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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떠난 서울로7017길… 주변 골목마다 숨은 이야기 들썩

입력
2017.04.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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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 보행로 내달 개장

체육시설 머문 손기정체육공원

‘달리기 성지’ 가치 재발견 한창

중림로 450m 문화거리도 추진

약현성당ㆍ서소문역사공원 눈길

100여년 역사 염천교 제화거리

남대문 시장ㆍ남산 가는 길도 활기

서울역 서쪽 지역의 가장 중요한 역사문화 콘텐츠 중 하나인 손기정체육공원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손기정ㆍ남승룡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 크리에이터 8명이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역 서쪽 지역의 가장 중요한 역사문화 콘텐츠 중 하나인 손기정체육공원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손기정ㆍ남승룡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 크리에이터 8명이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우리나라 최초의 글로벌 스타 손기정 선수뿐 아니라 베를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남승룡 선수도 함께 재조명해보는 건 어떨까요.”

“‘손기정 기념관’과 ‘손기정체육공원’이 있는 만큼 달릴 공간을 마련해 이곳을 ‘달리기 성지’로 만들어봅시다.”

지난 5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33-202번지. 지역주민 거점공간으로 서울시가 마련한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2030’ 청년 8명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다음달 개장하는 도심보행로 ‘서울로7017’ 브랜드를 재능기부로 디자인한 오준식 총괄디자이너의 지휘 아래 손기정체육공원의 역사적 의미와 공간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른바 ‘손기정ㆍ남승룡 프로젝트’다.

서울역 서쪽 지역 만리동에 자리 잡은 손기정체육공원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한 손기정 선수를 기념한 공원이다. 그의 모교인 양정고가 1987년 양천구 목동으로 이전된 자리에 공원을 조성하고, 내부에는 그를 기리는 기념관도 세웠다. 하지만 ‘손기정’과 ‘달리기’라는 아이덴티티는 찾아볼 수 없고 축구장과 테니스장 등 일부 체육시설을 이용하고자 하는 지역주민의 발길만 이따금 이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시의 뉴딜일자리사업으로 뽑힌 청년 크리에이터들이 이 공간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는 데 투입됐다. 손기정체육공원을 ‘달리기 성지’, ‘러너들의 아지트’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내달 20일 개장을 앞둔 서울로7017로부터다. 1970년 태어나 2017년 보행길로 재탄생하게 된다는 의미를 이름에 담은 서울역 고가도로의 새 이름 서울로7017은 차가 떠난 길을 ‘사람길’로 바꾸는 첫 시도다. 서울로7017을 사람이 ‘지나가는 공간’에서 ‘머무는 공간’으로 바꾸고, 이곳에 모인 활력을 주변 지역으로 퍼뜨리는 것이 과제다.

이주영 서울시 서울역재생지원팀장은 “많은 사람들이 거닐고 찾아오게 하려면 볼거리와 역사적 의미가 골목골목마다 숨어있어야 한다”며 “특히 서울역 서쪽 지역의 경우 손기정체육공원이 손 선수의 명성에 비해 방치돼 있어 이곳의 가치를 재조명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발길을 막고, 서울역의 동서를 끊고 있던 서울역 고가가 서울로7017로 탈바꿈되면서 서울역 인근 지역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우선 중구 중림동이다. 중림동은 서울역 개통 이후 대표 물류 중심이자 상권이었다. 하지만 서울역 고가로 인해 동쪽 지역과 단절되면서 상권은 공동화되고 지역은 활력을 잃었다. 시는 서울역 뒤편 서부역부터 충정로역까지 이어지는 중림로 450여m를 ‘중림로 보행문화거리’로 조성할 계획이다. 중림로를 따라 좌우로 각각 손기정체육공원과 약현성당, 가톨릭 순교지인 서소문역사공원 등 역사문화자원이 많은 데 따른 것이다. 1892년 최초의 서양식 벽돌 건물로 세워진 약현성당과 성당 신자들을 위해 1971년 지어진 복도식 주상복합 아파트 성요셉아파트를 묶어 ‘성요셉 문화거리’도 만든다. 상가와 주거지가 뒤섞인 성요셉아파트 1층에는 이미 지난해부터 청년들이 들어오면서 변화가 움트고 있다. 커피전문점 ‘커피방앗간’과 디자인 사무실 ‘ㅋㅋ랩’, 미용실 ‘글래드’ 등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 주민 의견 수렴 및 구체적인 사업 실행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중림동 주민활성화 추진단’이 꾸려져 지난해만 7번의 워크숍을 가졌다.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염천교 제화거리도 들썩이고 있다. 6ㆍ25 이후 미국 군화 원료로 구두를 제작하면서 수제화의 시초가 됐지만 현재는 명맥만 유지 중인 이곳은 서울로7017 개장에 맞춰 부활을 노리는 중이다. 건물 내 빈 점포를 청년 디자인 공방과 박물관으로 운영하고 구두 제작부터 판매까지 디자인과 생산, 판매를 일원화한 원스톱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10일 오후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행길로 리모델링하는 ‘서울로7017’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다음달 20일 개장하는 서울로7017은 1,024m 길이로 645개 화분과 2만4,000여 그루 꽃과 나무가 들어선다. 쇠락한 주변 지역 재생에 서울로의 개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인기 기자
10일 오후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행길로 리모델링하는 ‘서울로7017’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다음달 20일 개장하는 서울로7017은 1,024m 길이로 645개 화분과 2만4,000여 그루 꽃과 나무가 들어선다. 쇠락한 주변 지역 재생에 서울로의 개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인기 기자

오랫동안 개발이 제한되면서 뒤처진 회현동 일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민협의체를 구성해 서울로7017을 남산까지 이어 주변 지역의 가치와 매력을 발견하는 일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보행활성화전문가인 신행우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 코디네이터는 “오래된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게 아니라 리모델링하고 공공의 재산, 역사적 자산으로 재창조해 누구나 오고 싶어하는 마을을 만들려는 주민들의 참여 의지가 높다”고 말했다. 인근 명소인 남대문시장의 시설 현대화를 통한 명품 시장 조성사업도 탄력을 받게 된다.

이를 포함한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활성화 실행계획은 이달 말 주민 합의 하에 마련된다. 6월 말 주민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반영한 후 시의회와 관계기관 협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서울로7017로 인해 주변 지역까지 보행이 활성화되면 이 길을 따라 가로상권이 활성화도 기대돼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기회를 활용할 지 즐거운 고민에 놓이기도 했다.

백해영 서울역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지속가능한 도심 재생을 위해 사회적경제를 조성하고 청년층 유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낼 예정“이라며 “동시에 주민들의 쾌적한 주거공간으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다음달 개장을 앞둔 서울로7017의 모습. 난간에 사람의 발 모양을 형상화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서울시 제공
다음달 개장을 앞둔 서울로7017의 모습. 난간에 사람의 발 모양을 형상화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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