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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뉴스] 알레르기 환자의 말 못할 고통, 아시나요?

입력
2018.06.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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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좀 있다고 이런 것도 못 먹어?” “배부른 소리한다! 참 유별나네!” 국민 4명 중 1명꼴로 겪는 ‘흔한 질병’이지만 누구나 가벼운 질환으로 치부해버리고 마는 ‘알레르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알레르기 환자에 대한 배려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체념을 강요하는 한국사회 풍경을 한국일보가 짚어봤습니다.

제작 : 박지윤 기자

“사내자식이 이런 것도 못 먹어? 그래서 비실비실한 거 아닌가.” 결혼을 앞둔 직장인 이승준(35)씨는 얼마 전 예비 장인과의 첫 대면에서 내내 꾸지람을 들었습니다. 다름 아닌 ‘해산물 알레르기’ 때문. 

승준씨는 거듭되는 장인의 강권에 눈을 딱 감고 낙지를 꿀떡 삼켰지만, 그 대가는 어마어마했습니다. 귀가후 새벽에 갑자기 열이 오르고 숨 쉬기조차 힘들어 결국 응급실에 실려간 겁니다. 

‘유별나다’ ‘편식한다’ ‘예민하다’.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보내는 부정적인 시선입니다. 하지만 알레르기는 결코 가벼운 질환이 아닙니다. 심한 경우엔 기도가 붓고 호흡곤란이 오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데요. 

"식품 알레르기는 먹으면 낫는다"는 미신 탓에 이들은 밥상머리 교육에 시달립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당장 우유 한 팩을 다 마시라고 강요해 반 아이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토했던 기억은 악몽이예요”'우유 알레르기' 환자인 유지안(27)씨는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립니다. 

2013년에는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초등학생 A군이 학교 급식에서 우유가 든 카레 급식을 먹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숨지는 일도 있었죠. 이 사고가 발생하자 교육부는 부랴부랴 학교 급식에서 알레르기 유발 식품 공지를 의무화하는 급식법 개정안을 만들었습니다. 

주거와 위생 상태에 예민한 현대사회, 알레르기 질화은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흔하다보니 '가벼운 질환'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알레르기의 유일한 치료이자 예방법은 식품을 포함한 유발 요인을 철저하게 제한하는 것. 하지만 이 일이 쉽진 않습니다. 성분을 세세히 따지면 ‘그런 걸 왜 물어보냐’고 까탈스런 사람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 탓. 

 “카페에서 딸기 주스를 주문했는데, 직전에 토마토를 갈았던 믹서기를 사용한 탓에 입 주변에 두드러기가 났어요”-토마토 알레르기가 있는 이미지(41)씨- 주문할 때 마다 조리도구를 깨끗이 씻어달라고 부탁하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어린이의 경우 알레르기가 있다는 이유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거부하는 사례도 흔합니다. "아이가 밀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데 받아주는 곳이 어린이집이 없어 결국 가정 보육을 시작했어요" -윤새롬(34)씨-

회사 안내데스크서 일했던 직장인 윤모(32)씨는 황당하게 전보 조치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고위 임원이 보고 ‘화장도 안 한 사람을 회사의 얼굴로 세워둬도 되겠냐’고 한 후로 내부에서 하는 일을 맡게 됐어요.” 화장품 알레르기 때문에 화장을 못한다고 수 백 번 말했지만 ‘좀 꾸미고 다니라’는 주위의 핀잔은 여전합니다. 

이쯤이면 알레르기 환자의 고통, 느껴지시나요? 알레르기는 유난이 아닌 엄연한 '질환'입니다. 주위의 이해와 배려가 있다면 이겨낼 수 있는. 

원문 : 전혼잎 기자 

제작 : 박지윤 기자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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