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기자

등록 : 2018.06.05 04:40

레오강서 꿈꾸는 보름의 기적

등록 : 2018.06.05 04:40

축구대표팀이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머물 크랄레호프 호텔 모습. 대표팀은 이곳에서 러시아월드컵에서의 반전을 꿈꾼다. 레오강(오스트리아)=연합뉴스

온두라스(2-0 승)전을 보며 ‘혹시나’했던 마음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1-3 패)을 보며 ‘역시나’로 바뀌었다는 팬들이 많다.

신태용(49) 축구대표팀 감독은 보스니아전에서 스리백 카드를 꺼냈지만 똑같은 상대 공격 패턴에 3번 모두 당하며 주저앉았다. ‘월드컵 개막이 눈앞인데 아직도 실험 타령이냐’는 지적에 대해 신 감독은 3일 사전 캠프인 오스트리아로 떠나며 “평가전에서 모든 걸 다 보여주지 못했다. 오스트리아로 넘어가서 조직력을 높여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스웨덴과 러시아월드컵 첫 경기(한국시간 6월 18일 오후 9시)까지 보름도 안 남았다. 과연 반전은 가능할까.

쉽지 않지만 전례는 있다. 이웃나라이자 숙적인 일본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준비할 때 오카다 다케시(62) 일본대표팀 감독은 “목표는 4강”이라고 큰소리 쳤다. 그러나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1무3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낸 데 이어 일본의 안방 사이타마에서 출정식을 겸해 치러진 한국과 마지막 평가전에서 0-2로 완패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한일전 후 “사퇴할 생각은 없느냐”는 일본 기자의 날선 질문에 오카다 감독은 “본선에서는 상대 선수를 끝까지 쫓아가 공을 뺏거나 차단하는 ‘파리 수비’를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일본의 남아공월드컵 첫 경기까지 20일 남은 시점이었다.

본선에 간 일본은 완전히 달라졌다. 최전방 공격수 한 명을 제외한 전원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왔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게 아니라 상대가 공을 잡으면 2~3명이 악착같이 달려드는 ‘그물망 수비’를 펼쳤다. 카메룬을 1-0으로 누른 뒤 최강 네덜란드와 2차전에서 0-1로 졌지만 마지막에 덴마크를 3-1로 잡고 원정 첫 16강의 위업을 달성했다. 불과 20일 전 ‘일본 축구의 수치’라는 비아냥을 듣던 오카다 감독은 영웅이 됐다.

당시 일본의 대반전을 피부로 느낀 사람이 한국사령탑이었던 허정무(63)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다. 한국 역시 남아공에서 원정 첫 16강에 진출했다. 허 부총재는 “한일전은 우리와 일본 모두에게 이득이었다. 우리는 자신감을 키웠고 일본은 수비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다. 러시아월드컵 첫 경기까지 시간이 없지만 신태용 감독과 선수가 혼연일체로 준비하면 불가능할 건 없다”고 독려했다.

국가대표 공격수 손흥민이 현지시간 3일 늦은 밤에 대표팀 숙소로 들어서고 있다. 레오강(오스트리아)=연합뉴스

한편, 3일 낮 출국한 뒤 16시간 넘는 이동 끝에 현지시간 3일 밤 늦게 사전 캠프인 레오강 크랄레호프 호텔에 여장을 푼 선수들은 피로 회복에 중점을 두고 있다. 5명의 의무팀 스태프가 도착 이튿날 오전부터 선수들의 근육을 풀었다.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파견 온 김형채, 신동일 조리장이 4일 점심으로 준비한 감자국과 닭갈비를 먹고 원기를 회복한 태극전사들은 이날 오후 첫 훈련을 소화했다.

이근호(33ㆍ강원)의 부상 낙마로 대표팀 최고참이 된 수비수 이용(32ㆍ전북)은 “선수들 모두 피곤한 건 사실이지만 레오강이 공기도 상쾌하고 시설도 좋다. 빨리 적응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려 스웨덴전에 앞서 체력과 조직력을 최고치로 만들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레오강(오스트리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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