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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진 SNL 정치풍자, 대선 정국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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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해진 SNL 정치풍자, 대선 정국 달군다

입력
2017.04.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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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코리아’의 인기 콩트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은 대통령선거를 아이돌그룹 센터 경쟁에 비유해 정치 이슈를 풍자한다. tvN 제공
‘SNL코리아’의 인기 콩트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은 대통령선거를 아이돌그룹 센터 경쟁에 비유해 정치 이슈를 풍자한다. tvN 제공

아이돌 연습생들이 인터넷 생방송으로 팬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시간을 가졌다. “저를 센터로 뽑아준다면 이 낡고 오염된 가요계를 세탁기에 넣고 시원하게 돌려드리겠습니다.”(레드준표) “세탁기엔 당신이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유목민) “난 이미 들어갔다 나온 사람이야.”(레드준표) “그 세탁기 고장 난 거 아닙니까?”(심불리) “저는 세탁기를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삼겠습니다.”(안찰스) “왜 나만 갖고 그래. 지금 주적은 문재수야.”(레드준표) “주적이요? 주요 적임자의 줄임말 아니겠습니까?”(문재수)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9’의 인기 코너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미우프)의 한 장면이다. 대선후보 TV토론회를 한껏 달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세탁기 발언’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한 ‘주적’ 공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4차 산업 공약을 복사판 같은 인물 묘사로 패러디했다.

요즘 ‘미우프’에선 아이돌그룹 센터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아이돌그룹 멤버 선발 프로그램 Mnet ‘프로듀스 101’의 포맷에 대통령선거를 빗댔다. 센터 재수생 문재수(투게더엔터테인먼트)와 엘리트 연습생 안찰스(피플컴퍼니)의 ‘양자구도’를 중심으로 보수 팬들의 가려움을 긁어주는 효자손 아이돌 레드준표(JYD엔터테인먼트)와 신구세대를 아우르는 연습생 유목민(바르다뮤직), 진보적 걸크러시 아이돌 심불리(정엔터테인먼트)가 포진해 있다. 최근엔 포스터 촬영도 했다. 온라인에선 “꿀잼”이란 반응이 쏟아진다. TV토론회에서 논란이 벌어지면 “미우프에 소재 제공했다”며 기대감이 더 커진다. 실제로 위에 소개한 대목은 “녹화 도중 제작진과 출연진이 TV토론회를 함께 시청하고 현장에서 바로 대본으로 써서 촬영을 진행”(오원택 PD)한 에피소드다.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이 패러디한 대선후보 포스터. 사진 편집상 편의를 위해 실제 대선후보의 지지율 순서대로 위 왼쪽부터 오른쪽 아래로 배열했다. tvN 제공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이 패러디한 대선후보 포스터. 사진 편집상 편의를 위해 실제 대선후보의 지지율 순서대로 위 왼쪽부터 오른쪽 아래로 배열했다. tvN 제공

후보간 신경전과 대선 정국의 쟁점들은 ‘미우프’의 주요 소재다. “제가 준비된 센터 아닙니까”라는 문재수의 발언에 안찰스는 “문재수를 이길 도전자 누굽니까아아아”라며 사자후를 터뜨린다. “아들의 대형 기획사 오디션 지원서 원본 공개했냐”는 안찰스의 지적에 문재수는 “싱글앨범 V3 음원수익을 딸에게 많이 줬다는데 딸의 재산 공개는 했냐”고 응수한다. 문 후보의 아들 취업 특혜 논란과 안 후보의 딸 재산 비공개 논란을 풍자한 대사들이다. 랩 배틀에 나선 안찰스는 “예전 회사 이름이 안랩”이라며 ‘아재개그’도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솔로로 데뷔했다가 립싱크 파문으로 퇴출된 가수”로 묘사된다. 국정농단사태에 대한 신랄한 풍자다.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다 썰렁한 반응에 낙담한 레드준표는 “이대로 가면 초상집 상주밖에 더하겠나” “(선배 여가수가) 춘향인 줄 알았는데 향단이더라”고 개탄한다. 홍 후보의 발언들이 레드준표의 험난한 센터 도전기에도 꼭 들어맞는다.

뉴스 형식의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를 진행하는 신동엽은 15일 방송에서 “예전에는 (코너)타이틀 음악만 나와도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렸는데, 하고 싶은 얘기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풍자 암흑기였던 지난 4년을 돌아봤다. 2012년 대선 당시 화제몰이를 했던 ‘여의도 텔레토비’ 콩트 이후 적잖은 시련을 겪었던 방송사와 ‘SNL코리아’ 제작진이 야심작 ‘미우프’로 역습을 시작했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풍자가 독해졌다.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 박그네(박근혜) 캐릭터가 최서운(최순실)과 함께 4년 만에 등장한 것도 의미심장했다. ‘미우프’를 연출하는 오원택 PD는 “‘여의도 텔레토비’의 풍자 정신을 계승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심리묘사와 디테일을 강화했다”며 “시청자들에게 풍자의 카타르시스를 전달해 정치에 관심을 갖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에서 센터 경쟁을 펼치는 다섯 후보. 위부터 문재수 레드준표 안찰스 유목민 심불리. tvN 제공
‘미운 우리 프로듀스 101’에서 센터 경쟁을 펼치는 다섯 후보. 위부터 문재수 레드준표 안찰스 유목민 심불리.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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