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방금 쿠키 삼킨 당신, 정말 당 떨어졌나요?

입력
2016.07.06 04:40
0 0
자신이 하루에 먹는 당류의 양을 각설탕 개수로 환산해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설탕범벅은 내 우울감과 싸워줄 낭만적 구원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이 하루에 먹는 당류의 양을 각설탕 개수로 환산해 확인하는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 설탕범벅은 내 우울감과 싸워줄 낭만적 구원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게티이미지뱅크

인생에 쓴맛만 넘쳐서일까. 도처에서 단맛 탐닉이다. 아침에 몸 생각하며 요거트 한 개, 오늘 하루도 벅찰 테니 출근길 디톡스 음료 하나, 점심식사 후 동료들과 커피 한 잔, 찌뿌둥한 오후에 머리를 굴리려면 쿠키와 믹스커피 한 잔, 나를 미치게 하는 거래처 전화에 속풀이 탄산 한 캔, 저녁엔 오늘도 버텨낸 나에게 토닥토닥 타르트 한 조각. 무심결에 몸에 쏟아 부은 당류만 계산해보자. 각각 20g, 25g, 22g, 15g, 6g, 17g, 27g로 총 132g. 무려 각설탕 44개 수준이다. 우리나라 당류 섭취 권고량은 50g(하루 총 2,000kcal 소비 성인기준) 이내. 세 끼니는 적지도 못했는데, 벌써 권고량의 세 배를 향해간다.

맘모스 사냥도 안하면서?!

애먼 설탕을 독성물질 취급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가공식품 등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과잉섭취에 대한 자각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3년 국민 1일 평균 당류 섭취량은 72.1g으로 2007년 59.6g에서 20.9% 증가했다.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35% 늘었다.

설탕 등 당류를 좋아하는 성향을 의학적 ‘중독’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지만 중독에 대한 우려는 줄곧 제기된다. 세계 각국이 설탕세를 검토하며 당과 이별하기 위한 사투를 시작한 이유다. 역사학자인 게리 크로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석좌교수와 로버트 프록터 스탠퍼드대 교수는 책 ‘우리를 중독시키는 것들에 대하여’에서 “인간이 설탕범벅 식품을 만들고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한 세기 전부터”라며 근래의 설탕섭취 방식이 역사적으로도 이례적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은 기본적으로 단맛에 끌린다. 선사시대부터 단맛이 나는 식물과 과일은 먹어도 되는 음식, 즉 생존 확률을 높여주는 음식이라는 정보가 각인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단것을 잔뜩 먹어왔다. 문제는 수렵, 채집, 사냥에 에너지를 쓸 일이 없는 오늘날 되레 단 것을 더 쉽게, 더 많이 탐닉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두 교수의 지적처럼 설탕을 끓이고 부풀리고 태워서 지방, 당분, 염분을 보기 좋게 농축한 간식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아름답게 진열되는 “포장된 쾌락의 혁명”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사탕 등이 기념일의 핵심 요소가 된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사탕 등이 기념일의 핵심 요소가 된 것은 19세기 이후의 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들은 육체를 움직일 일이 없는데도, 초코바를 먹고 싶어 하는 성향을 “우리 안의 침팬지가 표현된 것”이라고 정의한다. 우리는 어지간한 의지를 발휘하지 않고서는 단맛을 탐닉하는 침팬지를 길들이기 어렵다. 농축된 당분이 만드는 엔도르핀의 안락함이 지속적으로 뇌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교란하고, 자극 기대치를 높이는 래칫 효과(ratchet effectㆍ수준이 한번 올라가면 다시 내려가지 않는 효과)가 계속되면, 과일과 채소의 은은한 단맛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초코 케이크가 “사과를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다.

‘디저트 중독자’였던 ‘설탕 없이 살기로 했다’의 저자 니콜 모브레이는 “설탕에 대한 집착은 주로 사회적 조건화의 탓이고, 마케팅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한다. 크리스마스, 생일, 우울한 날이면 으레 단 것을 먹어야 한다는 대전제가 마케팅에서 비롯됐고, 우울하다는 이유로 깨문 설탕범벅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탄수화물, 더 많은 설탕을 필요하게 만들 뿐이라는 얘기다. 모브레이는 설탕을 끊기로 2년째 노력한 결과, 과체중, 감정기복, 다크서클, 불면증 등이 사라졌다는 체험기로 영국에서 주목 받았다.

2년 넘게 설탕 끊기에 도전한 니콜 모브레이는 "인체는 액상과당을 진짜 음식으로 인식하지 못해 아무리 먹어도 뇌의 허기를 조절하는 스위치가 꺼지지 않는다"며 "계속 먹고 먹고 또 먹게 되면 혈당치가 치솟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인슐린이 분비돼 다시 허기를 느끼기도 전에 '당 떨어진' 상태가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2년 넘게 설탕 끊기에 도전한 니콜 모브레이는 "인체는 액상과당을 진짜 음식으로 인식하지 못해 아무리 먹어도 뇌의 허기를 조절하는 스위치가 꺼지지 않는다"며 "계속 먹고 먹고 또 먹게 되면 혈당치가 치솟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인슐린이 분비돼 다시 허기를 느끼기도 전에 '당 떨어진' 상태가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설탕 없이 맛있게

탐닉을 절제된 향유로 바꿀 요량이라면, 식단에서 우선 줄여야 할 것은 정제설탕이다. 흔히 ‘당을 줄여야 한다’고 할 때 일컫는 당에는 ▦혈액에 빠르게 녹으며 체내 비타민과 미네랄 등을 소비하는 정제설탕 ▦정제설탕보다 GI(Glycemic Index 혈당상승 정도)는 낮지만 체내 소비 방식이 유사한 꿀, 메이플시럽 등 ▦정제설탕보다 GI가 낮고 섬유질 등 영양소가 풍부하지만 당질이 포함된 과일류 ▦백미, 빵, 국수처럼 GI가 높아 혈당을 끌어올리는 탄수화물류 등이 있다.

첫 걸음마는 ‘설탕 등 첨가당 줄이기’ 단계다. 요리연구가이자 ‘당을 끊는 레시피’ 저자인 허지혜 마음푸드스타일 대표는 설탕 없이 단맛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묻자 “채소와 과일, 새우나 게 등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단맛과 감칠맛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탄수화물 줄이기가 목적일 때는 과일 당질도 혈당을 올리는 만큼 상대적으로 덜한 채소 활용”을 권한다.

허 대표는 국물 요리에 설탕 대신 수국차와 감초를 활용한다. 물 1컵에 수국찻잎 2, 3잎을 넣고 우려내면 국물요리에 단맛을 더하거나, 음식을 조리고 볶을 때도 쓸 수 있다. 알아챌 만한 향이 없는 데다 피로둘신이란 성분 덕에 단맛이 난다고. 그는 “체내 흡수율이 0.1%도 안돼 당뇨병에 쓰이기도 하며 사포닌, 루틴, 게르마늄, 필로류신 성분이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감초는 레몬과 함께 간장에 넣고 20분간 끓인 후 체에 걸러, 한번 더 감초를 넣고 끓이면 살짝 달큰한 맛이 도는 맛간장이 된다.

채소로 단맛을 내는 방법에는 채소 육수 만들기와 양파 이용하기가 있다. 먼저 배추, 무, 양파, 당근, 파, 양배추 등을 잘게 잘라 자작할 만큼 물을 붓고 맛이 우러날 정도로 푹 끓여낸다. 이걸 모두 갈아 체에 국물을 걸러내면 훌륭한 단맛이 난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쓰면 된다. 양파로 단맛을 낼 때는 팬에서 양파를 볶다가 아주 조금씩 물을 넣어가며 진한 금빛이 될 때까지 볶으면 된다. 그대로 요리에 써도 되고 갈아서 써도 좋다. “양파 활용법은 단맛과 감칠맛이 다 살아나기 때문에 적극 추천해요. 맑은 국물 요리를 제외하고 모든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영국의 전직 패션모델인 엘라 우드워드는 기립성빈맥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게 된 일을 계기로 무설탕, 무유제품, 무글루텐, 무육류 식사법을 실천하고, 이를 공유하는 블로그를 운영해 SNS스타(@Deliciously Ella)가 됐다. ‘엘라처럼’이란 제목으로 최근 번역 출간된 책에서 그는 설탕 대신 풍미를 더하는 식재료로 허브, 향신료, 시나몬, 강황, 파프리카 파우더, 견과류 등을 꼽았다. 피칸, 잣 등 견과류를 구우면 캐러멜과 비슷한 향이 나고, 빻아서 수프나 샐러드에 뿌려도 좋다는 설명이다.

설탕 등 첨가당 대신 전천후 식재료인 견과류와 씨앗을 적극 활용하면 좋다. 브라질너트나 캐슈너트 등을 루콜라, 바질, 레몬즙, 올리브유, 소금, 후추와 함께 갈아 만든 ‘루콜라 페스토 파스타’. 알덴테북스 제공
설탕 등 첨가당 대신 전천후 식재료인 견과류와 씨앗을 적극 활용하면 좋다. 브라질너트나 캐슈너트 등을 루콜라, 바질, 레몬즙, 올리브유, 소금, 후추와 함께 갈아 만든 ‘루콜라 페스토 파스타’. 알덴테북스 제공
가지에 올리브유, 말린 허브, 소름, 후추를 뿌려 구워낸 뒤 시금치 등을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가능한 따뜻한 샐러드가 된다. 알덴테북스 제공
가지에 올리브유, 말린 허브, 소름, 후추를 뿌려 구워낸 뒤 시금치 등을 곁들이면 한 끼 식사로도 가능한 따뜻한 샐러드가 된다. 알덴테북스 제공

문제는 혈당수치야!

전문가들은 건강한 식사를 위해 칼로리 못지않게 유의해야 할 것은 혈당치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 요리전문가 야나기사와 에이코는 “혈당치가 상승하면 체지방을 합성하는 호르몬이 도는데, 이 상승이 급격하거나 빈번하면 체지방이 쉽게 늘어난다”며 “평소 비만이 문제라면 식사에서 가급적 밥, 빵, 면 등 탄수화물의 비율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가 ‘다이어트 반찬 81’에서 추천하는 저탄수화물 영양식은 만두피 대신 양배추를 피로 활용한 ‘양배추 고기만두’, 면 대신 길게 썬 애호박을 활용한 ‘애호박 파스타’ 등이다. 양배추 고기만두는 물에 적셔 랩으로 느슨하게 감싼 양배추를 전자레인지로 3분간 익힌 뒤 사방 6㎝ 크기로 잘라 물기를 제거해 피로 쓰는 방법이다. 양배추 심 부분을 잘게 썰고, 다진 돼지고기, 양파에 소금, 간장, 참기름을 살짝 넣어 완성한 소를 미리 잘라둔 양배추 잎으로 감싸고 전자레인지나 찜솥에 익히면 완성이다. 애호박 파스타는 감자칼로 애호박을 파스타면처럼 길게 썰어 준비한다. 프라이팬에 올리브유와 얇게 저민 마늘을 넣고 중불로 익히다 마늘 향이 올라오면 애호박, 자른 고추 등을 기호대로 넣고 2분간 볶아 소금, 후추를 살짝 둘러 간을 맞추면 된다.

밀가루 반죽의 만두피 대신 양배추를 활용해 탄수화물 비율을 낮춘 '양배추 고기 만두'. 위즈덤스타일 제공
밀가루 반죽의 만두피 대신 양배추를 활용해 탄수화물 비율을 낮춘 '양배추 고기 만두'. 위즈덤스타일 제공
혈당을 빠르게 높이는 파스타면 대신 당질 함량이 낮은 애호박을 면처럼 활용한 '애호박 파스타'. 위즈덤스타일 제공
혈당을 빠르게 높이는 파스타면 대신 당질 함량이 낮은 애호박을 면처럼 활용한 '애호박 파스타'. 위즈덤스타일 제공

허지혜 마음푸드스타일 대표는 “저혈당 등의 건강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3일 정도 탄수화물을 줄이거나 끊어 자신이 당질을 얼마나 과하게 먹고 있는지 체감해보는 것도 좋다”며 “다만 이때 참았던 것 때문에 다시 밥을 먹을 때 과하게 먹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후 평소 먹는 당질이 과한지, 과하다면 얼마나 어떻게 줄일지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정하면 된다는 것. 그는 저당식을 위해 레시피에 설탕 대신 채소 육수나 천연감미료 등을, 쌀과 밀가루 대신 두부, 곤약, 생선, 육류 등을 쓴다. 허 대표가 소개하는 저당식으로는 ‘훈제오리 들깨 겨자 냉채’, ‘두부 포카치아’, ‘생선 야채찜’ 등이 있다.

단맛 대신 들깨가루와 참깨, 겨자로 고소하고 톡 쏘는 향을 살린 ‘훈제오리 들깨 겨자냉채’. 솔트앤씨드 제공
단맛 대신 들깨가루와 참깨, 겨자로 고소하고 톡 쏘는 향을 살린 ‘훈제오리 들깨 겨자냉채’. 솔트앤씨드 제공

오리냉채는 데쳐 행군 실곤약과 채 썬 오이 양파 당근 등을 한입 크기로 썬 훈제오리와 함께 접시에 넣고, 들깨겨자냉채소스를 곁들이면 된다. 소스는 들깨가루 2Ts, 참깨 2ts, 겨자2ts, 다진마늘 1ts, 레몬즙 3ts, 간장 0.5ts, 천연감미료 1.5ts, 소금 0.5ts, 물 1T을 섞어 만든다.

두부와 꽁치로 풍부한 단백질을 담고 양파, 올리브로 맛을 더한 ‘두부 포카치아’. 솔트앤씨드 제공
두부와 꽁치로 풍부한 단백질을 담고 양파, 올리브로 맛을 더한 ‘두부 포카치아’. 솔트앤씨드 제공

‘두부 포카치아’도 담백함을 살린 저당요리다. 수분을 제거한 두부에 소금을 살짝 뿌려뒀다가, 양파, 홍고추, 마늘, 블랙올리브, 가시를 제거한 캔꽁치 등을 달걀과 치즈를 섞은 물에 넣어 섞는다. 이걸 두부 위에 올린 뒤 팬에서 뚜껑을 덮은 채 약 3분간 익히면 된다.

설탕 등 첨가당을 전혀 쓰지 않고 양파, 토마토, 레몬즙 등으로 감칠맛을 낸 ‘흰살생선 토마토 야채찜’. 솔트앤씨드 제공.
설탕 등 첨가당을 전혀 쓰지 않고 양파, 토마토, 레몬즙 등으로 감칠맛을 낸 ‘흰살생선 토마토 야채찜’. 솔트앤씨드 제공.

‘흰살생선 토마토 야채찜’은 아예 무설탕에 도전하는 레시피. 토마토 퓨레 재료(방울토마토 7~8개, 마늘 1톨, 양파 30g, 소금 0.5ts, 후추 약간)를 모두 넣어 믹서로 갈아 놓은 후, 수분을 제거한 흰살생선(명태살 등)에 소금, 후추, 레몬즙을 뿌려 재워뒀다 팬에 완전히 굽는다. 조금 깊은 그릇에 살짝 볶은 애호박, 파프리카, 가지와 구운 생선을 담고 처음 만든 퓨레를 붓는다. 여기에 달걀 두 개를 깨 올리고, 방울토마토로 장식해 소금, 후추를 살짝 뿌린 후 전자레인지에 7~8분간 돌리면 먹음직스러운 저당 생선찜이 완성된다.

“변변찮은 기쁨을 위해 어마어마한 설탕을 섭취하는 악순환”(로버트 러스티그 ‘단맛의 저주’ 중)을 끊어내는 데 성공한 이들이 한결같이 꼽는 설탕과의 효과적인 이별법은 ‘다른 맛있는 기쁨을 찾는 것’이다. 당을 줄인다고 우리가 허기에 허덕일 일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습하자는 것. 니콜 모브레이는 “설탕은 악마가 아니지만, 지금 우리처럼 다량으로 섭취한다면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한다. 이제, 침팬지 본능보다 설탕의 달콤쌉싸름한 진실에 눈 뜰 때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