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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골프장 수익, 가족회사 통해 세금 덜 낸 우병우 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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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골프장 수익, 가족회사 통해 세금 덜 낸 우병우 처가

입력
2016.07.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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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 세워 배당소득세 면하고 지분 대금은 쪼개 받아

향후 20여년 동안에도 100억원 훌쩍 넘는 세금 줄일 수 있어

‘실질 소득 있는 곳에 과세’ 국세기본법 위법 논란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난 3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병우 민정수석이 지난 3월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배우자를 포함한 처가 식구들이 매년 2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두면서도 자신들이 만든 ‘가족기업’을 통해 세금을 회피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상속 받은 알짜배기 골프장 지분을 ‘페이퍼컴퍼니’에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수년에 걸쳐 쪼개 지급받는 방식인데,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방식대로라면 우 수석 처가는 자신들이 세운 회사를 통해 골프장 운영권을 변함 없이 유지하면서도, 향후 20여년 동안 세금 한푼 내지 않고 매각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25일 본보가 금융감독원의 공시 자료, 법인등기부등본 등을 분석한 결과, 우 수석의 부인 이모씨와 장모, 처형과 처제 2명 등은 2008년 8월말 ㈜SDNJ홀딩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발행주식은 총 1만1,000주로 우 수석 처가 식구 5명이 각각 20%(1인당 2,200주)씩 나눠 갖고 있다. 자본금은 5,500만원에 불과해 외형적으로는 소규모 가족기업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회사의 설립 목적은 골프장 운영이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골프장을 운영하는 삼남개발의 지분을 보유한 지주회사다. 삼남개발은 경기도 화성 소재 골프장 기흥컨트리클럽(기흥CC)을 운영하는 회사로, 2015년 기준 보유 토지(222만㎡)의 공시지가 합계액만 1,722억원에 달한다. SDNJ홀딩스는 이 삼남개발의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2008년 6월 사망한 우 수석의 장인 이상달 전 정강ㆍ중기건설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을 이 회사에 넘긴 것이다.

2011년 5월 우 수석 아내 등 네 자매가 215억원을 주고 사들인 뒤 리모델링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청원빌딩 5층 모습.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2011년 5월 우 수석 아내 등 네 자매가 215억원을 주고 사들인 뒤 리모델링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청원빌딩 5층 모습.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삼남개발은 매년 발생하는 당기순이익 전액을 SDNJ홀딩스와 다른 대주주인 재향경우회에 배당하고 있다. 2008년부터 7년간 SDNJ홀딩스가 가져간 배당금은 191억원에 달한다. SDNJ홀딩스의 현주소는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 361번지다. 이는 우 수석과 처가 식구 등이 100% 지분을 보유한 또다른 페이퍼컴퍼니 ‘정강’의 소재지와 같다. 이 회사 역시 빌딩에 사무실과 직원은 없다. 오직 삼남개발로부터 배당금만을 받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는 얘기다.

우 수석 처가는 SDNJ홀딩스라는 가족기업을 통해 복잡하고도 중층적인 구조를 만들어 세금을 줄였다. SDNJ홀딩스를 설립하지 않았다면 처가 식구들은 매년 삼남개발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연평균 20억원 이상의 배당이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세율이 최대 38%인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연간 내야 하는 세금이 8억원 안팎이다. 하지만 지주회사인 SDNJ홀딩스가 자회사인 삼남개발로부터 배당금을 받게 되면서 배당소득세는 면제됐다. 회사는 비용 등을 처리한 이후 수익에 대한 법인세를 연간 2억~3억원 정도만 내왔다.

대신 우 수석 처가 식구들은 SDNJ홀딩스로부터 삼남개발 지분 매각대금을 챙겨왔다. 우 수석 처가는 삼남개발 지분을 SDNJ로 매각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회사는 지분 매입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1년 단위로 나눠 갚는 장기미지급금으로 계상했다. SDNJ가 삼남개발로 얻은 배당수익을 다시 주주인 처가 식구들에게 배당할 경우 내야 하는 배당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회사로부터 ‘외상값’을 받는 형태를 취한 것이다.

SDNJ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2008년 설립 시 이 회사가 우 수석 처가 식구들로부터 삼남개발 지분을 취득한 원가는 613억여원이다. 이후 2009년 35억5,000만원을 시작으로 매년 16억~23억원씩 7년 동안 총 152억여원이 우 수석 처가 식구들에게 지급됐다. 한 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는 “이런 편법으로 연간 7억원 안팎의 세금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SDNJ홀딩스가 회사 주인인 우 수석 처가식구들에게 앞으로 지급해야 할 장기미지급금은 4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앞으로도 연평균 20억원씩 20년 넘게 받아갈 수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회피하는 세금 규모는 100억원대가 넘게 될 전망이다. 더욱이 회사 자체가 가족기업이고 회사를 통한 삼남개발 지분 보유는 그대로여서 돈을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탈세 논란도 제기한다. 한 회계사는 “사무실도 직원도 없이 운영되는 지주회사를 앞세워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라며 “국세기본법에 따라 실질적인 소득이 돌아가는 가족들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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