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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 집착요? 후회하기 싫어 나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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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 집착요? 후회하기 싫어 나갔을 뿐"

입력
2016.02.1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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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

예술의전당 데뷔 2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 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무대와 객석에서 듣는 바이올린 소리가 달라 연주자에게는 까다로운 곳"이라며 "하지만 객석이 무대를 둘러싼 구조의 연주홀이 대단한 아우라를 내뿜는다"고 말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예술의전당 데뷔 20주년을 맞아 기념공연 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무대와 객석에서 듣는 바이올린 소리가 달라 연주자에게는 까다로운 곳"이라며 "하지만 객석이 무대를 둘러싼 구조의 연주홀이 대단한 아우라를 내뿜는다"고 말했다.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3살에 바이올린 시작, 7살에 전액 장학생으로 줄리어드 음악학교 입학, 2010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화장품(LG생활건강 ‘숨’) 모델을 했던 외모까지 이력만 보면 딱 엄친딸이다. 아버지는 바그너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진 강병운 전 서울대 성악과 교수. 유년시절 ‘아빠 친구’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집에 살면서 저녁마다 간이 연주회를 열며 실력을 연마했다는 얘기가 전설처럼 떠돈다.

웬만한 연주자는 명함도 못 내밀, 이 찬란한 스펙의 주인공은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29)이다. 인터뷰를 위해 11일 한국일보사에 온 주미강은 이런 칭찬에 손사래부터 한다. “아휴~ 신동이란 말은 어릴 때 데뷔한 연주자들한테 다 한 번씩 하는 소리고요, 화장품 모델은…. 음악회 후원 기업이 요청해서 추억 삼아 한 거예요.” 그래도 아이돌 같은 외모가 활동에 플러스 된 적 있지 않냐고 묻자 “연예인이었으면 예쁘다고 말 안 해줬을 것”이라며 “한국 빼곤 예쁘다고 쓰는 매체도 아무데도 없다”고 말한다.

좋은 집안에서 재능을 거저 타고 난 것 같지만, 모든 리허설을 녹음해 다시 듣고(상당수 연주자들이 자신의 연주를 만족하지 못해 음반도 잘 듣지 않는다) 고치는 고집스러운 면도 있다. 고된 훈련으로 오른손에 비해 기형적으로 짧아진 왼손 손가락, 손끝 마디마다 두껍게 박힌 굳은살이 훈장처럼 남았다. “손가락 끝이 가늘고, 새끼손가락이 유독 짧아서 손톱을 바짝 깎다 보니까 이렇게 됐네요. 바이올린 고를 때도 목 부분이 작고 가는지를 보게 돼요. (바이올리니스트로)그다지 좋은 조건은 아니죠.”

클라라 주미강의 양손. 오랜 연습으로 오른손과 왼손 손톱모양이 현저히 달라졌다.
클라라 주미강의 양손. 오랜 연습으로 오른손과 왼손 손톱모양이 현저히 달라졌다.

2011년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데카에서 앨범을 내며 이미 연주자로 명성을 얻은 그는 지난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 나서서 화제가 됐다. 결선에서 시퍼렇게 멍든 손으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해 세간의 입방아(‘프로 연주자가 콩쿠르 출전해야 주목할 만큼 클래식계의 콩쿠르 집착이 도를 넘었다’ ‘저 손으로 재기 가능할까’ 등등)에 오르내렸다.

그는 “주변 사람들 조언을 소중하게 여기는데 그때는 반대해도 나갔다”며 “10년 후에 콩쿠르 나간 걸 후회할까, 나가지 않은 걸 후회할까 생각했을 때 안 나간 걸 후회할 거 같더라”고 말했다. 무리한 연습으로 손에 피멍이 든 게 아니냐는 항간의 추측에는 웃음을 터뜨린다. “(콩쿠르 기간)컨디션이 정말 안 좋았어요. 근육 통증이 목부터 손까지 타고 가더라고요. 그래서 리허설 40분 앞두고 침 맞으러 갔는데 의사는 러시아어, 저는 독일어 영어만 할 줄 알아서 의사가 손바닥에 침 놓을 줄 몰랐죠. 한 20분간 검은 피 뚝뚝 흘리고 무대 올라갔는데, 결선에서 손이 더 부어서 그렇게 보인 거예요.”

결선 연주 당시 공연장에 새 한 마리가 날아드는 이변이 연출되며, 주미강은 유명세를 감안하면 우승해도 본전인 이 콩쿠르에서 4등을 했다. 그래도 후회하진 않는단다. 2017~18년 해외 연주회 일정 중 상당수가 이 콩쿠르 출전 뒤에 잡혔다는 말도 덧붙였다. “요즘 스트리밍 기술이 좋아서 콩쿠르 본선, 결선 과정을 지하철에서도 실시간 볼 수 있더라고요. 10년 전만 해도 등수가 뒤로 밀려날수록 인지도가 낮았는데, 이제는 등수와 상관없이 사람들이 신인들의 연주를 봐요. 더 기회가 많아진 거죠.”

1996년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데뷔 무대 때 클라라 주미강. 예술의전당 제공
1996년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데뷔 무대 때 클라라 주미강. 예술의전당 제공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연주를 선보인다. 먼저 15일 예술의전당 개관 기념일에 열리는 월드 프리미어 시리즈에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과 협연한다. 주미강은 만 8살이던 1996년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첫 무대를 가졌다. 그는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은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주요 단원들로 구성돼 연주가 탄탄하다. 현대악기로 바로크 시대 음악을 연주하는데, 이렇게 흔치 않은 레퍼토리를 마치 한 명의 단원이 된 것처럼 연주할 기회가 주어져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미강은 비발디 사계 겨울과 바흐 두 대의 바이올린과 현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1043, 바흐 오보에, 바이올린, 현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1060 등을 연주한다.

이달 말 평창겨울음악제에 초청됐고, 한국 데뷔 꼭 20년을 맞는 4월 30일에는 쾰른챔버오케스트라와 한국 데뷔곡인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3월에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앨범도 녹음해 슈만 소나타 전곡을 10월에 출시한다.

“요즘 야샤 하이페츠(1901~1987)가 더 좋아지더라고요. 음반 들으면 ‘아 이건 100% 하이페츠 연주다’ 하게 되거든요. 멀리 보지 말고 딱 다음 연주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앞으로 30~40년 연주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저도 청중들이 제 연주를 듣고 이게 제 연주인지 알 수 있는 그런 연주를 했으면 좋겠어요.” (02)580-1300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 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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