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은경 기자

등록 : 2015.11.24 11:00
수정 : 2015.11.24 23:27

이태원 유.행.사를 아십니까

[고은경의 반려배려] 4년간 1,500마리의 유기동물 새 가족 찾아

등록 : 2015.11.24 11:00
수정 : 2015.11.24 23:27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는 매주 토요일 다음 카페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 회원들이 반려동물 입양행사를 연다.

지난 21일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400m정도 떨어진 공터에서 다음 카페‘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이하 유행사) 회원들이 개최한 반려동물 입양 행사를 찾았다.

주말에 이태원을 지나가다 유행사를 본 적은 있지만 마음 먹고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서울 용산구 도원동에서 구조한 도원이(1세 추정·수컷·혼혈견)가 유행사에 참가했기 때문이다.

16일로 주인을 찾는 공고기간이 끝난 도원이는 용산구 내 한 동물병원에서 지내다 이날 처음으로 가족 찾기 행사에 나왔다. 털도 깎고 ‘LOVE’라고 적힌 빨간색 니트를 입은 도원이는 구조 당시 집 나온 털복숭이 개가 아니었다. 자원봉사를 처음 나왔다는 긴 머리의 여대생과 지나가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도원이의 표정이 유독 밝아 보였다.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유기동물 행복찾는 사람들의 입양행사에 새 가족을 찾기 위해 나온 도원이.

도원이는 안락사를 당해도 법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동물병원과 유행사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동물병원은 유행사에 도원이 소식을 알렸고, 유행사는 도원이가 새 가족을 찾을 때까지 모금함과 기부로 모은 비용으로 병원비를 지불할 예정이다.

도원이를 포함해 21일 새 가족을 찾기 위해 거리로 나온 유기견, 유기묘는 40여마리. 몰티즈 치와와 같은 이른바 품종견도 있었지만 대부분 혼혈견이었다. 가정 번식업자가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개부터 식용으로 팔렸다가 구조된 개까지 이 곳에 오게 된 개들의 사정도 다양했다.

대부분은 도원이처럼 용산구에서 구조되어 지역 동물병원에서 보호되고 있고, 일부는 입양카페나 임시보호가정에서 지내고 있다고 한다. 1시간 가량 행사를 지켜보는 동안 지나가던 수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들이 귀엽다며 관심을 표현했지만 입양 의사를 밝힌 경우는 드물었다. 이날 입양이 성사된 개는 안타깝게도 없었다.

매주 토요일 서울 용산 이태원에서 열리는 유기동물 입양 행사를 찾은 사람들이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동물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태원의 유행사는 토요일 이태원을 방문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한번쯤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2011년 8월부터 지금까지 민원이 들어와 행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2012년 7월 한 주를 제외하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명절 때에도 늘 한 자리에서 열리고 있다.

외국인이 많이 살고 드나드는 이태원의 지역 특수성도 행사를 여는 데 도움이 된다. 외국인들이 혼혈견에 대한 편견이 없는 경우가 많아 혼혈견 입양률이 높다는 것. 미군이나 영어 학원강사를 비롯해 유명 정치인의 외국인 며느리, 외국계 기업 홍보임원도 이곳을 찾아 개를 입양해 갔다. 지난 4년3개월간 이렇게 새 가족을 찾은 유기견, 유기묘만 1,500마리에 달한다. 하지만 입양 기준은 까다롭다. 입양하려는 사람은 개의 중성화수술 비용을 내야하고 1년간 유행사와 개를 공동 소유하면서 정기적으로 연락이 닿아야 한다.

유행사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유기동물의 입양과 보호를 위해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 덕분이다. 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버려진 동물을 위해 일하는 사람도 있다. 도원이를 포함해 1년에 버려지는 10만마리 유기견들이 하루 빨리 새 가족을 찾기를.

글·사진=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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