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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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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카,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입력
2017.12.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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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매각'에 반대하는 SK엔카 노조원들이 내건 현수막
'밀실 매각'에 반대하는 SK엔카 노조원들이 내건 현수막

SK엔카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단체교섭에 나섰다.

지난달 20일 SK는 호주의 중고차 전문기업 카세일즈홀딩스에 SK엔카닷컴의 남은 지분 50.01%를 2,050억원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카세일즈홀딩스는 기존 49.99%와 더불어 SK엔카닷컴의 모든 지분을 갖게 됐다. 오프라인 사업부인 SK엔카직영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100% 인수하기로 했다. 최종 매각 계약은 다음 달 21일에 마무리된다.

SK엔카 직원들은 이번 매각을 두고 회사 측의 일방적인 ‘밀실 매각’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금속노조 SK엔카지회 구자균 지회장은 “10월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회사가 매각될 수도 있다는 공지가 올라오긴 했는데, 이렇게 급속도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 지난 17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회사를 키워온 건 지금의 직원들이다. 우리 몰래 이렇게 회사가 팔리는 걸 방관할 수 없다”라며 항의 의사를 밝혔다. 또한, “회사가 다른 곳에 팔리면 고용 불안정 이외에도 기존의 것들을 잃어버리는 등 다양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은행 대출 한도나 이율이 달라질 수도 있다”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SK엔카 직원들은 매각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현재 90% 이상의 직원들이 가입해 고용보장과 대체 근무 휴일 보장 등 그동안 문제가 됐던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SK엔카직영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한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쌍용양회를 인수한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해 10% 가까운 임직원을 내보냈다. 이전엔 카메라모듈 제조사 코웰이홀딩스를 인수한 뒤 역시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거쳐 2011년 11월 상장 폐지했다. 이후 홍콩 증시에 다시 상장시키며 많은 평가차익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SK 측은 한앤컴퍼니의 인수 조건에 5년간 고용 보장이 포함돼 있다고 답했다.

SK 관계자는 매각 이유에 대해 지난 2013년 중고차 사업 영역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직영 매장 확장이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SK는 중고차 판매업에 제동이 걸리자 임대업으로 전환했다. SK건설은 현재 경기도 수원 평동에 대규모 중고차 매매단지 V1 모터스 홍보관을 마련하고 분양에 나섰다. 이곳은 SK그룹의 모태가 된 과거 선경직물이 있던 자리다. 대지 면적 2만8,315㎡에 지하 4층, 지상 6층 규모로 최대 8,700여 대의 차를 전시할 수 있다. 검사, 매물 등록, 금융 등 중고차 거래의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인천 엠파크와 유사한 구조로 지어졌다.

SK엔카 노조원들은 회사가 최종 매각되기 전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근로 조건이 정립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진행 과정은 지지부진하다. 지금까지 노조와 SK는 91개 조항을 놓고 일곱 차례의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근로기준법 저촉 여부만 판가름할 뿐 아직 결론은 못 내고 있다. 인수자인 한앤컴퍼니 측은 단 한 번도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구 지회장은 “17년 동안 SK엔카 직원들은 투명한 중고차 거래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쓰라리다”라며 “은밀히 이뤄지는 밀실 매각은 소통을 중시하는 회사 경영 철학에 어긋나는 행위이므로 투명하고 원활한 교섭을 통해 조합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2000년 SK그룹의 사내벤처로 출발한 SK엔카는 지난 2013년 SK C&C에 합병되면서 온라인 부문인 닷컴과 오프라인 부문인 직영으로 분리됐다. SK는 2014년 호주 카세일즈홀딩스에 SK엔카닷컴 지분 49.99%를 팔아 1,039억원의 이익을 챙겼으며, 최근 나머지 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2,050억원의 이익을 추가로 거두었다. SK엔카직영은 한앤컴퍼니에 약 2,000억원에 매각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엔카 직영은 올해 1조원에 가까운 매출과 함께 약 100억원의 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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