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쇄신 비대위’ 구성 요구
친박 ‘관리형 비대위’에 막혀
쇄신 꺾이고 당권 후보군 논의만
‘천막당사’ 정병국 비박 주자로
범친박계 후보론 이주영 꼽혀
친박계는 이정현 출마 확실시
원내경선과 닮은 꼴 ‘3각 구도’
새누리당이 4ㆍ13 총선 패배 수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천명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은 채 오히려 당권 후보군의 물밑 작업이 가속화하고 있다. 총선 직후 비박계의 전권을 부여한 ‘쇄신 비대위’ 구성 요구에 맞서 당내 다수인 친박계가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를 꾸리는 방안을 밀어붙이면서 쇄신 논의가 한 풀 꺾이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일단 당권 경쟁 구도는 원내대표 경선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당 혁신이라는 명분을 쥔 비박계와 확장력을 지난 중도성향의 범친박계, 당의 대주주 격인 친박계 핵심 인사 등이 ‘3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당 안팎의 쇄신 요구를 대표하는 비박계 주자는 정병국 의원(경기 여주ㆍ양평)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이번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정 의원은 2004년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치자금 파문과 대통령 탄핵에 따른 역풍이 불어 닥친 ‘천막당사’ 시절을 이끌었던 소장파 ‘남원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 중 유일한 원내 인사라는 게 강점이다. 당 쇄신이 주요 임무가 될 차기 당 대표에 적합한 이미지라는 평가다.
중도성향의 당권 후보로는 이주영(경남 창원마산합포) 의원이 꼽힌다. 5선에 성공한 이 의원은 지난해 2월 유승민 의원과 맞붙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범친박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다. 신박계로 분류되는 원유철 전 원내대표(경기 평택갑)도 ‘수도권 당 대표론’을 앞세워 당권 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 ‘2선 후퇴론’에 몸을 낮추고 있는 핵심 친박계는 원내대표 경선에 대표선수를 내보내지 않은 만큼, 이번에는 당권 도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당장 지역주의 장벽을 허물고 호남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이정현(전남 순천) 의원의 출마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최경환(경북 경산) 의원이 직접 전대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최 의원의 출마가 가시화될 경우 전대 판도 또한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원내대표 경선 때와 구도가 비슷하지만, 구도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당대회는 1인 2표제로, 조직력에 앞서는 친박계가 유리하다. 지난 전대에선 김무성 전 대표와 김태호 전 최고위원의 물밑 협력이 있어 친박계를 꺾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친박계는 여러 후보가 전대에 나서 전략적으로 표를 나눠가질 수 있지만, 비박계는 정 의원과 팀을 이룰만한 뚜렷한 주자가 없다.
때문에 비대위의 성격을 논의할 9일 당선자 총회에서 혁신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는 비박계의 요구가 불을 뿜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혁신 비대위 구성을 관철하지 못한다면 비박계는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서 전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