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처분 받은 5명 상대로
“근거없는 의혹 제기로 명예훼손”
수원대 이인수 총장, 보복성 고소
李총장 약식기소된 횡령 혐의
정식재판 회부, 의혹은 진행형
교비 횡령 등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이인수(64) 수원대 총장이 자신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던 교수 5명을 지난 2013년 10월에 이어 최근 또 다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교수들이 이미 1년여 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파면 또는 재임용 거부 처분에 대해서도 법원에서 잇따라 승소한 가운데 이 총장이 ‘보복성 고소’ 카드를 휘두른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이 총장은 지난달 배재흠ㆍ이상훈 전 교수 등 수원대 교수협의회(교협) 소속 해직 교수 5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이 총장은 고소장에서 “배 전 교수 등이 폭로한 비리 의혹들 대부분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명예가 크게 훼손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수원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11월 이 총장을 둘러싼 44건의 비위 의혹 가운데 변호인 선임비용 7,300여만원을 교비로 지출했다는 단 한 건(업무상 횡령)만을 문제삼아 그를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는 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차녀가 2013년 수원대 교수에 채용된 것과 관련해 교협 등이 제기한 특혜채용 의혹이 검찰 수사결과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는 내용도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딸의 교수 채용을 대가로 이 총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막아줬다는 게 의혹의 골자였는데, 서울중앙지검은 2014년 11월 수뢰후부정처사 혐의로 고발된 김 대표에게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김 대표는 이 의혹을 제기한 배 전 교수와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등을 검찰에 고소했으나, 지난해 12월 이를 취하했고 김 대표의 딸은 교수직을 사임했다.
이 총장의 이번 고소는 그 동안의 검찰 수사결과로 자신이 면죄부를 받았다고 보고, 수원대 비리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배 전 교수 등에게 ‘괘씸죄’를 물으려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013년 3월 교협을 만든 배 전 교수 등은 넉 달 뒤부터 ▦교비 50억원 종편에 투자(배임) ▦학교시설 공사비 과다책정 ▦학교 적립금 예치 은행에서 개인 골프장 사업용 500억원 편법 대출 등의 비리 의혹을 폭로했다. 교육부는 2014년 2월 감사를 통해 33건의 비위를 적발하고 이 중 ▦장남 허위 졸업증명서 발급 ▦교육용 기본재산의 부당 임대로 8억여원 횡령 등 4건을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대는 2013년 1월과 이듬해 1월, 교협 소속 6명에 대해 재임용 거부 또는 파면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학교 측의 해직 처분은 절차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위법하다”면서 교수들의 손을 잇따라 들어주고 있다. 이 중 재임용 거부 통보를 받은 장경욱ㆍ손병돈 전 교수는 지난달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됐다. 밀린 월급 등을 지급해 달라는 손해배상 소송도 대부분 교수들이 승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수원지검이 이 총장을 약식기소한 것도 제동이 걸렸다. 검찰은 17개월간 수사하면서도 압수수색 한번 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었는데, 수원지법은 이 총장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검찰이 ‘벌금형으로 충분하다’고 봤던 것과 달리, 법원은 “약식명령으로는 부적당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 총장은 이달 15일 열리는 첫 재판에 피고인으로서 법정에 서게 된다.
수원지검은 이번 고소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아직 고소인 조사도 하지 않아 구체적인 혐의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배 전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실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떳떳하다. 고소장 내용을 확인해 본 뒤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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