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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테러 행위 영웅시… 北, 테러국가 자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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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테러 행위 영웅시… 北, 테러국가 자인하나

입력
2015.03.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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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주 정치부 기자
강윤주 정치부 기자

“미제의 전쟁책동을 반대하는 의로운 행동이 테러라면 일제의 조선침략을 반대해 이등박문을 처형한 안중근 등 반일애국지사들의 의거도 테러라고 해야 하는가.”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8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를 옹호하며 내놓은 입장이다. 한미연합훈련 반대라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무자비한 폭력을 자행한 김씨의 ‘테러 행위’에 대해선 눈 감는 대신 북한은 억지와 궤변을 늘어놓으며 안중근 의사 급으로 김씨를 격상시킨 것이다.

5일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 이후 북한이 보인 첫 반응부터 문제였다. 북한은 당시 “통일애국 세력을 전멸시키고 북한 모략소동에 매달리려는 의도”라며 북한 배후설을 일축하면서 리퍼트 대사 공격 행위를 “정의의 칼 세례”라고 치켜세웠다. 북한은 그러면서 “한미군사훈련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과 우리 정부 ‘원죄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이 이번 사건을 대미 공세의 호재로 삼으며 남남갈등을 유발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국에 대한 지대한 적대감을 감안하더라도 비이성적 극단주의자에게 공격 당한 외교사절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할말은 아니었다. 북한의 행태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앞세워 전세계를 상대로 무차별적 살인행위를 서슴지 않는 이슬람국가(IS)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 사태에 보여준 언동은 그들이 실제 테러국가임을 자인하는 격이나 다름없다. 1980년대 이후 아웅산 테러 및 KAL기 폭파사건 등 잇단 테러 행위의 직간접 당사자로 지목된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테러국가라는 낙인이 찍힌 지 오래다. 북한이 2001년 9ㆍ11 테러 당시 “온갖 형태의 테러와 그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반대하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테러국 오명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들의 본색은 다시 드러난 셈이다.

북한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이번 사태를 남한 내부에 반미감정을 고조시키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뻔한 전략도 엿보인다. 남한 일부에서 종북몰이가 시도된다는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한국 사회가 북한의 의도에 따라 움직일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북한은 반미선동을 통해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렸을지 몰라도 이번 사태로 한미동맹은 더욱 공고해질 뿐이라는 사실을 북한은 간과했다.

정치부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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