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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가 슬픈 당신을 위한 미술관 가이드

입력
2017.05.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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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5월 1~11일 출국 인원 414만7,839명, 인천공항 1일 평균 이용객 16만4,403명… 황금 연휴라고 온통 난리인데 황금도, 연휴도 없는 신세라고? 연휴이긴 한데 떠날 곳이 없다고? 그래서 비통해하거나 짜증만 낸다면 완벽하게 지는 거다. 스마트폰 화면에 자꾸 뜨는 지인의 해외 여행 인증 사진과 어쩐지 박탈감을 채워 줄 것 같은 치킨 전단지는 그만 들여다 보자.

미술관으로 눈을 돌리자. 미술관은 가격 대비 성능, 즉 가성비가 높다. 대개 1만원을 넘지 않는 입장료와 교통비만 있으면 된다. 도심이 텅 빈 덕분에 오가는 길이 막힐 염려도 없다. 전시를 둘러 보는 동안 가벼운 걷기운동도 된다. 무엇보다 우아하다. 우연히 발견한 그림이나 사진 한 폭에서 절절한 위로 또는 통렬한 깨우침을 얻을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산 외국 작가들의 전시가 마침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TV 여행 프로그램에 비할 순 없겠지만, 먼 나라로 순간 이동하는 기쁨을 미술관에서 찾아보자.

이집트 초현실주의로의 여행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덕수궁관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덕수궁관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미라와 피라미드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은 이집트의 근ㆍ현대 미술을 보여 준다. 이집트는 물론이고 중동 국가의 대형 미술 기획전이 국내에서 열리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고 한다.

근ㆍ현대 미술도, 초현실주의도 서양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깨는 전시다. 이집트 문화재급 작품 166점은 살바도르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를 닮은 듯 다르다. 이집트의 신을 상징한다는 초록색 피부와 영적 동물이라는 고양이 같은 오브제는 그야말로 초현실적이다. 작품을 관통하는 억압과 차별, 빈곤에의 저항이 익숙한 건 이집트 역시 오랜 식민 시대를 겪었기 때문이다. 이집트와 초현실주의가 낯설수록 ‘이집트 여행 중에 현지 현대미술관을 둘러보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7월 30일까지, 입장료 2,000원(덕수궁 입장료 1,000원 별도). (02)2022-0600

독일 현대 사진의 차가운 시선

서울 성곡미술관 '독일 현대 사진전'
서울 성곡미술관 '독일 현대 사진전'

이번엔 유럽으로 가 보자.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리는 ‘독일 현대 사진전’. 눈이 시원해지거나 한눈에 감동을 주는 사진은 아니다. 현대 예술 사진의 흐름을 공부하고 가야 많은 것이 보인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독일은 현대 예술 사진의 중심이다. 피사체를 건조하고 분석적인 시선으로 기록한 ‘뒤셀도르프 학파’가 시장을 주도했다. 그 후속 세대 작가 10명의 2000년대 초반 작품 153점을 보여 주는 게 이번 전시다.

작가들은 뒤셀도르프 학파의 ‘다큐멘터리 언어’에 소소한 일상과 감수성의 요소를 얹었다. 독일 역사상 중요한 장소를 소방차 사다리에 올라가 멀리 내려다보며 찍거나 쓸쓸한 폐광촌의 구석구석을 담고 유명인을 전혀 유명인 같지 않아 보이게 촬영하는 식이다. 미술관 정원 조각공원 카페에서 마시는 차 한잔은 부록 같은 기쁨이다. 매일 오후 2, 4시에 도슨트의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달 28일까지, 입장료 5,000원. (02)737-8643

칼 라거펠트의 집에서 쿠르드족의 눈물까지

서울 대림미술관 ‘더 셀비 하우스: #즐거운_나의_집’.
서울 대림미술관 ‘더 셀비 하우스: #즐거운_나의_집’.

안락한 시각적 자극을 원한다면 서울 대림미술관으로 가자. ‘힙한’ 미국 사진 작가 토드 셀비의 ‘더 셀비 하우스: #즐거운_나의_집’. 사진과 일러스트, 영상 등 작품 400점엔 유쾌하고 흥겨운 자유분방함이 흐른다.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 구두 디자이너 크리스찬 루부탱 등의 집을 찍은 사진은 세계적 크리에이터들의 사생활을 들려준다. 셀비의 어린 시절 꿈을 담아 만들었다는 4층 전시공간은 거대한 일러스트 사파리다. 아기자기한 굿즈로 가득한 기념품점도 놓치지 말자. 10월 29일까지, 입장료 만 원. (02)720-0667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의 무빙 이미지 기획전 '상상적 아시아'.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의 무빙 이미지 기획전 '상상적 아시아'.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의 ‘상상적 아시아’는 영상 전시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에 디지털 기술을 더한 ‘무빙 이미지’ 작품 23점이 전시된다. 한국 중국 일본 태국 레바논 등 아시아 작가들이 창의적 시선과 기법으로 아시아 역사를 펼쳐 보인다. 7월 2일까지, 입장료 4,000원. (031)201-8500

12평짜리 작은 미술관인 서울 부암동 라 카페 갤러리에서 열리는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 ‘쿠르디스탄’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나라 잃고 척박한 땅을 떠도는 쿠르드인 3,500만명의 고난과 희망을 사진 25점에 담았다. 6월 28일까지, 입장료 무료. (02)379-1975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서울 라 카페 갤러리의 박노해 시인 사진전 '쿠르디스탄'.
서울 라 카페 갤러리의 박노해 시인 사진전 '쿠르디스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대림미술관 ‘더 셀비 하우스: #즐거운_나의_집’.
대림미술관 ‘더 셀비 하우스: #즐거운_나의_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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