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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원내4당 체제의 명과 암

입력
2017.07.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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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H2017072209460001300] <YONHAP PHOTO-1594> 추경 투표 불참, 퇴장하는 자유한국당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2일 오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 개시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추경안 설명을 하려 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2017.7.22 hihong@yna.co.kr/2017-07-22 11:10:46/<저작권자 ⓒ 1980-201
[PYH2017072209460001300] <YONHAP PHOTO-1594> 추경 투표 불참, 퇴장하는 자유한국당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22일 오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투표 개시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추경안 설명을 하려 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2017.7.22 hihong@yna.co.kr/2017-07-22 11:10:46/<저작권자 ⓒ 1980-201

추가경정예산안이 처리된 지난 주말 국회 풍경은 한마디로 코미디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속 의원 20여명이 해외로 나가 정족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본회의를 밀어붙였고 자유한국당은 집단 퇴장했다가 재석의원이 149명으로 늘어 정족수에 근접하자 본회의장에 복귀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한국당이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복귀했다는 후문과 민주당 지도부가 막판에 한국당에 유인책을 제시했다는 설 등이 난무한 가운데 여당은 표 단속 실패 책임론의 후폭풍에 휘말려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원내4당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이나 야당 모두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1대 1로 맞붙어 동물과 식물국회를 거듭하던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국회라는 평가도 없지 않지만 여당이나 야당이나 아직 제 역할에 익숙지 않은 모습이 역력하다. 야당 생활이 체질화한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의 기본을 못 갖췄고 제1야당은 여전히 만년 집권당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몽니를 부리고 있으며 2,3야당은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헤매고 있는 형국이다.

120석의 여당은 40석의 국민의당과 20석의 바른정당을 유인하면서 인사청문회 정국을 돌파하고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는 등 그럭저럭 국정의 중심축 역할을 해내고 있다. 곳곳에서 “아이고 못해 먹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세 야당과 밀당을 하면서 복잡한 함수를 어렵사리 풀어내고 있다. 그렇지만 본회의 표 단속에 실패함으로써 여당의 기본소양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준용씨 제보조작 사태 당시 국민의당을 향해 사사건건 날을 세웠던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의 공세 또한 여당의 기본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 새누리당을 ‘청와대 2중대’라고 비난하던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독점적 의사결정을 뒤따라가는 모양새도 아이러니다.

여당도 문제지만 원내4당 체제에는 야당이 더 적응 못하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은 내부의 자중지란에 더해 정책 행보에서 완전히 길을 잃었다. 본회의에서 집단 퇴장함으로써 여당의 추경안 처리에 골탕을 먹이는가 하면 가장 많은 수의 상임위원장 권한을 멋대로 휘두르고 있다. 통상 여당이 맡는 운영위원장 자리 또한 민주당에 넘기지 않고 야당으로서 국회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청와대의 정당대표 회동을 거부하고 수해현장을 찾았던 홍준표 대표는 장화 의전 논란으로 몽니의 정점에 올랐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여당과 제1야당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을 타고 있지만 속내가 복잡하다. 제보 조작사태로 치명타를 입은 국민의당은 사실상 회생불능 상태에 빠져 있으며 바른정당은 1명의 의원이라도 이탈하면 원내교섭 단체 자격을 상실하기 때문에 살얼음을 걷는 입장이다.

다당제가 갖는 정치적 편익을 고려하면 봉숭아학당과 같은 코믹 국회를 잠시 웃어넘길 수 있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지지율 10% 초반의 야당이 사사건건 정국을 가로막고 50% 가까운 지지율의 여당은 복잡한 정치함수를 풀기 위해 매번 머리를 싸매야 하는 답답한 국회를 그냥 둘 수 없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이런 사정으로 동물국회에 제동을 걸기 위해 가동시킨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거나 내년 6월 지방선거 전후로 정계개편을 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실성은 크지 않다.

근본적으로는 정치 현실과 제도의 괴리 또는 불일치를 바로 잡아야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다. 양당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현재 선거제도를 두고서는 정상적인 다당제 현실을 기대할 수 없다. 당장 이르면 연말에 도래할 개헌 정국에서 대통령제를 비롯한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선거제도 개선 논의가 시급하다. 이미 중앙선관위가 지난해 총선에 앞서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방향의 선거제도 개선안을 제시한 바 있다.

김정곤 정치부장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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