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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스민' 중국 兩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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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재스민' 중국 兩會

입력
2011.03.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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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초 중국에선 '양회(兩會)'라고 불리는 두 개의 중요한 정치행사가 열린다. 우리나라의 국정자문회의 격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3일 개막했고,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5일 시작된다. 올해 양회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12차 5개년 계획(2011~2015), 이른바 포용적 성장을 표방한 '12ㆍ5규획'의 세부내용을 확정 짓는 회의여서 안팎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지금 중국정부는 양회의 의제보다 인민 사이로 번져가는 재스민 향을 차단하는 데 더 몰두하고 있다.'재스민 양회'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 튀니지의'재스민 혁명'이 아랍세계를 거쳐 인터넷과 트위터ㆍ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중국 심장부로 파고드니 긴장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달 20일, 27일로 예고된 1ㆍ2차 집회는 공권력을 총동원해 원천봉쇄하고 언론도 통제했지만, 전 세계에 망신살이 뻗쳤다. 이런 차에 6일 양회가 열리는 베이징 등 35개 도시에서 '3차 재스민 집회'를 열자는 글이 또 SNS를 통해 급속히 전파되고 있다. 이런 상황인 만큼 금년 양회는 성장과 효율의 국부(國富)시대에서 균형과 분배의 민부(民富)시대로의 전환을 선언하는 강도 높은 민심수습책을 내놔야 할 처지다.

■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1일 중앙당교 개강식에서 "모든 문제의 해답을 인민의 수준에서, 인민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거들었다. 그는 지난달 27일 '네티즌과의 대화'를 통해 "경제파이는 계속 키워야 하지만 지금은 이를 어떻게 나눌지가 중요하다"며 공정한 소득 분배와 물가 안정을 최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연간 성장률을 7%로 낮추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아랍세계 지도층을 쫓아낸 재스민 향이 중국에선 지도층을 일깨우는 묘약이 된 셈이다.

■ 그러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외국방문 때 중국민요'모리화(茉莉花ㆍ재스민 꽃)'를 부르는 동영상이 돌연 삭제됐다는 뉴스는 실망스럽다. 2006년 케냐를 방문한 후 주석이 나이로비의 공자학원을 찾아 중국어를 배우는 학생들과 그 민요를 합창한 뒤 "내 고향 노래이니 많이 불러달라"고 소개한 그 영상 말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ㆍ실력을 감추고 은밀히 힘을 기름)에서 화평굴기(和平崛起ㆍ평화적으로 일어섬) 유소작위(有所作爲ㆍ적극적으로 할 일을 함)를 거쳐 돌돌핍인(咄咄逼人ㆍ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함) 단계에 이르렀다는 대국의 그림자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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