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입력
2018.02.02 13:21
18면
0 0

“박항서 감독? 그 분이 뉘신지….”, “축구보다는 베트남 관광산업이나 경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전 국민이 축구 코치인 나라에 오신 걸 환영한다.”

지난해 10월 베트남축구협회(VFF)가 창원시 축구팀을 이끌고 있던 박항서 감독과 2년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베트남 현지 언론과 국민들은 시큰둥했다. 국가대표팀 감독 경험도 없었고, 그가 이끌고 있던 팀은 한국 리그에서 고전하고 있을 때였다. 중도 하차한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일본, 독일, 브라질 등 내로라하는 축구강국 출신 감독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랬던 그가 넉 달 만에 ‘영웅’이 됐다. 그가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이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대회에서 강호 호주를 깨더니, 베트남 역사상 첫 아시아 8강, 4강에 이어 결승전까지 진출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박항서 이름 석자에 열광했고, 결승행을 일궈낸 그를 ‘마법사’라고 부른다.

박 감독이 이끌어 낸 ‘아시아 준우승’은 베트남에서 그 누구도 못했던 일들을 실현시켰다. 1975년 통일은 이룩했지만 남과 북 감정의 골과 앙금이 남아 있는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지난달 17일 8강을 확정 지은 때로부터 결승전이 열린 27일까지 이 나라 국민들은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열흘을 보냈다. 금성홍기로 붉게 물든 거리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베트남이 통일되던 43년 전의 그 날을 떠올렸다.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박 감독에게 훈장으로 사의를 표했고,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개선장군’을 맞기 위해 5시간을 기다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푹 총리는 “총리가 된 뒤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5시간을 기다린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다”고 했다. 1억 베트남이 그의 다음 매직에 숨죽이고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