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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카카오의 부당한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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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카카오의 부당한 갑질

입력
2016.04.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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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사람들이 글, 사진, 동영상 등 각종 저작물을 게재하는 포털에서 심심찮게 ‘필화’가 일어난다. 주로 다른 사람을 비방하는 글을 올려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경우, 또는 음란물 등 청소년 유해정보를 올리는 경우다. 이때 포털들은 해당 글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가리는 임시조치(블라인드)를 취하고 30일 이내에 점검을 통해 문제가 없으면 다시 볼 수 있게 블라인드를 해제하거나, 문제가 심각하면 아예 삭제 조치한다. 이 기간 동안 블라인드 처리를 당한 이용자 측에선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 경우 타인의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여부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더러 포털과 이용자 간에 논란이 일어난다.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단 ‘선 조치 후 통보’ 식으로 일을 진행하며 상세하게 알려주지 않는 점이다. 카카오의 경우 블라인드 조치를 했다는 이메일만 한 통 보내고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문제인 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카카오 측에서는 상세한 안내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한다.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문제인 지 상세히 이유를 밝힌 메일을 발송하려면 이만저만 손이 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심지어 이용자들은 규제 기준 조차 알 수 없다. 카카오 측에서는 내부 규제 기준을 갖고 있지만 규제 대상자들에게는 이를 따로 통보해 주지 않는다. 이처럼 ‘짬짜미’ 규제가 이뤄지다 보니 당하는 이용자들은 길 가다가 난데없이 물 벼락을 맞는 것처럼 황당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억울한 경우도 생긴다. 카카오가 흡수한 다음 검색에 버젓이 나타나는 결과물과 동일한 글에 대해서도 ‘묻지마’ 식으로 덮어 놓고 차단 조치한다. 실제로 글을 쓰는 기자도 이런 경우를 당해서 “다음은 버젓이 검색 결과물로 보여주면서 왜 이용자들 글만 편파적으로 차단하냐”며 항의했더니 번개 같이 다음 검색 결과물만 삭제했다.

더 큰 문제는 카카오에서 이용자들의 게시물 수정 기회를 아예 봉쇄하는 점이다. 대신 막무가내로 전체 게시물의 삭제를 요구한다. 문제가 있으면 해당 문제점만 고쳐서 바로 잡는게 순리인데, 페인트 칠 잘못 됐다고 집을 허물라는 격이니 폭력이 따로 없다.

카카오 측에서는 수정을 막는 이유에 대해서도 정당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수정을 강제로 막는 조치가 블로그 등 일부 서비스 이용 약관에 위배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버젓이 약관에도 명시된 블라인드 처리된 글의 수정 행위를 막고 있으니 이용자들 사이에 ‘카카오가 이용자들을 상대로 갑질을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 밖에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전적으로 규제하는 쪽에서 편한 방식을 취하겠다는 일방적인 입장만 앞세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란 하는 사람의 편리가 아니라 당하는 사람에게 불편부당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억울한 희생자를 최소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카카오 측에서는 이를 이상론으로 치부한다.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일일이 가려낼 수 없다”는 것이 카카오 입장이다. 특히 “규제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렇다 보니 이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도 나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규제를 바라보는 카카오의 시각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과거 한게임 대표 시절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만큼 규제를 당하는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알 만한 김 의장이 카카오에서 억울한 희생자가 나오든 말든 정당하지 못한 규제를 밀어 붙이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는 지 궁금하다.

최연진 디지털뉴스부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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