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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그때도 알았더라면

입력
2018.04.19 15:5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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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서울역에서 봉래동쪽 지하도를 지나자면 늘 종이박스 침대에서 웅크려 자고 있는 노숙자들을 만난다. 지하도의 절반을 차지하는 노숙자 긴급대피소도 있어서 한겨울 갑작스런 추위에 대비할 수 있다. 아침부터 계단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싸우거나, 구석에 방뇨를 하는 노숙자를 보면 불쾌하다. 특히 서울역은 해외 관광객이 거쳐가는 관문이라 ‘당국은 뭐하고 있나’는 생각에 짜증스럽다. 하지만 ‘누구든 실패하면 노숙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패자부활전은 불가능할까.

▦ 몇 년 전 현대경제연구원의 ‘창업관련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라는 의견이 70.9%,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개인신용불량으로 이어진다”는 의견에 91.7%가 공감했다. 빚을 얻어 창업을 했다가 사업이 잘 안되어 망하면 개인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통상 가족이나 친인척이 연대보증으로 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신용보증 시스템에 허점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실리콘밸리에서는 성공한 CEO 대상 조사에서는 평균 창업횟수가 2.6회였다. ‘삼세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얘기다.

▦ “실패는 다시 시작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도록 주어진 기회다.” 벌이는 사업마다 실패를 거듭하다 65세가 되어서야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으로 성공한 커널 샌더스의 얘기다. 실패학 창시자로 불리는 하타무라 료타로는 ‘실패는 수업료’라면서 좋은 실패와 나쁜 실패를 구분한다. 좋은 실패는 도전 과정에서 벌어진 실패고, 나쁜 실패는 부주의나 오판으로 똑같은 실수는 연발하는 것이다. 허창수 GS회장도 얼마 전 “최선을 다한 실패는 큰 성공을 이루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기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 SK하이닉스가 실패 사례를 공모해 상을 주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컬’이라는 공모전을 개최했다. ‘컬’은 ‘문화(culture)’다. 최우수 사례는 300만원의 상금까지 받았다. 흔치는 않지만 해외에는 이 같은 사례가 제법 있다. 혼다 자동차는 ‘올해의 실패왕’에게 1,000만원 넘게 상금을 준다. 창업천국 이스라엘에서는 실패 경험자에게 오히려 가산점을 주고, 핀란드에서는 ‘실패의 날’도 되새긴다. 발명왕 에디슨의 말처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성공은 수많은 실패의 축적을 통해 가능한 법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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