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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총무원장 탄핵 … '차기 겨냥' 벌써 수싸움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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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총무원장 탄핵 … '차기 겨냥' 벌써 수싸움 돌입

입력
2018.08.16 18:19
수정
2018.08.16 23:2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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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

중앙종회에서 75명 중 찬성 56명 가결

22일 예정된 원로회의 인준 거쳐 확정

총무원장 사퇴 땐 60일 이내 선거

자승 스님 입김 클 것으로 예상

반대측에선 “8년 자승 체제 청산 위해

중앙종회 해산해야” 설득 총력

16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에 참석한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인사말을 한 뒤 빠져나가고 있다. 중앙종회는 설정 스님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배우한 기자.
16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에서 열린 조계종 중앙종회에 참석한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인사말을 한 뒤 빠져나가고 있다. 중앙종회는 설정 스님에 대한 불신임안을 가결했다. 배우한 기자.

즉각 자진사퇴를 거부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결국 탄핵됐다. 조계종은 차기 총무원장 선출이란 회오리로 휘말려 들어가게 됐다.

조계종 중앙종회는 16일 오전 10시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임시회에서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찬성 56표로 통과시켰다. 재적 75명을 대상으로 한 무기명 비밀투표에서 반대는 14표, 기권 4표, 무효 1표에 그쳤다.

지난해 선거에서 319표 가운데 234표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아 11월 총무원장에 취임했으나 선거 당시부터 문제가 됐던 은처자 의혹 등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불신임안은 원로회의 인준을 거쳐 확정된다. 원로회의는 22일 열릴 예정이다. 사태의 긴급성을 감안해 앞당겨질 수도 있다.

재적 23명 중 과반수인 12명의 찬성이 필요한 원로회의 인준은 무난하리라는 전망이다. 우선 중앙종회 찬성표 56표가 압도적이었다. 결의안 가결 여부도 불투명하거니와, 가결된다 해도 가결에 필요한 50표를 간신히 넘길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다. 전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8년 연임을 뒷받침했던 종회 내 최대 계파로는 불교광장이 꼽힌다. 이 불교광장이 43표로 불신임안을 임시회에 상정시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교광장 이외의 계파에서도 10표 안팎의 찬성표가 나온 셈이다. 이런 결과를 원로회의가 거스를 이유는 없다. 더구나 원행, 법타 스님 등 원로의원 10명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이미 총무원장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조계종은 이제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치열한 수 싸움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이 사퇴하면 총무부장이 권한대행을 맡아 60일 이내 다시 선거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치러지면 자승 스님으로 상징되는 불교광장의 입김이 가장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설정 스님 당선 때도 불교광장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중앙종회,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 불교광장 영향권 안에 있다고 평가받는 종단 내 기존 기구들이 향후 절차를 두고 “종헌ㆍ종법 준수”를 내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설정 스님 즉각 사퇴’에 화력을 집중해온 전국선원수좌회,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불교개혁행동 등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목표는 설정 스님 사퇴를 고리로 ‘8년 자승체제 청산’이었다. 그런데 설정 스님이 물러난 뒤 60일 이내 후임을 선출하는 절차에 돌입하는 선거 국면으로 넘어가면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설정 스님측에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23일 전국승려대회 때까지 버텨달라고 했다는 등 밀약설이 나돈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설정 스님이 지난 13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자진사퇴 시점을 연말로 미루자 ‘양쪽이 손잡고 10월에 있을 중앙종회 의원 선거에서 판갈이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설정 스님 불신임안 가결은 이런 시도를 차단해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발걸음이 더 급하다. 종정에게 중앙종회 해산을 제청할 수 있는 원로회의를 설득해야 한다. 불교개혁행동은 원로의원 설득을 위한 ‘희망대장정’에 돌입한다.

종단의 한 스님은 “한편으론 그나마 불신임안 가결로 자정능력을 보여준 측면도 있지만, 국민들 눈에 지금의 싸움이 어떻게 비치겠는가”가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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