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상준 기자

등록 : 2018.03.17 09:00
수정 : 2018.03.17 15:08

“다시 서울에 갈 이유 없죠” 구례가 젊어졌다

[미래 농부] ‘식품가공단지’ 구례자연드림파크 성공 스토리

등록 : 2018.03.17 09:00
수정 : 2018.03.17 15:08

#1

정규직 평균연령 38세

새 일자리 대부분 2030이 채워

고향 떠났던 젊은층 다시 돌아와

서울선 상상도 못한 여유로운 삶

#2

지자체ㆍ중기 모두 윈윈

파격 행정 지원, 中企유치 성공

썰렁하던 시장 등도 밤새 북적

구례는 인구, 업체는 매출 쑥쑥

#3

다른 지자체도 드림파크 조성 중

농업ㆍ공업ㆍ관광업 시너지 톡톡

지리산ㆍ섬진강이 자연 학습장

아이들 공부 스트레스도 사라져

농업이 살아나기 위해서 농촌에도 활력이 필요하다. 농업의 터전인 농촌이 숨 쉬지 않고 농업의 성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농사를 짓겠다는 이들에게 그동안 땅과 자금을 지원하거나 농업과 공업의 시너지를 얻겠다며 농공단지를 만들어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젊은이들이 등진 농촌은 늙어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젊은이들이 농촌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할까.

일자리 생기니 젊은이들 돌아왔다

전남 구례군의 친환경 식품 가공단지 구례자연드림파크. 지리산 끝자락의 평범한 농촌이지만 이곳은 특별하다. 기자가 찾은 점심시간. 구내식당, 식당 옆 카페 모두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곳곳에서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대화하며 밥과 커피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여느 도심 빌딩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박치현 팀장은 “521명 정규직 직원의 평균 연령이 38세”라며 “새로 생기는 일자리 대부분을 20~30대들이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남 구례의 친환경 식품가공단지 구례자연드림파크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평균 나이는 38세. 드림파크가 2014년 문을 연 뒤 고향 떠난 젊은이들과 농촌에서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면서 구례는 젊어지고 있다. 구례=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직원 10명 중 8명은 지역 출신인데, 특히 고향을 떠났던 젊은이들이 돌아와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많다. 단지 내 각종 시설을 관리하며 매니저 역할을 하는 입사 5년 차 박종섭(38)씨도 그중 하나. “13년 서울 생활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뭘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저에게 드림파크는 한 줄기 빛이었습니다. 능력을 실컷 보여 줄 좋은 직장이 있는데 다시 서울 갈 이유가 없죠.”

박씨는 1999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또래들처럼 꿈을 찾아 서울로 향했다. 일식집 주방일을 시작으로 케이블 TV 설치 기사, 헬스장 트레이너 등 닥치는 대로 일했지만 남는 것은 없었다. 방값이 더 싼 곳을 찾아 떠돌아다녀야 했고 늘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 버텨야 했다. “한 달 수입이 400만원을 넘을 때도 있었지만 월세 내고 차량 유지비 통신비 등 생활비까지 하면 빠듯해 돈을 모을 수 없었죠. 몸도 다쳐 트레이너 일은 더 이상 어렵게 됐고 고향으로 가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서울에 질렸어요.”

구례자연드림파크에 근무 중인 2030 직원들. 서울, 부산의 대도시 생활을 접고 두 아이에게 마음껏 뛰어 놀게 해주고 싶어 구례를 왔다는 안혜미씨, 서울 생활 13년 뒤 고향에 내려 와 생애 첫 정규직 자리를 얻은 박종섭씨, 나고 자란 고향에서 좋은 직장을 얻어 만족스럽다는 박미지씨(오른쪽부터)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구례=배우한 기자bwh3140@hankookilbo.com

2013년 고향을 다시 찾았지만, 막막했다. 가진 돈은 없고 부모님께 의지해야 했다.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다 마음먹던 차 같은 해 8월 드림파크 공사 현장 노동자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4년 매니저에 지원해 합격했다. 태어나 첫 정규직이었다. “더 이상 떠돌이 생활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감이 기뻤어요. 부모님도 걱정만 안겨드렸던 막둥이가 용돈도 챙겨드릴 수 있게 됐다고 난리 나셨죠. 주변 사람들한테 아들 자랑 엄청 하고 다니시죠.”

박씨의 연봉은 3,300만원 대. 서울서 많이 벌 때 보다 적은 액수지만 물가도 싸고 돈 쓸 곳도 줄었기 때문에 저축도 가능해졌다. 서울서는 상상도 못 했던 바이크를 사서 라이딩을 하고 등산도 즐긴다. “얼마 전까지 2030세대는 고향에 남는 경우가 별로 없었습니다. 있더라도 잠깐 머물다 다시 떠났죠. 하지만 드림파크가 생긴 후 대도시로 떠났던 여러 친구가 돌아와 취직했습니다. 지금도 근무 조건을 물어보는 친구들이 여럿 있습니다.” 박씨는 올해 안에 같은 직장에서 만난 여자친구와 결혼할 예정이다. 드림파크 동료끼리 결혼한 커플이 둘, 결혼 예정인 커플이 둘 있다고 한다.

지자체-중기, 농촌 살리자며 손잡아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마당에 농촌에 520개가 넘는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데는 중소기업(아이쿱생협)과 지자체(구례군)의 찰떡궁합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드림파크는 국내 대표적 소비자협동조합인 아이쿱 생협이 구례군과 손잡고 4년에 걸친 공사 끝에 2014년 완공됐다. 현재 아이쿱 생협의 15개 협력회사가 친환경 재료로 만든 라면, 만두, 우유, 김치, 과자 등 식품 가공 공장 17곳을 운영 중이고, 유정란 선별 시설, 전국의 유통망과 연결되는 물류센터, 영화관, 숙박시설 등이 갖춰져 있다.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중소기업(아이쿱생협)과 지방자치단체(구례군)가 손잡고 좋은 일자리와 교육, 문화, 의료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으면 농촌과 기업 시너지를 얻어 모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구례자연드림파크 전경. 구례=배우한 기자bwh3140@hankookilbo.com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쿱은 농촌 지역에 대규모 식품 가공단지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었다. 오미예 아이쿱 회장은 “소비자에게 좀 더 신선하면서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산지와 가까운 농촌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모든 것이 수도권에 쏠려있고 농촌은 계속 낙후되는 상황을 바꾸는데 아이쿱이 역할을 해야겠다는 판단에 식품가공단지를 농촌에 세우기로 했다”고 전했다.

마침 구례군은 지금 드림파크 자리에 용방농공단지 조성을 위해 부지를 분양 중이었다. 김영택 전 구례군 도시경제과장은 “아이쿱이 대규모 생산 단지를 만들려 한다는 얘기를 듣고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확신했다”며 “친환경 먹거리를 생산, 유통하는 아이쿱을 유치하면 일자리도 생기고, 지역 농산물 공급 통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농공단지 전체를 아이쿱에 분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업체 한 곳에 단지 전체를 분양하겠다는 파격적 계획을 두고 군 의회 등 곳곳에서 반대했다. 김 전 과장은 “전국의 대다수 농공단지가 여러 업체에 나눠 분양을 시도하다 70%도 못 채우고 결국 실패로 끝나는데 이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니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고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예산 부족한 구례군, 개발 계획까지 수정

구례군은 경기 군포의 아이쿱 본사를 수시로 다니며 구애 작전을 펼쳤다. 먼저 군 의회를 설득해 ‘(입주 기업에) 시설 투자비, 땅 매입비를 지원해 줄 수 있다’는 내용을 조례에 추가했다. 하지만 빠듯한 예산이라 지원 액수는 7억원에 불과했다. "구례는 가난한 지역이기 때문에 금전 지원보다는 아이쿱이 원하는 행정 지원 서비스를 최대한 제공하겠다며 설득했고 그게 들어맞았다"는 게 김영택 전 과장의 얘기다. 같은 해 6월 아이쿱은 구례군과 700억원 규모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남 구례의 구례자연드림파크 조성 당시 실무를 총괄했던 김영택 전 구례군 도시경제과장이 구례자연드림파크의 설립 뒷얘기를 전하고 있다. 구례=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구례군은 가장 먼저 ‘행정 원스톱 서비스 체계’를 만들었다. 보통 건축, 위생 등 여러 절차가 따로따로 진행되다 보면 시간도 몇 달씩 걸리기 때문에 창구를 하나로 만들었다. 이런 뒷받침 덕분에 공사 시작 5개월 만인 2012년 4월 라면 공방이 문을 열 수 있었다.

또 개발 기본 계획 수정을 통해 이름을 용방농공단지에서 ‘구례자연드림파크’로 바꿨다. 외적으로 공장 단지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였다. 뿐만 아니라 단지 내 편의시설 비중을 20% 이상으로 올렸다. 김 전 과장은 “보통 농공단지의 부대 시설이라 하면 식당, 매점 정도라 면적 비중이 2~3% 안팎”이라며 “그런데 아이쿱 측에서 영화관, 숙박시설, 목욕탕까지 만들고 싶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당시만 해도 구례에는 변변한 개봉관이 없었고 대부분 차를 타고 광주나 순천에 가야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극장을 짓겠다고 하길래 안 믿었죠. 젊은 사람도 별로 없는 지역이라 망할 것이라 했더니 관객이 1명이라도 극장을 돌리자고 하는 겁니다.”

오미예 회장은 “젊은이들이 농촌을 등지는 이유 중 하나는 대도시와 비교해 문화, 교육,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삭막한 공장 단지 대신 젊은 직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을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공방과 각종 시설의 디자인을 대학 캠퍼스처럼 산뜻하게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저작권 한국일보] 구례자연드림파크가 만든 일자리와 구례군 인구수 변화

쌀농사 농가들 작물 바꾸고 친환경 농법으로

드림파크가 문을 열고 구례는 젊어지고 있다. 괜찮은 일자리가 늘고 문화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이 지역 출신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거나 남원, 순천 등 인근 지역 젊은이들까지 구례로 유입되고 있다. 구례군에 따르면, 2013년 2,260명이었던 20대 인구는 해마다 늘어 2017년 2,386명으로 증가했다. 전국 대다수 농촌 지역이 인구 감소에 고심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구례군은 2013년 2만7,115명에서 지난해 2만7,525명으로 5년 연속 인구가 늘고 있다. 구례군 관계자는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음에도 인구가 증가하는 것은 드림파크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전남 구례의 구례자연드림파크는 구례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원료로 제공 받고 있다. 지역 농가는 드림파크라는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쌀 농사 위주에서 벗어나 단감, 수박 등 다양한 작물을 생산하고 농법도 기존과 다른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하는 등 품질과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도 얻고 있다. 구례=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구례 출신으로 입사 2년차인 박미지(23)씨는 지역 젊은 세대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큰 도시로 가야 잘 살 기회를 얻는 것이라 여겼지만 이제는 구례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미래를 펼칠 가능성을 얻게 됐어요. 드림파크는 친환경 먹거리를 공급하기 때문에 이미지도 좋고 대우도 나쁘지 않으니 여기서 일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대를 이어 농사를 짓겠다는 젊은 세대도 느는 것 같아요. 까다롭긴 하지만 드림파크에 농산물을 공급하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도전해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죠.” 아이쿱은 지난해 법정 최저임금 6,470원보다 20%가량 높은 시간당 7,700원을 적용했고 올해도 최저임금 7,530원보다 많은 8,300원을 적용할 계획이다. 최근에도 새 입사자 10명 중 4명은 2030세대 들이다.

구례군에 따르면, 아이쿱은 2014년 이후 구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해마다 30억 원 이상 구입해서 재료로 쓰고 있다. 구례군 관계자는 “수박, 단감, 배추, 우유 등 과거에 생산하지 않던 것들을 새로 재배하거나 같은 종류라도 아이쿱의 납품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친환경 농법으로 바꾸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며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품질과 경쟁력이 상승해 다른 공급처 확보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젊은 직장인들이 늘자 군 전체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3, 4년 전까지는 오후 10시만 되도 중심가에 사람의 흔적을 찾기 힘들었지만 최근엔 자정이 넘어도 사람이 북적이곤 한다.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카페, 분식집이 많이 늘었고, 순천 가야 볼 수 있던 패스트푸드점도 생겼다. 수년전만 해도 지리산 자락 사찰 구경을 위해 구례를 찾던 이들이 관광객의 주류를 이뤘다면 이젠 드림파크로 영화, 록 페스티벌 등을 보러 오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상주 인구뿐 아니라 유동 인구도 젊어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농촌에 단지 조성 후 아이쿱도 매출 성장 중

드림파크 등장 이후 구례군뿐만 아니라 아이쿱도 성장하고 있다. 아이쿱 생협 측에 따르면, 지난해 드림파크 매출액과 아이쿱 전체 매출액은 각각 1,420억원과 5,53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의 757억원, 5,523억원보다 늘어난 수치인데 특히 드림파크 매출액은 전년 대비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아이쿱 관계자는 “과거 원재료와 레시피를 전국에 흩어져 있는 협력업체에 보내고 완성품을 전국 매장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지만 업체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되면서 재료나 제품의 품질 관리 여건도 좋아지고 물류비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단지 내 영화관, 각종 체험프로그램,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유료 관객이 지난해 14만9,000명이나 찾아오면서 농업, 공업, 관광업이 함께 시너지를 내는 6차 산업의 좋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에만 농림식품부의 ‘6차산업 우수사례경진대회’에서 대상을, 국회가 선정한 ‘2017 자연스러운 국민상’을 연거푸 받았다.

전남 구례의 구례자연드림파크는 조합원과 일반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영화관과 숙박시설도 운영하면서 농촌의 새로운 발전 모델을 만들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4만9,000명이 유료로 방문했다. 체험단이 공방의 생산 시설을 둘러 보고 있다. 구례=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드림파크가 자리 잡으면서 의료, 교육 등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실행되고 있다. 그중 젊은 인구가 줄면서 문을 닫았던 산부인과를 다시 운영할 수 있게 아이쿱이 구례군에 매년 의료비 2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이 눈에 띈다. 지난해 군내에서 80명이 출산했고 1,200명 넘는 지역 여성들이 진료, 검진, 건강 교실을 이용했다.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사업과 방과 후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부산에서 구례로 이사와 드림파크에 나란히 입사한 안혜미(38), 김승한(38)씨 부부는 초등학생, 유치원생 두 아이를 시골에서 키우는 게 만족스럽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강남 8학군’ 출신에 해외 유학을 다녀왔고 국내 한 대기업에서 직장 생활을 했으며 부산으로 내려가 7년을 살면서 커피전문점, 식당을 운영했다.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어 식당에 데리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뛰어놀고 싶은데 붙잡아 두는 것 같아 미안했어요. 남편과 상의해 아이들을 위해 농촌으로 가기로 했죠. 아이들은 회사에서 차로 10~15분 거리에 있는 공립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어요. 회사에서 학교를 지원하기 때문에 피아노, 태권도, 영어 공부 전부 무상으로 해요. 교육에 돈이 거의 안 드니까 서울이나 부산서 살 때보다 덜 벌지만 저축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안씨는 수입은 줄었지만 풍족해진 삶, 무엇보다 아이들이 마음껏 자연 속에서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는 환경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리산, 섬진강 주변을 뛰어노는 아이들이 이제 더 이상 짜증을 내지 않아요. 당연히 저와 남편은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죠. 학교에 들어가니까 아이가 자전거를 받아왔어요. 그걸 타고 섬진강 가를 달리길 좋아해요. 여름에는 지리산 계곡에서 물놀이하고, 겨울에는 무주에 가서 스키 타고요. KTX역이 있어 서울도 2시간 정도면 가요. 처음엔 주변에서 1년도 못 버틸 거라 했지만 벌써 3년 째네요. 분당에 사는 친구 커플도 저희 따라 구례로 짐 싸서 내려왔어요.“

또 다른 농촌 괴산에도 드림파크 조성 중

구례드림파크의 성공을 발판 삼아 아이쿱은 현재 드림파크 2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6개 기업이 496억원을 투자해 공방을 짓고 있는데 이달 말 베이커리 공방이 처음 완공된다. 앞서 드림파크 인근에 조성 중인 친환경채소단지 중 친환경육묘장이 문을 열었다. 이 밖에 전원주택단지, 수영장이 포함된 호텔, 청소년 놀이문화센터 등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구례군 관계자는 “예정대로라면 2020년까지 1, 2단지 합쳐 일자리는 1,000여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014년 문을 열어 351명의 정규직을 채용한 충북 괴산의 괴산자연드림파크에도 구례처럼 영화관, 체험공방, 숙박시설을 추가로 짓고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아이쿱생협과 괴산군이 손잡고 지난해 10월 괴산드림파크 단지 내 영화관, 숙박시설 등 다양한 복합시설을 짓기 위한 준공식을 열고 있다. 아이쿱생협 제공

괴산드림파크의 장류 공방에서 생산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3년차 직원 박미양(27)씨는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다. “전공도 살리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교수님 추천을 받아 드림파크를 선택했어요. 규모는 크지 않지만 품질관리에 이어 생산관리까지 경험하면서 전공 지식을 현장에서 접목 시킬 수 있어 너무 좋죠. 대기업 갔다면 쉽게 하기 힘든 거고요. 친구들처럼 무작정 대도시로 가서 헤매는 것보다 농촌에서도 좋은 직장 구해 충분히 제 꿈을 펼쳐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구례=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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