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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조 집단대출’ 쏙 빼고... 가계빚 관리 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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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조 집단대출’ 쏙 빼고... 가계빚 관리 잘될까

입력
2015.1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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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27%.. 부동산 경착륙 우려에 가계부채대책서 빠져

“가계대책의 뇌관..중대한 실기할 수도” 우려 확산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시중은행 입구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담보 대출을 홍보하는 광고판에 대출금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시중은행 입구에 아파트와 오피스텔 담보 대출을 홍보하는 광고판에 대출금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놓으면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집단대출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상환능력을 철저히 평가해 대출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하면서 가장 쉽게 대출이 발생하고 있는 집단대출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우려한 나머지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사안을 방치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은행권의 집단대출은 104조6,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은행권 전체의 주택담보대출 383조3,000억원의 27%에 달한다. 집단대출 가운데 아파트 분양과 함께 발생하는 중도금대출은 올 9월까지 41조6,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가 증가했다.

이처럼 집단대출이 급증한 데는 정부 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부는 작년 ‘9·1 부동산 대책’을 통해 청약 자격 제한 완화와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등 분양시장 규제의 빗장을 대거 풀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출 제약이 적은 청약시장을 불쏘시개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분양이나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입주예정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집단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금리가 낮고 청약 통장만 있다면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 결과 청약시장에는 올 들어 시중 자금이 대거 몰렸고, 이는 고스란히 집단대출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 여파로 주택도시보증의 보증 잔액이 한도(260조원)에 근접한 250조5,267억원(10월말 기준)까지 불어났다.

집단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제기됐다. 최근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아파트 분양물량 급증으로 2~3년 뒤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집단대출에도 DTI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역시 지난달 “집단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며 시중은행에 건전성 관리를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14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서 결국 집단대출에 대한 명시적인 규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집단대출은 선분양이라는 제도를 기반으로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상환여력만으로 대출한도나 대출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부동산 경기 회복을 주도해온 분양시장이 식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집단대출에 손을 대지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한꺼번에 규제를 강화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재고 주택매매와 지방 부동산 시장에만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 역시 “취약업종인 건설사들이 오랜 기간 어려움을 겪다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을 놓치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개인의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대출심사를 한다면 이와 가장 배치되는 집단대출부터 손봤어야 한다”며 “당장 미국의 금리인상 등에 따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을 감안하면 중대한 실기를 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가계부채 증가의 상당비중을 차지하는 집단대출이 빠지는 바람에 대책의 실효성이 추락했다”며 “부동산 경기까지 감안한 고육책이라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최소한의 방향성이라도 제시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집단대출 제도 전반에 대한 점검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규정 전문위원은 “주택 공급이 정책 목표였던 시절에 도입된 임시적인 제도인 만큼 시대의 변화에 따른 전반적인 개편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대출 현황에 대한 파악부터 서둘러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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