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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루 만에 “북한과 대화할 때 아냐” 뒤죽박죽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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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루 만에 “북한과 대화할 때 아냐” 뒤죽박죽 시그널

입력
2017.12.1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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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AP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을 향해 “전제 조건 없는 첫 대화”를 제안한 데 대해 백악관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내 대북 강ㆍ온파간 혼선이 다시 노출됐다. 12일(현지시간) 틸러슨 장관의 발언 후 백악관이 오후 늦게 ‘북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는 모호한 내용의 성명을 내놓고, 13일에 다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대화의 시기가 아니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만 하루 동안 워싱턴의 대북 시그널은 뒤죽박죽이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북한에 대한 무조건 대화 제안이 적절하지 않음을 주장했다. 대북 강온파가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데선 같은 입장이지만,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이끌기 위한 방법론을 두고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수차례 노출해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이클 앤턴 백악관 NSC 대변인은 이날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을 고려하면, 지금은 (대화의) 시기가 아니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지만 북한은 먼저 추가 도발을 자제하고 비핵화를 향한 진정성 있고 의미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무장관이 말한 것처럼 단지 핵 또는 미사일 추가 시험을 안 하는 것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워싱턴 소재 제임스타운재단에서 틸러슨 장관의 발언 보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어떤 압박도 완화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이 보상으로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며 “비핵화가 실현 가능한 유일한 목표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이 전날 “일단 만나자. 원한다면 날씨 얘기도 할 수 있다”며 북한과의 대화 개시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백악관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백악관은 틸러슨 장관의 ‘조건 없는 첫 대화’ 메시지가 동맹국에 대한 혼선을 줄 것을 우려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틸러슨 장관 역시 전날 북한의 핵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데 비춰보면 미국의 비핵화 방침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 이날 국무부도 “우리의 대북 정책은 백악관과 같다”며 혼선을 봉합하려 애썼다.

하지만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온 틸러슨 장관은 군사옵션이란 최후의 수단을 피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 재개에 안간힘을 쓰는 반면, 대북 문제에 강경한 백악관은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며 지속적으로 엇갈린 신호를 내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틸러슨 장관의 대북 협상 시도에 대해 트위터로 공개 면박을 줬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까지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지난달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ICBM) 이후 “우리가 처리할 것” ”제재가 통하는지 지켜보자”는 수준의 언급만 내놓고 북핵 문제에 대한 발언을 삼가고 있다. 그의 주요 소통창인 트위터에서도 이달 들어 북한 관련 언급이 사라졌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소, 세제 개혁, 앨라배마주 선거 등 국내 현안에 관심이 쏠린 사이 강ㆍ온파들이 각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대통령도 (북한과의 협상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라며 자신의 제안에 공감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반면 강경파는 최근 들어 선제타격 가능성을 부쩍 더 거론하며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여왔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를 두고서도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대사가 “참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해 혼선을 빚었다. 북한과의 1.5 트랙 접촉에 관여해왔던 수전 디마지오 뉴아메리카 재단 국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내 북한과 파국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대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정부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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