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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빵빵하게’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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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을 ‘빵빵하게’ 돕겠습니다!”

입력
2018.04.1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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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 ‘박서방 베이커리’ 대표를 칭찬합니다

빵을 들고 있는 박소희씨.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빵을 들고 있는 박소희씨.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가게 앞에 붙어 있는 미리내 간판.
가게 앞에 붙어 있는 미리내 간판.

“진짜 박 서방이 되고 싶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미리내 가게는 미리 돈을 내는 나눔 실천 가게이다. 먼저 온 손님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가면 나눠주는 방식이다. 박소희(40)씨가 운영하는 ‘박서방 베이커리’는 대구 미리내 1호점이다. 대구 미리내 운동이 이곳에서 시작된 것이다.

‘박서방 베이커리’는 2010년 문을 열었다. 그때부터 여러 단체와 연계해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미리내 2호점인 ‘대한민국 떡방’을 비롯해 도시락, 수제버거, 족발 등 소상공인 15업체가 참여 중이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재밌다. 23살 무렵 제빵 기술을 배우면서 라디오를 끼고 살았다. 혼자 일하는 시간이 많은 까닭이었다. 라디오를 통해 소식을 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방송에 자신을 드러냈더니 실제 만남으로 이어졌다. 용기와 함께 봉사활동도 시작됐다.

“지인들의 생일날 케이크를 선물했습니다. 너무 기뻐하더라고요. 내가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점점 뼈대에 살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구체적으로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미리내도 그렇게 시작된 거죠.”

라디오가 봉사의 계기를 마련했다면 봉사마인드는 어린 시절 이미 싹텄다.

“저는 가난한 집안에 1남5녀 중 막내로 태어났어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했습니다. 2년 전에 겨우 대경대 세계호텔제과제빵과에 진학했죠. 학창시절에 매달 주위로부터 용돈을 지원받았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죠. ‘커서 꼭 갚겠다’고 결심을 했구요. 저의 기부가 특별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봉사활동도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힘을 합친다. 매달 대원각반점 짜장면 봉사 날에 300~400여개의 빵을 나눠준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만난 ‘빵빵한 재능기부봉사단’과 함께 움직이는 덕분이다. 빵빵한 재능기부봉사단은 대구시 전역에서 2015년 메르스사태 때는 남구청에 10여 개 업체에서 빵 100개씩을 거두어 1,000개를 지원했다. 달서구청에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매달 쌀 한 포씩을, 성당시장 사랑의 집에는 4년째 꾸준히 지원 중이다.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작은 힘이지만 모으고 뭉쳐서 큰 힘을 발휘, 실천하고 있다.

그는 요즘 병원에 다닌다. 원인은 너무 많이 뛰어서라고 했다. 그만큼 퍼주는 게 더 많다. 재정이 마이너스지만 멈출 수가 없다.

“사람들이 저를 ‘박서방’ 혹은 ‘소통테이너’라고 부릅니다. 이웃과 이웃, 단체를 필요로 하는 곳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까닭입니다. 나중에 이런 소소하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을 쓰고 싶습니다.”

그는 “간판 때문에 아직 장가를 못 갔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장가가고 싶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라면서 환하게 웃었다.

강은주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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