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제2전성기 호평
“음악 방향성 계속 잡아나갈 것”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방향을 수립하고, 대중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뒀습니다. 이제는 어디서든 환영 받고 성과를 반겨주는 분위기에 많은 걸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3년 간 KBS교향악단을 이끌어 온 음악감독 요엘 레비(67)는 20일 서울 여의도동 KBS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 동안 오케스트라가 관객들의 신뢰 회복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는 KBS교향악단을 2년 더 이끌게 돼 2019년 12월 31일까지 6년 동안 음악감독을 맡게 됐다.
레비 감독이 처음 부임한 2014년 1월 KBS교향악단은 어수선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2012년 9월 재단법인 전환 후 KBS 소속이었던 대다수 단원들이 재단법인으로의 소속 변경을 거부하며 3년 동안 내홍이 이어졌다. 레비 감독은 “처음 왔을 때 저희 오케스트라에 대한 신뢰나 응원이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며 “앞으로 임기 동안에도 KBS교향악단이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한국의 대표 오케스트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레비 감독 부임 후 KBS교향악단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브루크너 페스티벌 개막공연 등 유럽 투어 연주와 2주에 걸쳐 진행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레비 감독은 앞으로 KBS교향악단의 음악적 성장과 더불어 매년 새로운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그는 “3년 동안 연주해 온 곡 중 반복되는 건 베토벤 교향곡 9번뿐”이라며 “올해에는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를 콘서트 버전으로 바꿔 무대에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협연도 예정돼 있다. 그러나 레비 감독은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와 협연을 위한 노력은 물론 기울이겠지만, 유명 게스트보다 더 중요한 건 오케스트라의 방향성”이라며 “오케스트라 스스로 독립적인 존재감을 개척해나가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루마니아 태생으로 이스라엘에서 자란 레비는 1978년 브장송 국제젊은지휘자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1988년 미국 애틀랜타 심포니 음악감독으로 부임해 12년간 활동하며 악단 수준을 높게 끌어올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대에는 벨기에 브뤼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일 드 프랑스 국립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를 지내는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고세진 전 KBS교향악단 사장의 후원금 횡령 의혹 등을 겪은 뒤 새로 부임한 박희성 사장은 “조직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차세대 연주자 양성, 직장인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교육 등 음악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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