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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공연 풍년인데... 뮤지컬 시장의 불황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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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공연 풍년인데... 뮤지컬 시장의 불황 신호?

입력
2017.02.0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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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캐롤’ㆍ‘라흐마니노프’ 등

재공연 주기도 부쩍 짧아져

뮤지컬 비수기ㆍ경제불황 맞아

“검증된 작품을 재선택” 시각

연초는 뮤지컬계의 비수기로 불린다. 연말에 몰려있던 공연이 끝나고 새 작품이 몰려 오는 봄ㆍ여름이 되기 전,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뮤지컬계는 ‘비수기’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앙코르 공연들이 이례적으로 성황을 맞고 있다. 공연계가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던 작품들이 다시 한번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재공연의 주기도 덩달아 짧아지고 있다. 시장에서 검증된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인 데 불황의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초연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6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기존 4중주로 연주되던 음악을 6중주로 개편해 음악을 보완했다. HJ컬쳐 제공
지난해 초연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6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기존 4중주로 연주되던 음악을 6중주로 개편해 음악을 보완했다. HJ컬쳐 제공

인기작품들 잇따른 앙코르… 재공연도 1년 만에

앙코르 공연은 이미 무대에 올랐던 작품을 다시 선보이는 것이다 보니 어느 정도 보완 과정을 거쳐 관객과 만나게 된다. 제작진이나 주연배우를 바꾸거나 아예 새로운 버전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만 공연 제작사들은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주기 위해 조금이라도 변화를 모색한다.

지난해 11월부터 국내 초연 무대를 시작한 뮤지컬 ‘오!캐롤’은 이달 5일 첫 공연 일정을 마무리하고 3주 뒤인 28일 앙코르 공연에 나선다. ‘오!캐롤’은 전세계 팝 차트를 석권했던 추억의 가수 닐 세다카의 명곡들로 꾸려진 복고풍 뮤지컬이다. 중ㆍ장년 관객층의 호응이 매우 컸다. 초연 무대는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였다. 강남권 관객이 주요 타깃이었다. 앙코르 공연은 서울 서남권 관객을 염두에 두고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주연배우로 최정원이 가세한다. 중ㆍ장년 관객을 더 집중적으로 노리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여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초연한 창작뮤지컬 ‘라흐마니노프’도 지난 4일부터 세종문화회관으로 옮겨 앙코르 공연을 시작했다. 앙코르 공연에 출연 배우와 무대 동선은 초연과 그대로지만, 내용에 작은 변화를 줬다. 실존 음악가인 라흐마니노프의 삶을 다룬 만큼 음악을 좀 더 보완했다. 초연 당시 현악 4중주로 연주되던 음악을 6중주로 개편하고 커튼 콜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를 추가했다.

뮤지컬 ‘그날들’도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서초동 예술의전당으로 장소를 옮겨 앙코르 무대를 시작했다. 2013년 초연 이후 지난해 김광석 20주기를 맞아 다시 공연을 하기까지 3번이나 무대를 찾았다. 예술의전당 공연은 ‘그날들’의 첫 앙코르 무대로 4주 동안 이어진다. 아이돌 그룹 ‘비스트’ 멤버 양요섭이 새로 합류해 관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뮤지컬 앙코르 공연의 ‘풍년’도 재공연이 이뤄지는 주기가 짧아진 것도 이례적이다. 공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전엔 이미 무대에 오른 작품을 1~2년 내에 다시 공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초연한 뮤지컬 ‘마타하리’가 1년 만인 올해 6월 재공연에 나선다. 2년 연속 티켓판매 1위 기록을 세운 뮤지컬 ‘팬텀’도 2015년 초연 후 1년6개월 만인 지난해 11월부터 재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3년부터 3차례에 걸쳐 공연을 이어 온 뮤지컬 ‘그날들’은 올해 처음으로 앙코르 무대를 이어간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2013년부터 3차례에 걸쳐 공연을 이어 온 뮤지컬 ‘그날들’은 올해 처음으로 앙코르 무대를 이어간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앙코르 공연으로 시장 불확실성에 대응

보통 앙코르 공연은 관객들의 호응에 보답하기 위해서 열린다. 관객들은 기다렸던 작품을 다시, 더 빨리 볼 수 있고, 제작사는 공연을 새로 소개하기 위해 마케팅에 적극 나서지 않아도 티켓을 팔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앙코르 공연이 잇따르는 이유로는 뮤지컬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꼽힌다. 새로운 작품을 시장에 소개하는 것보다 흥행이 검증된 작품을 올리면 위험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도 중요하나 비수기인 연초에는 이미 관객들의 호응이 좋았던 공연을 다시 선보이는, 안정적인 선택을 선호한다. 뮤지컬 제작사 HJ컬쳐의 한승원 대표는 “최근 몇 년 동안 뮤지컬 시장이 성장하면서 작품수도 많아지고 작품의 질이 향상됐지만 경제불황과 내수침체가 이어지면서 제작사 입장에선 (흥행에) 성공할 확률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앙코르와 재공연은 이미 봤던 공연을 또 보기를 희망하는 뮤지컬 마니아 팬들에게 어필하는 점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앙코르 공연이 뮤지컬계의 양극화 현상을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박영석 쇼미디어그룹 대표는 “’오!캐롤’은 디큐브시티에서 예정됐던 다른 공연이 갑작스레 취소되며 극장 대관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자연스럽게 앙코르 공연을 하게 됐다”며 “앙코르 공연은 관객 반응이 좋아서 무대에 오르기도 하지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취소되는 공연도 있기에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중ㆍ장년 관객층의 큰 호응을 얻은 뮤지컬 ‘오!캐롤’은 무대를 강남권에서 신도림동으로 옮긴 앙코르 공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쇼미디어그룹 제공
중ㆍ장년 관객층의 큰 호응을 얻은 뮤지컬 ‘오!캐롤’은 무대를 강남권에서 신도림동으로 옮긴 앙코르 공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쇼미디어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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