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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군철수 협박이 통하는 한국군 구조

입력
2017.06.1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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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군대인 미군과 연합군이 되어 그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결과를 보장해 준다. 새로운 전장상황을 대입하여 작전구상을 하는 것을 보면 한미동맹의 효과가 극도로 빛을 발한다. “이번에 미군이 ○○를 만들었는데 우리 군은 그 전력을 이렇게 활용하자”. 군 관련 세미나에서 미군 최신무기를 우리 전력처럼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토론이 부담 없이 이뤄진다. 미군에게 허락도 안 받고 그냥 우리끼리 의논하는 건데, 이런 장면을 보면 한미동맹의 깊이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모순적인 부작용이 따른다. 미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된다면 당장 죽을 것 같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미동맹이 해체되고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면 큰일 난다. 우리 군의 구조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최근 사드 관련 묘한 기류가 형성되자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인 스콧 스나이더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의 기고문을 통해 “사드배치 번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한미군 철수의 구실을 준다”는 요지의 주장을 했다. 엄청난 협박이다. 사드배치에 부정적 여론에 대한 강력한 카운터펀치인 것이다.

미국의 군사적 경쟁자는 중국이다. 따라서 필자는 미국 군사전략의 최종목표가 베이징이기 때문에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냉전시대의 서독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더 중요해져서 결코 주한미군 철수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이미 지난 칼럼에서 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 군의 체질에 대해 언급하기로 한다.

우리 군은 오직 북한을 상대로 싸우기 위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거기에 한미동맹이 있기 때문에 우리 군사력을 건설하는 데 중요한 전제는 미군이 해 줄 수 있는 분야인지, 미군전력을 쓸 수 없는 분야인지를 먼저 판별한 후 미군지원이 어려운 부분에 우선순위를 둬서 전력투자를 해 왔다. 그러다 보니 미 태평양함대ㆍ7공군과 연합작전이 용이한 해·공군 전력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미군지원이 쉽지 않은 육군전력 중심으로 발전했다. 그래서 한미연합군은 적당한 수준의 한국 해ㆍ공군과 최강의 미군 태평양함대ㆍ7공군 전력을 합한 후, 세계최고 수준의 한국육군이 더해져서 북한 따위는 우습게 보는 전력을 가지게 됐다.

세부적인 예로 우리는 세계 2위 규모의 해병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해군이 독자적으로 실어 상륙할 수 있는 규모는 기껏해야 1개 연대다. 2만8,000명의 해병대 중 독자적 상륙능력은 2,000명도 안 되고 나머지는 미군이 실어주니, 결국 한미동맹 해체하게 되면 해병대는 그냥 깡 좋은 육군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런 예를 전체적으로 확대해 보면 미군이 빠지면 그 무엇도 할 수 없는 기형적인 군대가 된다. 우리 스스로 볼 수 없고 판단도 못하며, 미군이 없으면 강력한 육군만 앞에 있고 허약한 해ㆍ공군이 그 뒤에서 육군을 받쳐주질 못한다.

전력발전 담당하는 군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쓰는 말이 있다. “그건 연합전력 우선 쓰고” 미군전력을 내 것처럼 쓸 수 있는 마력에 빠져 있다 보니, 미군 빼면 우리는 덩치 큰 육군만 덩그러니 남게 되어 미군철수 이야기만 나오면 긴장하게 된다. 오직 북한만을 상대로 만든 군대라서 중국이나 일본에는 군사적 억제력을 가지기 힘들어 통일 후에는 더 큰 문제가 된다. 육ㆍ해ㆍ공이 모두 작아도 하나의 팀이 되어 우리 스스로 판단하고 작전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고, 거기다가 미군을 더해 더 강한 연합군을 만들어야 한다. 미군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군대가 아니라 미군으로 인해 더 강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구조는 한 순간에 되는 것이 아니고 수십 년간 준비해서 다듬어야 할 장기적인 숙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하고 새로운 국방장관은 이 부분에 대한 소신이 있어야 한다.

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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