려졌지만, 정식으로 관광지나 산행코스로 개발되지 않아 원시의 모습을 간직한 계곡이다. 10여대를 댈 수 있는 주차장과 소규모 공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편의시설도 없다.

서석면에서 내면으로 이어지는 56번 국도 중턱에 위치한 계곡 입구는 해발 500m, 지난달 27일 서석면소재지를 지날 때만 해도 27℃를 가리키던 차량 온도계는 이 지점에 이르자 23℃로 떨어졌다. ‘미약골 테마공원’이라고 쓴 입구로 들어서자 바로 어둑한 그늘이다. 청량한 물소리가 하늘을 덮은 숲으로 퍼져 서늘함이 감돈다. 계곡에 발을 담글 필요가 없을 정도다. 누울 수 있게 만든 10여개의 길다란 의자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 세상 부러울 것 없는 피서지다. 밭일을 하는 인근 주민들도 한낮 더위를 피하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계곡 입구 테마공원만 해도 훌륭한 피서지다.

미약골 암석폭포까지는 10여 차례 계곡을 건너야 한다.

물에 빠지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아예 발을 담그는 편이 낫다.

등산로는 자연스럽게 생긴 산길에 가깝다.

등산로는 공원 상류에서 물길을 따라 연결된다. 그 옛날 미약동이라 불렀다는 것 외에 ‘미약골’이란 지명에 대한 내력은 분명하지 않다. 1970년대 초반까지는 약 30가구가 계곡 자투리 땅에 콩과 옥수수, 깻잎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계곡 주변에 초소처럼 쌓은 돌무더기가 그들의 집터였다. 1968년 울진ㆍ삼척무장공비 침투 사건 이후 화전민들은 대부분 인근 서석면 소재지로 이주했다. 등산로 입구에는 ‘홍천강 발원지’라는 대형 표지석이 서 있다. 홍천강은 이곳부터 홍천과 춘천의 골짜기를 두루두루 적신 후 가평에서 북한강 청평댐으로 합류한다.

등산로는 오가는 발길에 자연스럽게 생긴 산길이라 하는 편이 더 적합한 수준이다. 물길을 따라 연결된 길은 수 차례 계곡 양편을 오간다. 나무나 철제 다리는 고사하고 든든한 징검다리 하나 없다. 등산객들이 임시방편으로 던져 놓았을 작은 돌덩이가 길인 듯 아닌 듯 자연스럽게 발길을 유도한다. 일부는 단단하게 고정되지 않아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물에 빠지지 않으려고 바동거리기보다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속 편하다. 처음이 어렵지 한번 망가지고 나면 한결 편해진다. 발목이 잠길 정도로 깊이도 적당하고, 신발 속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계곡물이 결코 싫지 않다.

전체적으로 길이 완만한 편이지만, 계곡을 건너기 전후로 몇몇 곳에서는 제법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처음에 엇비슷하던 길과 계곡의 높이 차이가 오를수록 커지지 때문이다. ‘암석폭포 330m, 미약골 휴게시설 1,170m’ 이정표를 지나고부터는 아예 계곡을 따라 걷는 편이 더 쉽다. 이른바 계곡 트레킹이다. 좁은 계곡 양편으로 습기를 머금은 바위에는 초록 식물들이 늘어져 신비로움을 더한다. 계곡으로 걸어야 하는 결정적 이유는 바로 암석폭포 때문이다. 이정표에 유일하게 표시된 기준점이자, 산행도 대개 이곳을 반환점으로 잡는다. 그래서 기대가 높아지지만, 등산로만 따라가면 폭포 위를 통과하기 때문에 지나치기 십상이다. 용케 안내판을 발견해도 막상 폭포를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높이와 폭이 각각 5m 정도에 불과해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고, 위에서 내려다 봐서는 시원함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폭포로 오르는 계곡에도 원시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폭포의 크기에 비해 물소리가 크고, 서늘함이 온몸을 감싼다.

계곡 자체도 햇볕 한줌 들어오지 않는 그늘이다.

반면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폭포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좌우로 휜 물길에 감춰졌던 폭포가 숲 속 보물처럼 갑자기 하얀 물줄기를 드러낸다. 양편으로는 제법 큰 바위절벽이 이어지고, 위로는 폭포에 뿌리를 내린 듯 녹음 짙은 숲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입체적으로 계곡에 퍼지는 물소리까지 더해 암석폭포의 청량감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주변 바위에 앉아 조였던 신발끈을 풀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면 물줄기가 쏟아내는 바람이 무더위를 싹 날린다.

이정표에는 미약골 입구에서 암석폭포까지 1.5km로 표시돼 있지만, 하산 길에 걷기 앱을 실행해 본 결과 2km가 조금 넘었다. 유일한 길잡이인 이정표도 부실한 만큼 미약골 트레킹을 즐기려면 안전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안전시설이 전무하다는 말과 같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위험을 알리는 방송시설도 없고, 계곡을 조금만 오르면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는다. 119를 불러도 가장 가까운 서석면 소재지에서 20분 이상 걸린다. 비 예보가 있는 날엔 아예 들어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수타사 산소길, 생태 숲 그늘 따라 평온한 산책

반면 홍천읍에서 약 10km 떨어진 수타사 산소길은 힘들이지 않고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수타사는 유명세에 비해 화려하지 않아 오히려 정감 가는 사찰이다.

본당인 대적광전도 자그마한 절간 같은 느낌이다.

수타사(壽陀寺)는 영서지방을 대표하는 사찰이지만 겉모습은 아주 소박하다. 1992년 완공한 원통보전을 제외하면 조선 중기에 지은 본당인 대적광전과 바로 앞의 흥회루 누각, 일주문을 대신하는 봉황문 등은 규모가 크지 않고 단층이어서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평지에 지은 사찰이 주는 편안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럼에도 공작산(887m)에서 내려다 보면 공작이 알을 품은 둥지라고 자랑하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당 사찰로 알려졌다. 홍천에서 태어난 조선 세조의 왕비 정희왕후의 태실도 이곳 어디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타사의 평온함은 사찰을 둘러싼 ‘공작산 생태숲’까지 고루 퍼져 있다. 우선 사찰 주변은 누구나 편히 돌아볼 수 있는 공원으로 꾸몄다. 연 잎과 개구리밥 가득한 생태연못에는 새끼 원앙이 한가로이 헤엄치고, 자생 식물로 꾸민 정원에는 나리와 원추리, 보라색 도라지와 무궁화를 닮은 부용이 한창이다.

수타사 앞 공작산 생태 숲.

생태연못에서 한가로이 노니는 새끼 원앙.

생태숲의 진짜 매력은 수타계곡을 돌아오는 3.8km 산책로에 있다. 이름하여 ‘수타사 산소길’이다. 산기슭을 따라 낸 길은 높낮이가 거의 없다. 활엽수와 침엽수가 고루 섞인 산책로 전 구간이 짙은 나무 그늘이고, 계곡 물소리도 시원하다. 평탄한 길은 계곡을 건너는 ‘귕소출렁다리’까지 이어진다. ‘귕’는 소여물통을 일컫는 지역 사투리로, 바로 아래 물에 닳아 움푹 패인 바위가 꼭 여물통을 닮았다는 데서 붙인 이름이다. 출렁다리를 건너 수타사로 돌아오는 길도 평지는 아니지만 걷기에 힘들지 않다.

주차장에서 수타사로 들어가는 길.

산기슭의 산책길도 온통 짙은 그늘이다.

수타계곡의 귕소출렁다리.

암반이 패인 모습이 ‘귕(소여물통)’을 닮았다 해서 귕소로 부른다.

생태숲 산책로에서 만난 다람쥐.

수타사는 훈민정음으로 지은 최초의 불교서적인 ‘월인석보(권17~18)’와 동종 등 보물과 다수의 강원도 지정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차 요금과 문화재 관람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다른 관광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인심이다.

홍천=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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