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집 따라와 강제추행해도 “도주 우려 없다” 영장 기각

알림

집 따라와 강제추행해도 “도주 우려 없다” 영장 기각

입력
2018.06.18 04:40
12면
0 0
피해자 ‘재범 공포’ 탄원서에도 법원ㆍ검찰, 혐의 인정 이유 제동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귀가하던 이웃 여성을 몰래 집안까지 따라가 강제추행을 저지른 남성에 대해 경찰이 요청한 구속영장을 법원과 검찰이 잇달아 기각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것과 혐의를 이미 인정했다는 이유였는데, 피해여성은 법원과 검찰의 관대한 판단으로 발생할지 모를 재범의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3월 서초구 한 주택에 무단으로 침입해 여성 A씨 몸을 강제로 만지고 추행한 혐의(주거침입 및 강제추행)로 30대 남성 직장인 박모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남자친구와 만나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가던 A씨를 우연히 보고는 야밤에 몰래 집안까지 따라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A씨 주거지 인근에 살고 있었지만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박씨는 “인근에서 서성거린 것은 맞지만 강제추행은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하다가 이후 “기억나지는 않지만 피해자가 그렇게 주장하니 범행을 인정하겠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박씨가 올 초 서초구 한 골목에서 또 다른 여성 B씨 몸을 만지고 달아난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경찰은 법원에서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상습 범행이 확인됨에 따라 재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 구속 수사에 나서려 했지만 검찰이 다시 제동을 걸었다. 법원이 지난달 16일 “증거 인멸 가능성과 도주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으며, 경찰의 영장 재신청에 검찰도 “(박씨가) 혐의를 이미 인정했기 때문에 증거인멸과 도주 염려가 없다”며 기각한 것이다. 폐쇄회로(CC)TV 등 증거가 확보됐고, 박씨가 직업이 있어 도주할 이유가 없다는 게 근거였다. 이 사이 피해여성은 ‘이웃에 사는 남성이라 다시 범죄의 대상이 될까 두렵다’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지만, 결정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불구속 재판의 경우 2차 피해 가능성은 물론, 장기간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 기억을 유지해야 하는 등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성범죄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이 최근 2차 범죄로 이어진 경우가 있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달 4일 사실혼 관계인 여성을 살해한 유모(39)씨를 구속했는데 앞서 법원은 상습폭행과 방화 혐의로 청구된 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