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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더운데 에어컨 안틀어요" 개학 교실 상당수 '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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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더운데 에어컨 안틀어요" 개학 교실 상당수 '찜통'

입력
2016.08.2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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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전국 초·중·고 4889곳 개학

32명 빼곡한 교실에 에어컨 틀어도 역부족

학사일정 차질 우려에 방학 연장도 쉽지 않아

서울 관악구 삼성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무더위에도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삼성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무더위에도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어컨을 틀어도 교실이 하나도 안 시원해요. 학교가 제일 더워요. 왜 우리 학교는 벌써 개학한 건지 억울해요."

한낮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린 18일. 막바지라고는 하지만 무더위의 위력은 여전했다. 개학을 맞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던 교실은 찜질방을 방불케 했다.

찜통 교실속 학생들은 수업시간 자체가 곤욕이었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었지만 '냉방기기의 은혜'를 느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개학을 맞은 서울 용산구 신광초등학교는 아침부터 시끌벅쩍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밝은 얼굴로 반가움을 나눴다. 그러나 학생들은 곧 무더위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신광초는 중앙통제 방식으로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지만 희망온도를 25도에 맞춰놓고 있었다. 여기에 최대전력장치를 사용해 그 이상 전기를 사용할 경우 자동으로 전력이 차단되도록 했다. 선풍기는 별도로 설치하지 않았다.

강당에서 개학식을 끝낸 학생들은 교실에 돌아오는 잠깐 사이에도 얼굴에 땀이 맺혔다.

32명의 학생들이 모여 수업을 받는 교실에서는 내내 더위와의 싸움이 벌어졌다. 에어컨을 틀어놨지만 교실에 옹기종기 모인 학생들의 더운 몸을 식혀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광초 6학년에 재학 중인 전민찬(12)군은 "에어컨 바로 앞에 앉아도 전혀 시원하지가 않다"며 "너무 친환경적인 학교 같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전군은 집에서 가져온 얼린 생수병을 연신 만지작거리면서 "다른 학교는 2주 뒤에 개학한다"고 푸념했다.

같은 반 태소담(12)양도 "교실에 에어컨이 잘 나와도 32명이 같이 있기 때문에 더울 수 밖에 없다"며 "9월이 되면 시원해질텐데 개학을 빨리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사정이 비슷한 학교들이 상당수다.

서울 용산구 소재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13)양은 "학생들이 신청을 하면 교무실에서 에어컨을 틀어주는데 신청을 해도 안 나올 때가 있는 것 같다"며 "틀어도 안 시원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학교는 전력 사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에어컨 가동을 매 시간마다 선택적으로 하고 있었다.

김양은 "오늘 개학이라 아침에 교실에 왔는데 에어컨이 꺼져 있었다"며 "선풍기 3대로 겨우 버텼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학교가 계속 에어컨을 틀어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학교가 에어컨 가동에 인색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전기요금 폭탄' 걱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교육용 전기요금은 1년 중 가장 전기를 많이 쓴 날의 전력량 요율인 피크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정한다.

기본요금은 교육용 전기요금에서 43%나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 등교 시작부터 내내 에어컨을 틀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각 학교장은 연간 수업일수 190일 이상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어 학교장 재량으로 개학을 연기할 수 있다.

그러나 폭염 때문에 방학을 연장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학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진 신광초 교감은 "학교에 냉방시설이 잘 돼 있고 점심시간에 야외활동을 시키지 않기 때문에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여름방학을 연장하면 겨울방학이 짧아져 학사 일정에 무리를 줄 것 같아 개학 연기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나름의 피서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날 점심시간 서울 시내 학교 인근에는 아이스크림과 탄산음료를 손에 들고 학교로 돌아가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쉬는 시간에 간식을 사먹으러 매점에 가는 사이에도 상당수 학생들은 손에서 부채를 놓지 않았다. 함께 가는 친구에게 "더우니까 옆에 붙지마"라고 말하며 밀어내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교복 대신 통풍이 잘 되는 평상복을 입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마포구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4)양은 "학교에서 지정해준 생활복조차도 두껍고 땀이 차서 헐렁한 티셔츠를 대신 입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40분께 하교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교복을 착용한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이 학교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제작한 생활복을 입고 있었고, 일부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생활복 반바지조차 답답한지 밑단을 두어번 접어 걷어붙였다.

19일까지 전국 1만1600여개 초·중·고 중 4889곳이 개학을 했다. 19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2도까지 오르는 등 다음주까지 30도를 웃도는 더위는 지속될 전망이다.

학생들의 '찜통교실 수난기'도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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