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지평선] 따뜻한 보훈

입력
2017.05.31 16:41
0 0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1년 7월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수여식이 백악관에서 열렸다. 주인공은 아프가니스탄전 참전용사인 페트리 육군 상사. 그는 산악지대 전투 중 두 다리에 총상을 입고도 동료 병사들 쪽으로 날아든 수류탄을 낚아채 병사 2명의 목숨을 구했다. 대신 본인은 오른팔을 잃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진정한 영웅은 아직 존재하고, 그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며 그의 의수(義手)에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이 장면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큰 감동을 줬다.

▦ 전쟁 영웅은 물론, 전사자와 전상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예우는 각별하다. 페트리 상사와 같은 명예훈장 수상자에겐 10%가 증액된 일반 연금 외에도 월 150만원 가까운 추가연금이 지급되고 자녀들이 원하면 육ㆍ해ㆍ공군 사관학교 입교가 보장된다. 평생 군 항공기 이용권 등 그 외에도 여러 특전이 주어진다. 계급에 관계 없이 대통령과 4성 장군을 포함한 모두로부터 먼저 경례를 받기도 한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게 아낌없는 지원과 존경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미국을 강국으로 만든 진정한 원천이라고들 한다.

▦ 우리 사회도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훈을 기리는 데 말과 구호로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실질적인 예우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우리 군의 최고 무공훈장인 태극무공훈장의 경우 사망 시 국립묘지 안장, 월 18만원 지급, 항공료 30% 할인 등이 고작이다. 더구나 많지도 않은 보훈 예산은 국가유공자의 희생을 기리는 사업보다 이념교육을 우선했다. 특히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 걸쳐 최장기 6년을 재임한 박승춘 보훈처장 시절 본래의 보훈 사업은 뒷전이고 군 출신 또는 뉴라이트 계열 강사를 동원해 이념갈등을 조장, 빈축을 샀다.

▦ 문재인 정부 들어 첫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첫 영관급 출신 여성으로 파격 발탁된 피우진 신임 보훈처장은 ‘따뜻한 보훈’을 표어로 내걸었다. “보훈가족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가고, 더 자주 찾아뵙는 방식으로 잘 하도록 하겠다”고 임명 소감을 밝혔던 그다. 30일 국정기획자문위 보고에서는 이념편향 논란이 있었던 ‘나라사랑 교육’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편향된 이념교육이 아니라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실질적인 예우가 진정한 애국심을 키운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다. 따뜻한 보훈이 가져올 변화가 기대된다.

이계성 논설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