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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은의 후속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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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은의 후속 결단

입력
2018.01.02 14: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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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하고 믿음직한 억제력 보유, 이제 경제건설에 매진할 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올 신년사 메시지는 핵과 경제에 집약된다. 김정은은 올해의 구호로 ‘혁명적인 총공세로 사회주의(경제)강국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자!’를 제시했다. 특히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개선향상시키는 것”을 내세웠다. 한마디로 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다.

올해는 북한정권 창건 70주년이다. 북한 매체들은 그래서 올해를 ‘혁명적 대경사의 해’로 부른다. 올해를 대경사로 기념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충족시켜야 할 과제가 경제건설이다. 특히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성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북한은 지난 2017년 7차 당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이라는 구체적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핵무력은 완성했다고 선언했지만, 경제건설을 완성했다고 선언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북한은 경제건설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극복이 관건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핵보유 전략도 이런 문제 의식 아래 추진돼 왔다. 지난해 11월 29일 새로운 형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호 시험 발사를 지켜보면서, 김정은은 “비로소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케트강국 위업이 실현되었다”고 선포했다. 북한은 본질적으로 핵 무력 완성 선언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이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미국은 결코 나와 우리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걸어오지 못한다”고 호언한 대목이 이를 방증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김정은이 핵보유와 함께 전쟁억제력, 평화 등을 반복해서 강조한 점이다. 평화로운 환경 조성은 북한이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는 필수적 조건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 최고지도자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실천 노력에 주목해왔을 것으로 보여진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정상회담(12.14)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절대불가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여기에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내겠다는 목표 아래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연기할 각오를 보인 점 등이 이번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남북관계 개선에 방점을 찍은 요인으로 분석된다. 남북관계 개선은 곧 경제건설과 직결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 개선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시킬 첩경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은 남북관계 개선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고립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본 듯하다.

하지만 북한도 남북관계 개선만으로 제재압박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은 잘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당장 견해 차이가 큰 미국과 대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선 남한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하고 이를 토대로 북미 대화의 기회를 엿보고자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 관계까지 훼손하면서 남북관계를 일방적으로 진전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는 북한이 원하는 시나리오도 아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수준을 조절하는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김정은의 남북대화 제안은 경제건설 목표 달성을 위한 첫걸음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이 평화공세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핵미사일의 추가적 시험발사를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을 이끄는 책임자로 특사급 고위인사를 보내면 얽히고설킨 남북간 현안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남북간 핫라인을 다시 연결시키고, 체육교류와 더불어 다가오는 설 명절을 전후해 고령 이산가족상봉에 협력한다면 경제건설을 위한 우호적 환경조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후속 결단이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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