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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외제차 담보로 안심시킨 뒤 100억원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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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외제차 담보로 안심시킨 뒤 100억원 꿀꺽

입력
2017.07.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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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매매업자 사칭 일당

대포차 미끼로 사기 저질러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돈 들어갈 일이 많은데 여윳돈을 빌려주면 이자로 월 5%를 주겠습니다.”

A씨는 2013년 12월 대구 한 커피숍에서 자신들을 중고자동차 매매업자로 소개하는 하모(41)씨와 김모(36)씨를 만나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하씨 등은 회사 규모를 과시하며 주유소 관련 사업, 차량 대출 및 수출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동석한 김씨는 이따금 하씨를 ‘대표님’ 또는 ‘회장님’이라고 깍듯이 부르며 A씨 의심을 거두게 했다. 하씨는 “돈을 빌려주면 중고자동차를 담보로 줄 수도 있지만 무담보로 빌려주면 이자를 더 주겠다”고도 했다.

조건은 좋았지만 확신이 없던 A씨는 한달 뒤 이들이 운영한다는 경기 광명시 사무실을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하씨가 ‘차량 판매 왕’이라며 소개한 박모(32)씨도 알게 됐다. 번듯한 사무실을 본 A씨는 돈을 빌려줄 테니 차용증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이들은 “차용증을 쓰지 않는 대신 고가의 수입차를 줄 테니 담보로 가지고 있으라”고 제안했고, 실제 BMW 차량을 인도해줬다. A씨로선 나쁠 게 없었다. 그날 바로 7,000만원을 이들 계좌로 입금시켰다.

하지만 A씨가 받은 차량은 자동차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일명 ‘대포차’였다. 하씨 등은 다른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A씨에게 이자 490만원을 곧바로 주며 안심을 시킨 뒤 남은 차액을 가로채 달아났다. 이런 방식으로 하씨 등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00억원 가량을 챙겨 튀었다.

검찰 조사 결과 하씨 등은 주변이나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된 돈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김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 대표 B씨도 피해자로 만들었다. 사업에 필요한 돈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를 주기로 하고 한 달 이자로 600만~700만원 가량을 지속적으로 주자 B씨는 이들에게 속아 넘어갔다. B씨는 결국 152회에 걸쳐 104억원 가량을 빌려줬고, 이중 34억원을 돌려 받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 성창호)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하씨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6년과 3년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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