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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칼럼] 출산율 “올라가게” 해야

입력
2017.03.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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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출산기회비용을 사회가 분담해야

성 역할 인식ㆍ직장 문화가 변해야

‘출산정책 위키피디아‘라는 별명이 붙은 전문가가 OECD에 있다. 우리로 치면 복지부, 고용부, 여성부를 대략 합친 일을 하는 고용노동사회국의 사회정책과장인데 출산율을 높이려면 어떤 대책이 효과적인지 물어봤더니 “OECD는 출산율 올리는 걸 목적으로 연구하지는 않는다”고 대답했다. 가족형성지표인 출산율을 중요시하지만 일․가정 양립 등 가족정책의 결과로 출산율이 올라가는 것이지 출산율을 높일 심산으로 정책을 펴는 건 아니라고 한다. 출산율 세계 최저인 우리에게 출산은 가족정책 이상의 의미가 있지만 그녀의 지적은 저출산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보는 것 같다.

출산율 하락 추세는 세계공통 현상으로 OECD 회원국의 평균출산율은 1970년 2.7명에서 2014년 1.7명으로 낮아졌다. 첫 자녀 출산연령도 평균 29살로 늦어졌고 우리와 일본은 31세이다. 출산율 저하는 가족형성이 늦어지고 희망 아이 수가 줄기 때문인데 OECD는 자녀 양육부담,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주거와 교육비용을 주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따르는 개인적 어려움과 희생이 큰 사회일수록 출산이 낮다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한편으로 저출산 문제가 그만큼 풀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출산율이 올라가게 하려면 그 기회비용을 사회가 분담해야 하는데 이런 맥락에서 독일과 프랑스의 출산정책 사례는 흥미롭다. 두 나라 모두 출산율이 1960년대 이후 낮아졌지만 프랑스는 1990년대부터 상승세로 전환하여 최근 2.0이고 독일은 1994년 1.2로 떨어진 후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아직 1.5 이하다. 여성고용률이 비슷한 이 두 나라의 출산율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출산 기회비용의 차이에 있다는 게 이곳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랑스는 종일 보육, 출산친화적 근로문화 등으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고 보육비도 소득을 감안하여 선별적, 차등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독일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근로시간을 줄이거나 일을 그만 두는 것을 의미한다. 전일제 보육시설이 부족하여 출산과 경력 중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 결과 독일의 무자녀 비중은 36%(프랑스 28%)이고 첫아이 출산연령(29세)도 프랑스(28세)보다 높다.

우리나라는 보육지원, 육아휴직 등 출산 관련 제도가 제도적으로 많이 개선되었고 추가적출산 대책도 논의되고 있다. 개별 출산정책의 효과성에 대해 OECD는 아동수당의 경우 여성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보다 세제상 혜택이 효과적인 것으로 본다. 출산장려금은 일부 저소득층 중심으로 출산시점을 당기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출산율에 근본적인 영향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육인프라 지원은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이 크며, 육아휴직은 출산율에 긍정적이나 남녀가 동등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과거 육아휴직 권리를 가족에게 부여했더니 엄마만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엄마, 아빠 각각에게 안 쓰면 없어지는 쿼터제를 도입했더니 남성 육아휴직이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중요하지만 그 이상 중요한 것이 성 역할에 대한 사회 규범과 직장 근로문화이다. 가사와 돌봄을 여성이 ‘독박’ 쓰는 상황에서 출산을 꿈꾸기란 힘들다. 장시간 근로에 업무 부담이 과도한 직장환경, 높은 교육과 주거비용까지 생각하면 답이 잘 나오지 않는다.

저출산은 해당 개인의 삶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미래와 역동성에 영향을 준다. 필자가 태어난 해에 100만 명 넘던 출산아는 40만명 내외로 줄었다. 적정인구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베이비붐과 그 자녀세대의 출산으로 누린 인구 보너스는 빠르게 인구 페널티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고 애국을 위한 출산을 강요할 수도 없다. 젊은 부부가 아이를 낳고 키울 자신이 생기도록 우리 사회의 제도와 관행과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사회구성원 모두 달려들어도 풀릴까 말까 한 어려운 과제다.

윤종원 주OECD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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