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수반 “EU 잔류 협상 시작”
“투표 결과 후회… 재투표하자”
리그렉시트 주장 여론도 커져
영국 국민은 ‘위대한 영국’을 꿈꾸며 브렉시트에 표를 던졌지만, 스코틀랜드 등이 독립을 요구하며 자칫 ‘리틀 잉글랜드(Little England)’로 쪼그라들 처지에 놓였다. 투표 결과를 ‘후회(regret)’한다며 재투표(리그렛시트ㆍRegrexit)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 영 연방에는 분열과 붕괴의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BBC 방송에 따르면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25일(현지시간) 내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EU에 남기 위해 EU측과 즉각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EU 회원국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금융, 법률, 외교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기구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터전은 영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반대 55%로 부결됐다. 하지만 브렉시트 투표에서 62%의 스코틀랜드 유권자가 ‘EU 잔류’를 선택함에 따라 재투표를 실시한 명분을 확보했다. 영국 주간지 선데이포스트가 2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독립을 지지하는 여론이 59%로 잔류(41%)를 크게 앞질렀다.
유권자의 55.7%가 EU 잔류를 선택한 북아일랜드에서도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틴 맥기네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부수반은 “영국을 떠나 아일랜드와의 통일 여부를 결정할 주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알린 포스터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주민투표를 위해서는 대중적인 지지가 필요하지만 아직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북아일랜드는 브렉시트에 따라 인적ㆍ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아일랜드와의 자유로운 교류에 제약이 생겨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각각 53.2%와 51.7%의 유권자가 EU 탈퇴에 표를 던져 브렉시트를 이끌었다. 반면 잉글랜드의 ‘심장부’인 런던에서는 16만여명이 청원사이트 ‘체인지’를 통해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요구하는 등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런던은 유럽의 금융허브 역할을 해 왔지만 브렉시트가 이뤄질 경우 프랑스 파리 등에 금융산업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무려 95.9%의 유권자가 EU 잔류를 선택한 자치령 지브롤터도 독립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베리아 반도 최남단 지브롤터는 스페인으로부터 유입되는 관광객으로 인한 수입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어서다.
리그렛시트를 주장하는 여론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 하원의 온라인 청원 게시판에 마련된 재투표 청원에는 26일 낮 12시 317만3,000여명이 서명했다. 영국 의회는 서명자가 10만명이 넘을 경우 청원내용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이미 국민 절반 이상이 EU 탈퇴를 지지했기 때문에 재투표의 명분은 사실상 없다고 BBC 등은 설명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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