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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헌법정신에 어긋나” 김기춘 징역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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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헌법정신에 어긋나” 김기춘 징역 3년

입력
2017.07.2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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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김종덕 등 관련자 유죄 선고

조윤선 무죄 풀려나… 위증은 유죄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이 27일 오후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이 27일 오후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서재훈 기자

“정치권력 기호에 따른 문화 예술인 지원 배제는 건전한 비판을 하는 창작 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것으로 검열을 금하는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

좌편향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작업이 ‘비정상의 정상화’라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 비판 목소리에 ‘색깔론’을 덧씌워 재갈을 물리는 권력의 행태에 대해 법원은 우리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구태이자,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는 27일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 전 실장이 “보고 받은 바 없고, 지시한 바 없다”고 주장했던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김 전 실장 주장과 달리 예술위 책임심의위원 선정 과정에 관여했고, 문예기금 및 영화ㆍ도서 관련 지원배제를 지시한 ‘윗선’이 맞다고 봤다. 지난해 ‘국정농단’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수첩에 적힌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지시 발언을 부인한 것도 위증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랜 공직 경험을 가진 법조인이자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실장으로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적법절차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데도 문화예술인 지원배제 범행을 가장 정점에서 지시하고 이를 독려했다”고 질타했다. 사회 ‘좌편향’을 바로잡으려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지원 배제 잣대로 사용된 좌파ㆍ야당 지지, 세월호 시국 선언 등은 국가 안보와 질서 유지 등 심사 과정에서 적용 돼야 할 합리적인 기준과 무관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전혀 가담하지 않아 기억 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해 진실을 알기 원했던 국민의 기대를 배반했다”고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를 모두 무죄로 봤다. 정무수석실에서 민간단체보조금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됐고 교문수석실과 협의해 지원 배제 명단을 만들어 온 사실을 조 전 수석도 취임 당시 인수인계 과정에서 알게 된 건 맞지만 이후 이행사항을 보고 받거나 지시ㆍ승인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모른다”고 답한 부분만 위증이 인정 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의 범행 공모에 대한 판단도 일부 나왔다. 재판부는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에게 사직서를 받은 김상률 전 교문수석과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 판단하며 “(사직 관련) 대통령 지시는 공무원의 신분보장과 직업공무원제도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법 부당한 지시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대통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지만 지시가 위법 부당하다는 게 명백하면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 해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교문수석(징역 1년 6월),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 김 전 장관(징역 2년), 신동철 전 국민소통비서관(징역 1년 6월), 정관주 전 문체부 차관(징역 1년 6월) 등 블랙리스트 관련자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김 전 수석은 법정구속 됐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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