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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횡포가 국내 운전자에게 끼치는 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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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횡포가 국내 운전자에게 끼치는 해악

입력
2016.03.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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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 평균 수리비 국산차에 비해 3배 가까이 비싸

직영 A/S센터 불투명한 수리비 산정 폐해

외제차 고가 수리비→보험금 지급↑→보험료 인상 악순환

고가 외제차들이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사거리를 달리고 있다. 뉴시스
고가 외제차들이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사거리를 달리고 있다. 뉴시스

외제차와의 교통사고는 개인 간 분쟁을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된지 오래다. 근원은 ‘억’ 소리 나는 수리비다. 상대 차량 운전자는 외제차에 살짝 흠집만 나도 본인 과실이 적은데도 과도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험사는 이런 손해율 증가에 보험료 인상으로 대응하면서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9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외제차의 평균 수리비는 275만원으로 국산차(95만원)에 비해 3배 가까이 비싸다. 특히 외제차 직영 서비스센터가 독점 유통하는 부품의 경우 국산과 외산 가격 격차가 4.6배로 유독 크다. 보험개발원이 올해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외제차들의 차량모델 등급평가 참여를 독려하겠다고 한 이유도 이 과정에서 외제차 부품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외제차 제조업체들이 좋은 등급을 받으려면 평가 요소 중 하나인 공식 부품 가격을 낮게 제시할수록 유리하다.

외제차의 고가 수리비는 사고가 났을 때 상대 차량 운전자에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주고 있다. 유명한 사례가 2014년 발생한 일명 ‘산타페 벤틀리 사고’다. 당시 산타페(차량가액 3,000만원) 운전자는 본인 100% 과실로 벤틀리(3억원) 차량을 들이 받았다. 경미한 사고였지만 수리비와 렌트비로 2억원이 나왔고 1억원 대물배상 담보에 가입했던 산타페 차주는 1억원을 추가로 내야 했다.

저가 국산차 운전자들의 무의식적인 ‘외제차 공포’는 자동차보험 대물배상 가입금액의 상향으로 이어진다. 고가 차량과의 사고에 대비해 2억원 이상 대물배상 담보에 가입한 가입자는 18.3%(2010년)에서 56.3%(2014년)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로, 현재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산차 운전자들은 ‘외제차를 피하는 게 상책’이라며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 놓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외제차는 연평균 20% 이상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외제차의 고가 수리비는 사고 시 보험 처리에 대한 형평성 문제도 유발하고 있다. 국산차 차주가 과실이 더 적더라도 외제차에 배상을 더 많이 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국산차 운전자는 또 사고 후 보험료가 할증돼 외제차 수리비를 사실상 떠안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1월 자동차보험료를 대폭 올린 이유 중 하나도 외제차 수리비로 인한 손해율 증가와 연관이 있다”며 “무사고 운전자까지 보험료를 더 내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추정치)은 88%로 업계는 적정 손해율 수준을 78%로 보고 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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