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최순실씨 구속이 기정사실화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검찰이 최씨에게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나 공무상기밀누설 혐의를 적용할 경우 원인을 제공한 박 대통령도 실정법 위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기밀 문건 유출에 대해 “내가 줬다”며 사실상 혐의를 시인한 상태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해서도 청와대가 재벌을 압박해 모금한 사실을 박 대통령이 묵인하거나 동조했다면 직권남용죄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을 강제 수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와 학계에서 논란이 팽팽하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건은 ‘형사 소추’의 범위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형사 소추에는 수사도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하는데 기소하지 않는 수사는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다수 헌법학자들은 “헌법 명문상 형사상 기소를 못한다는 취지이므로 수사는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헌법학자이자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도 자신의 저서에서 “시간이 지나면 증거 수집이 어려우므로 대통령 재직 중에 행해진 범죄행위는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응해야만 조사가 가능하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결국 이 문제는 박 대통령이 직접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번 사안은 이전 정권의 친ㆍ인척, 측근 비리와는 달리 대통령 본인이 직접 연루됐다는 점에서 훨씬 심각하다. 최씨가 재단 설립에서부터 대통령 연설문, 경제, 문화 등 온갖 분야의 국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사람이 박 대통령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박근혜 게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은 최씨가 국정 시스템을 유린하도록 허용한 박 대통령에게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 농단에 얼마나,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따라서 진솔한 사과와 함께 진상과 책임 규명에 적극 협조하는 게 국정 지도자로서의 올바른 자세다. 인적 쇄신만으로 지금의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성난 민심을 수습하는 첫걸음은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결자해지의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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