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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 칼럼] 한국보수는 변하고 있는가

입력
2016.01.3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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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지 아틀란틱지의 편집장 프럼은 최근 호에서 2016년 ‘공화당의 지진’이라는 평론을 기고했다. 그 요지는 미국 공화당 지도부가 정치 지평의 변화 파악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공화당 지도부가 지난 대통령 선거 실패 원인을 소수인종의지지 획득의 실패에 있다고 보고 이번 선거에서는 소수인종 지지에 중점을 두었지만 현실은 예상 밖으로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은 전통 백인 중간층의 등장으로 공화당 내부 지지세력 간의 분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미 공화당 지지층은 상부부유층으로 대변되는 경제 보수주의와 종교 낙태 동성애 문제에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사회적 보수의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심화된 세계화 속에서 사회적 보수 세력의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대부분 대학중퇴 이하의 교육을 받고 기술 수준이 낮은 이 계층은 세계화로 이득을 본 상부 부유층과 정반대로 이민자 증가를 반대하며 중산층의 지위 상실에 불안해 한다. 부자에 대한 증세와 이민자를 막자는 트럼프는 이들에게 새로운 우상이다. 전통적으로 자유주의를 부르짖는 미국사회조차 지속되는 세계화 속에서 공화당에 새로운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보수는 어떠한가. 한국보수 세력은 지역보수, 북한보수, 국가주의 보수, 시장주의자 보수, 감성적 보수 등 여러 그룹이 중심이 없이 각생하고 있다. 지역보수는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지지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북한 보수는 북한을 공산세력. 침략세력 및 불신세력으로 보는 그룹이다. 국가주의는 개발독재를 경험하고 이에 대한 향수를 느끼면서 국가의 경제ㆍ사회 개입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시장주의자들은 외환 위기 이후 세계화 가운데 형성되어 국가 개입을 부정적으로 보며 개인과 기업의 자율성의 존중을 중시한다. 감성적 보수는 어느 정도의 소득 수준을 유지하면서 보수 정권에 대한 적극적 지지보다 소위 진보 세력에 대한 본능적 혐오를 가지고 있다.

한국 보수는 이와 같이 미국 보수보다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 특히 한국보수에는 정반대 국가주의자와 시장주의자가 공존한다는 점과 지역보수주의가 있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또한 북한보수주의와 지역보수주의 및 감성적 보수주의는 보수 정권에 대한 맹목적 지지를 보낸다는 의미에서 묻지마 보수주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세계화 속에서 어떤 변화를 겪어왔을까. 북한 보수주의는 세계화 속에서 점증하는 소득 불균등과 양극화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가 없는 묻지마 보수의 전형으로 남아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의 행태로 이들의 생각은 더욱 굳어질 것이다.

시장주의자는 비교적 이 변화에 잘 적응해온 그룹으로 현상유지에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국가주의자들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국가에 대한 기대가 있었으나 이후 경제에 대한 국가의 역할에 대해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실망한 만큼 아직도 국가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할 것이다.

지역보수주의는 냉엄하게 몰려오는 세계화의 경제적 충격 속에 어느 정도 균열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호남 지역주의는 이미 균열을 보이고 있고 이 균열의 충격이 영남 지역주의를 어느 정도 자극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만 영남지역주의는 적극적으로 이익을 본 지역주의라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총선의 경우 세계화의 영향에 따라 묻지마 지역주의로부터 탈피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감성적 보수주의의 범주 속에는 중산층과 중상층 계층이 대부분으로 각 소그룹에 소속된 개인과 가족들의 경험에 따라서는 일방적인 보수적 경향에 변화를 가져올 수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위 진보 세력들의 정책과 성향에 따른 큰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한국보수는 다양한 구성 속에 같은 정치적 지향의 근거를 공유하고 있지 않고 정권 지향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 보수정권의 유지 기반은 갑자기 전체 기반이 무너지지 않은 바로 이 다양성에 있는지 모른다. 이런 가운데 세계화의 심각한 영향은 이제 그 시작 단계에 있다고 보여 진다.

미국 워싱턴대 잭슨스쿨 한국학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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